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은 전투용 드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여러 전쟁에서 작게는 수십 그램에서 크게는 몇 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론들이 개발돼 실전에서 활약하는 가운데 한국은 전투용 소형드론 개발에 다른 나라보다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다만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드론 개발 프로그램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명 ‘S 드론’이라 불리는 드론들은 이미 S-1부터 S-9까지 9종류가 개발됐으며 천검 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드론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ADD는 2016년부터 군사용 드론 개발에 나섰지만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돼 실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ADD의 드론 연구 목적이 주로 핵심 기술 개발, 즉 해외에서 제공하거나 기업들이 연구하기 어려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드론을 개발했지, 실전에 투입할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사건이 ADD의 이런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ADD의 드론 개발 목적이 핵심 기술 개발인 것은 변함없지만 개발하는 드론 중 많은 숫자가 실전 투입을 전제로 개발되거나 이미 실전에 배치된 것이 존재한다.
ADD가 개발하거나 실전 투입된 드론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DD가 드론에 처음 도전한 것은 ‘GPS 재머(Jammer) 대응 소형무인기 기술 연구’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S-1 드론이다. 2016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개발한 S-1은 2016년 북한의 수도권 GPS 교란 사태로 군 작전과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보자 개발한 것이다. 북한의 GPS 교란 장비의 전파 위치를 추적해서 자폭 공격을 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S-2 드론은 S-1을 개량한 드론으로 S-1 탐색기를 교체해서 다목적 자폭 용도로 개발했다. S-1과 달리 전자광학/적외선(EO/IR) 탐색기를 장착해 어떤 표적이든 조준해서 파괴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최대 150km 밖의 표적을 공격하거나 1시간 넘게 적진 영공을 배회하면서 적을 찾을 수 있다. 취재에 따르면 현재 드론사령부의 임무 중 타격 임무를 담당하는 것이 S-2 드론으로, 세 자릿수 정도가 드론사령부에 배치돼 북한 드론 도발 시 보복 작전을 위한 전력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S-3부터 S-9까지 총 6종이 있다. 그중 민간 부분의 ‘드론 쇼’ 기능을 활용한 군집(Swarm) 드론 시험용 S-3와 드론끼리 네트워크로 운용하는 사출기 발사 방식 S-8 드론같이 드론 자체의 활용보다는 소프트웨어나 통신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드론들은 대부분 실전 용도로 사용할 수 있거나, 자폭 공격 임무가 가능한 ‘실전 공격용’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S-4 드론의 경우 25kg의 S-2 드론보다 작고 가벼운 8kg 중량이지만 캐니스터(Canister)라 불리는 발사기에 미사일처럼 수납된 것이 장점이다. 비행 성능은 S-2보다 떨어지지만, 보병이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어 유사시 북한의 최고 지도부나 고위급 장성과 같은 ‘VIP’를 암살하기 위한 특수부대용 무기로 안성맞춤이다.
ADD가 만드는 드론들이 더 있지만, 완성된 것보다는 비밀스럽게 개발 중인 것들이 많다. S-5와 S-7 드론은 정말 특이한 구조로 ‘드론 속의 드론’ 개념을 채택했다. ‘유·무인기 군집 협업을 위한 소형무인기 공중발사 기술 연구’라는 이름으로 연구 중인 이 드론은 ‘엄마 드론’인 S-5에 ‘아들 드론’인 두 개의 S-7을 장착하고 날아다닌다.
ADD가 독특한 구조의 드론을 만드는 이유는 드론사령부의 ‘광대역 드론 방어’를 위한 것이다. 최근 비즈한국에 올린 기사에 필자가 다룬 ‘대 드론 타격 요격 무인기’인 S-6가 군 중요시설을 방어하면, S-5는 S-6가 방어하지 않는 지역을 순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S-9 드론 역시 주목할 만한 미래 드론 기술에 도전하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간 장비다. 인공지능(AI) 기반 군집 무인기 통제 기술 연구라는 이름으로 2026년까지 개발되는 S-9은 S-3, S-8과 같은 군집 드론이지만, AI 기술을 적용한 ADD 최초의 드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여러 대의 드론이 마치 벌 떼(Swarm)처럼 몰려다니는 군집 드론에 AI를 결합하면, 조종사 통제 없이 스스로 드론끼리 충돌을 회피하고 상황에 따라 군집 형상을 최적의 형태로 알아서 바꿀 수 있다. 적이 드론을 요격할 때는 알아서 분산됐다가, 공격할 때는 한 곳으로 집중하는 형태로 몰려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ADD가 지금까지 만든 9종의 드론 외에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신형 무인기도 여러 가지 거론되고 있다. 그 중 ‘10번째 S 드론’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일명 ‘파이어 이글’(Fire Eagle)로 불리는 ALE(Air Launched Effects) 드론이다.
