[비즈한국] ‘직장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호프집’과 ‘노래방’에 손님이 ‘바글바글’한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커피잔을 들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호프집에서 점심시간 ‘커피’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upload/bk/article/202404/thumb/27427-67009-sampleM.jpg)
#‘직장인 성지’ 여의도 점심시간에만 보는 풍경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에 있는 ‘카페’만 370여 개. 한 블록마다 카페가 있는 셈이지만, 점심시간에는 모두 ‘만석’이다. 테이크아웃도 쉽지 않다. ‘반짝’ 점심 손님이 많다 보니 술집과 노래방도 낮에 문을 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외관은 그대로지만, 문 앞에 ‘주간: 커피’를 써 붙였다.
‘맥주’를 마시던 자리는 점심시간이 되면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노래방에서 ‘점심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15년째 점심에 커피를 팔고 있다. 직장인들이 많아서 수요가 있다. 커피는 점심에만 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점심 장사를 하는 술집이 더 늘었다. 여의도 직장인 15년 차인 B 씨는 “점심이면 카페 자리를 잡기 어려워졌다. 점심 먹고 카페에서 10~20분 정도 이야기하는데, 어딜 가도 자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점심 장사를 하는 호프집도 늘어난 듯하다. 점심에는 기존 메뉴나 술은 안 되고 ‘커피’와 ‘음료’만 판다”고 말했다.
![한 호프집의 점심 메뉴. 기존 안주 메뉴나 주류는 주문이 불가능하다. 사진=전다현 기자](/upload/bk/article/202404/thumb/27427-67008-sample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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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도 흡연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upload/bk/article/202404/thumb/27427-67006-sampleM.jpg)
![점심시간, 여의도의 호프집들은 카페로 변신한다. 사진=전다현 기자](/upload/bk/article/202404/thumb/27427-67010-sampleM.jpg)
호프집 사장 C 씨는 “여기서 장사는 오래 했지만, 커피 장사를 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잠깐 문을 연다”고 밝혔다.
인근 공인중개사 D 씨는 “여의도 특성상 VIP 손님들이 많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조용한 곳이나 별도의 방에서 담배를 피면서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호프집이나 노래방에서도 커피를 파는 거다. 노래방은 담배를 함께 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여의도 직장인이 30만 명 정도 되는데 한정된 시간 안에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니 특정 시간대에 커피 수요가 넘친다. 예전에는 호프집에 점심 출장 뷔페가 와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간만 점심에 빌리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호프집에서 점심시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직장인들. 기존 커피전문점도 호프집도 점심시간에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사진=전다현 기자](/upload/bk/article/202404/thumb/27427-67011-sampleM.jpg)
직장인들이 특히 많은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셈이다. 점심시간에는 기존 카페들만으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니, 갈등이 생길 일도 없다. 인근에서 전통차를 판매하는 사장 E 씨는 “주변 호프집에서 커피를 파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만 판매하는 카페들과 갈등이 있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걸로 안다. 장사가 잘 안되는 카페도 점심에는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동의 직장인구는 31만 1879명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카페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대 카페 매출 평균은 월 714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9%를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카페 수도 370개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연도별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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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카페전문점이 아닌 호프집이나 노래방에서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는 매출 현황을 알기 어렵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여의도 카페의 전반적인 매출은 살짝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카페전문업으로 등록한 경우만 그렇다. 호프집은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커피를 추가해 파는 경우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카페 술집’,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도
카페와 술집을 병행하는 여의도 문화에 문제점도 있다.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노래방은 ‘단란주점’으로 등록하는데, 이곳에서 점심에만 ‘카페’를 운영하는 건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가 있다.
세무사 F 씨는 “카페로 이용하려면 업종을 추가해야 한다. 또 공간을 분리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두 개의 업종을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할 구청에 이런 상황을 전하자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단란주점이나 휴게음식점 같은 경우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식품위생법은 같은 공간에 2개 이상의 영업신고는 못 하게 돼 있다. 주간과 야간에 운영 형태가 다른 게 쟁점인데, 현재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서 관련 사업장들을 점검해볼 방침이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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