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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1000원, 버스요금 70원" 정치인 당황시킨 그때 그 가격들

발권기에 지폐 겹쳐서 넣고, 엉뚱한 단말기에 교통카드 찍고…정답 못 맞춰도 진정성 보여줘야

2024.03.28(Thu) 17:23:00

[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875원이라는 가격을 “합리적”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물가를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물가 감각’ 논란은 오래됐다. 후보자가 아닌 현직임에도 물가에는 무지한 경우도 적잖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버스요금 70원’ 발언부터 한덕수 국무총리의 ‘택시요금 1000원’ 발언까지 정치인의 ‘​물가 감각’​ 사례를 살펴봤다. 

 

2020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동대문역에서 교통카드를 반대편에 찍어 논란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총리 “택시요금 1000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버스요금 1150원”

 

21대 총선을 열흘 정도 앞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윤 대통령이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됐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민생 점검 차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를 들고 이 같은 발언을 했다. 대파 시중 가격이 4250원까지 오른 상황이었지만 정부의 납품단가지원금 2000원, 농산물 할인 지원쿠폰 30%(375원), 농협 자체 할인 1000원이 적용돼 875원이 나왔고, 윤 대통령이 이를 두고 합리적이라고 하자 “물가를 잘 알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 방문 당일 875원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여주기식’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치인들의 ‘물가 감각’ 논란은 수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 불과 1년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택시요금 1000원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택시비도 올랐는데 얼마인지 아냐”라고 묻자 “기본요금 말하는 것인가. 한 1000원쯤 되지 않나”라고 답변을 한 것이다. 당시 기본요금은 4800원이었다. 이후 한 총리는 “이번에 인상되는 것에 대해 보고를 많이 듣고 고민을 했어서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2월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 인상한 것을 잘못 대답했다는 취지다. 앞서 한 총리는 이 의원이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을 묻는 말에도 “지금 한 2000원…”이라며 정확히 답하지 못했다. 서울시 시내버스 요금은 전체회의가 있기 2주 전 인상돼 1500원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논란이 되면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소환되기도 했다. 2008년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정 이사장은 당 대표 후보자 생방송 토론회에서 공성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서민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 이사장의 ‘재벌’, ‘귀족’ 이미지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정 이사장은 “요즘은 카드로 탄다. 한 번 탈 때 70원정도 하나”라고 대답했다. 당시 버스 기본요금은 1000원이었다. 정 이사장은 “총선 때 사당동에서 마을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그때 요금을 700원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고 답변을 하면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뒤 전당대회에서 꺼내든 교통카드가 일반인용이 아닌 청소년용으로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곤혹을 치러야 했다. 

 

그런가 하면 본인의 시정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8년 3선에 도전하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한 방송에서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을 묻는 말에 “1250원인데 교통카드를 찍으면 1150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교통카드 기준 지하철 기본운임은 1250원이었다. 이에 “본인이 시장으로 있는 곳도 알지 못하면 어떡하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승차권 발권기에 만원 두 장…엉뚱한 단말기에 교통카드 태그

 

행동으로 뭇매를 맞은 사례도 적지 않다. 2017년 대선 후보로 나섰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 당일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기에 1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집어넣고,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를 선택하면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가 자신을 “평시민”이라고 소개한 것과 다른 모습에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결국 며칠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제가 이제 온 지 6일째인데 다니면서 여러 활동을 했다. 여러분은 파리에 가서 전철을 끊을 때 금방 할 수 있나. 그걸 못한다고 비난하면 그게 공정한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2014년 정몽준 이사장이 서울의 한 고시원을 방문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정몽준 이사장 트위터

 

정몽준 이사장은 2014년 다시 한번 논란을 겪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당시 서울의 한 고시원을 방문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은 것. 한 경찰학원을 방문한 후 고시원을 찾은 것인데, 열악한 환경에 놀란 기색을 보여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집을 둘러보고 왔는데 정몽준 이사장 표정 나왔다” 등의 표현이 사용될 정도다. 정 이사장은 학원의 자율배식 식당과 노숙인 급식소 배식 봉사 활동에서 지나치게 많아 보이는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총선 선언을 한 2020년 동대문역에서 교통카드를 잘못 찍는 일이 있었다. 통상 개찰구 오른쪽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나와야 하는데 반대편에 찍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다른 출입구를 통해 나와야 했다. 특히 그는 만 67세로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하지만 굳이 교통카드를 찍으며 코스프레용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그는 지하철 내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옆 좌석에 일반 승객이 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이준석 당시 새로운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래도 총리님은 지하철 사진은 그만 찍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관용차를 타는 정치인이라면 택시, 버스 요금에 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혹은 정치를 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국민 눈높이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정답을 말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갖추고 있길 바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거 때마다 시장, 대중교통, 쪽방촌 등을 방문하며 ‘서민’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보여주기 보다 더욱 진정성 있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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