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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점심시간, 여의도 호프집들은 카페로 변신한다

점심 후 커피 마실 곳 부족하자 '반짝 카페' 늘어…식품위생법 위반 소지도 있어

2024.04.09(Tue) 16:54:30

[비즈한국] ‘직장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호프집’과 ‘노래방’에 손님이 ‘바글바글’한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커피잔을 들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호프집에서 점심시간 ‘커피’를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직장인 성지’ 여의도 점심시간에만 보는 풍경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에 있는 ‘카페’만 370여 개. 한 블록마다 카페가 있는 셈이지만, 점심시간에는 모두 ‘만석’이다. 테이크아웃도 쉽지 않다. ‘반짝’ 점심 손님이 많다 보니 술집과 노래방도 낮에 문을 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외관은 그대로지만, 문 앞에 ‘주간: 커피’를 써 붙였다.

 

‘맥주’를 마시던 자리는 ​점심시간이 되면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노래방에서 ‘점심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15년째 점심에 커피를 팔고 있다. 직장인들이 많아서 수요가 있다. 커피는 점심에만 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점심 장사를 하는 술집이 더 늘었다. 여의도 직장인 15년 차인 B 씨는 “점심이면 카페 자리를 잡기 어려워졌다. 점심 먹고 카페에서 10~20분 정도 이야기하는데, 어딜 가도 자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점심 장사를 하는 호프집도 늘어난 듯하다. 점심에는 기존 메뉴나 술은 안 되고 ‘커피’와 ‘음료’만 판다”고 말했다.

 

한 호프집의 점심 메뉴. 기존 안주 메뉴나 주류는 주문이 불가능하다. 사진=전다현 기자

 

노래방에서도 흡연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점심시간, 여의도의 호프집들은 카페로 변신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호프집 사장 C 씨는 “여기서 장사는 오래 했지만, 커피 장사를 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잠깐 문을 연다”고 밝혔다.

 

인근 공인중개사 D 씨는 “여의도 특성상 VIP 손님들이 많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조용한 곳이나 별도의 방에서 담배를 피면서 대화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호프집이나 노래방에서도 커피를 파는 거다. 노래방은 담배를 함께 피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여의도 직장인이 30만 명 정도 되는데 한정된 시간 안에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니 특정 시간대에 커피 수요가 넘친다. 예전에는 호프집에 점심 출장 뷔페가 와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간만 점심에 빌리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호프집에서 점심시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직장인들. 기존 커피전문점도 호프집도 점심시간에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사진=전다현 기자

 

직장인들이 특히 많은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셈이다. 점심시간에는 기존 카페들만으로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하니, 갈등이 생길 일도 없다. 인근에서 전통차를 판매하는 사장 E 씨는 “주변 호프집에서 커피를 파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만 판매하는 카페들과 갈등이 있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걸로 안다. 장사가 잘 안되는 카페도 점심에는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동의 직장인구는 31만 1879명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의 카페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시간대 카페 매출 평균은 월 714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9%를 차지한다. 지난해 11월 카페 수도 370개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연도별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페전문점이 아닌 호프집이나 노래방에서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는 매출 현황을 알기 어렵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여의도 카페의 전반적인 매출은 살짝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카페전문업으로 등록한 경우만 그렇다. 호프집은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커피를 추가해 파는 경우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카페 술집’,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도

 

카페와 술집을 병행하는 여의도 문화에 문제점도 있다.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으로, 주류를 판매하는 노래방은 ‘단란주점’으로 등록하는데, 이곳에서 점심에만 ‘카페’를 운영하는 건 식품위생법 위반 여지가 있다.

 

세무사 F 씨는 “카페로 이용하려면 업종을 추가해야 한다. 또 공간을 분리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두 개의 업종을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할 구청에 이런 상황을 전하자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단란주점이나 휴게음식점 같은 경우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식품위생법은 같은 공간에 2개 이상의 영업신고는 못 하게 돼 있다. 주간과 야간에 운영 형태가 다른 게 쟁점인데, 현재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해서 관련 사업장들을 점검해볼 방침이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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