파이어 드론의 가장 큰 특징은 천검 미사일을 활용한 공격 드론이라는 것이다. 천검 미사일은 LAH의 핵심 무장으로, 광섬유로 조종사가 직접 미사일을 유도하다가 적 전차를 발견하면 미사일이 자동표적인식(ATR) 기능으로 자동으로 추적하여 파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천검 미사일의 영상 탐색기에 S-9 드론을 결합한 것이 바로 파이어 이글 드론이다.
파이어 이글은 미사일이 아니므로 발사 전 적의 위치를 모를 때에도 발사해서 적의 위치를 찾을 때까지 배회(Loitering)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LAH는 적이 발견할 수 없는 산등성이 너머의 사각지대에서 매복 공격을 수행할 수 있어 생존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또한 한번 쓰면 끝인 천검 미사일과 달리 파이어 이글 드론은 적을 공격하지 않으면 그물 회수 시스템으로 회수할 수 있다. 드론이 발견한 적 표적 정보를 후방지역의 K9 자주포가 받아서 사격하거나, 자주포가 사격한 표적의 폭격피해평가(BDA)를 수행할 수 있다.
ADD는 파이어 이글 드론을 위해 LAH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인 헬기 기반 다수 무인기 통제 소프트웨어’를 이미 개발했으며 천검 미사일과 같은 탐색기를 사용한 만큼 경제성과 기술적 리스크를 둘 다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ADD가 지금까지 진행한 시도와 성과는 대단히 자랑스럽지만, ADD의 연구 개발 과정이 양산과 다소 괴리된 부분은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우선 업체와 ADD의 드론 개발 프로젝트가 서로 ‘딴 살림’을 차리고 있어 융합이 필요하다. 가령 캐니스터 발사형 드론의 경우 KAI 등 여러 업체에서 개발하는 드론과 그 성격과 특징이 유사하나, 서로 독자적인 연구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돼 중복 투자가 우려된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이 획득을 추진 중인 공격 드론 사업과도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고 있어 기술 사장이 우려된다. 방사청이 공개한 공격 드론 사업 중 소형 공격 드론은 S-4, 중형 공격 드론은 S-2, 특수작전용 타격 무인항공기는 S-6 드론과 목표 성능과 기능이 비슷하거나, 체계개발 단계에서 목표 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방사청의 경우 신속 구매 및 획득을 위해서 ADD의 S 드론을 활용한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의 자체 연구 개발도 외면하고 대부분 외산 구매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ADD의 개발 기술이 사장됨은 물론, 중복 투자로 업계와 연구소가 같이 피해를 보고, 한국의 드론 시장도 성장하지 못한다. 특히 공격 드론의 경우 헬기, 전투기, 보병 휴대, 차량, 전차, 장갑차, 잠수함, 전투함, 그리고 드론에서 발사하고 운용해야 하므로 막대한 수량이 필요하고, 국내에 연구 및 생산역량이 꼭 필요하므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방사청은 현재 계획대로 상당수의 공격 드론을 수입하되, 공격 드론의 국내 개발 및 생산과 해외 도입을 같이하는 ‘양동 작전’을 펼쳐야 한다. 또한 ADD 드론과 업체 드론이 경쟁하는 것보다는 ADD가 ‘핵심 기술의 제공처’가 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ADD의 S 드론의 기술을 국내 방산업체에 이전하고, 방산업체는 ADD가 개발하지 않은 부분에 관한 기술 확보 및 성능개량에 나서야 우리 국방력 강화는 물론,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공격 드론은 최고의 첨단무기지만 저가 생산, 대량생산이 중요하다. ADD가 개발한 10종의 ‘S 시리즈’ 드론들이 실제 전장에서 활약하고, 국내 방산업체들이 첨단 공격 드론을 생산하고 군에 공급할 기회를 주도록 현재의 공격 드론 획득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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