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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직급갈등③ 타인의 눈으로 나를 관찰해보는 노력

직급 간 세대 간극 감안하면 '갈등'은 필연적…억지 공감대 형성 대신 스스로를 인정해야

2024.03.28(Thu) 16:13:38

[비즈한국] 직급갈등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직급이 문제라기 보다는 모든 개인 간의 갈등이 일상이고 화두인 시대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갈등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직급갈등, 세대갈등 같은 단어는 비슷한 직책이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 혹은 어떤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관계를 아주 단순하면서도 과도하게 일반화시킨다. 사람의 특성을 카테고리로 나누고 범주화 하는 일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혹은, 선을 긋고 손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직장이라는 조직은 과도하게 개인을 일반화하여 분류하고 구획 짓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생성형 AI

 

그래서 인지 최근 들어 다양한 개인을 그저 한 덩어리로 뭉뚱그리고 마는 스스로의 안일한 태도 - 이를테면 ‘요즘 세대’, ‘젊은 친구들’ 이라는 말이 툭하고 입 밖으로 흘러 나올 때 - 에 미안함을 느끼고 자기검열 하기도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버티지 못하고 사직서나 진단서를 던지는 것이 ‘뉴 노멀’이냐며 혀를 차는 동료의 말에 대리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모든 면에 있어서 누구와 대화를 하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 진다.

 

모든 개인이 각자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 모두가 ‘나 다움’을 갖고 살아가는 다양성의 시대라는 커다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저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익숙하게 분류하고 구획 짓는 것이 과연 옳은 방식일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집단 안에서 과도한 일반화로 개인의 특성과 고유함이 묻히거나 사라지고 마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회사 조직이다.

 

보통 회사에서 하나의 ‘부서’단위는 2000년대 이후 출생인 사원-주임들과 1990년대 생인 대리-초임과장, 1980년대 생의 중간관리자급(과장-차장), 그리고 1970년대 ‘X세대’와 그 이전의 세대들(회사에 아직 남아있다는 가정하에)인 부장급 이상 관리자로 구성된다.

 

물론 초대졸이나 고졸을 포함하여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지 여부에 따라 신입사원의 입사 평균연령에도 차이가 있고, 직급에 대한 호칭이나 직책, 지위명칭을 구분하는 방법도 천차 만별이다. 위의 구분은 일반적으로 많이 통용되고 익숙한 직급명칭과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연령 통계를 바탕으로 했다.

 

직급 간 많게는 10여 년, 적게는 5~6년의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나면 ‘갈등’은 오히려 필연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10년, 아니 단 5년만 차이가 나도 서로의 문화적,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라온 시대 환경이 다르고, 배우는 학교 교과 과정이 다르고, 시기를 관통하는 주요 화두도, 유행하던 노래나 스타일도 계속 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무리 365일 젊고 트렌디하게 살려고 애쓴다 해도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직장에서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80년대 초반 생이라 가까스로 M세대 턱걸이는 했다면서 ‘나름 (마인드가) 젊은 중간관리자’로 인정받고 싶던 욕구는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와장창 깨져 버렸다. 지난 글에도 썼던 축구 대표팀 이야기가 한창 오가던 중에 2002년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 경험담을 꺼냈는데 팀원 하나가 ‘저 그 때 3살이었어요’ 라고 답하는 바람에 일순 분위기가 숙연해져 버렸다.

 

그 외에도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은 안 갖고 다녔겠군요.’ 라고 말하게 된다거나, 그때 그 시절의 빅 이벤트(1988 서울올림픽, 1993 대전엑스포, 2002 한일월드컵 등)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흥분하다가 어느 순간 혼자 떠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발버둥 치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이 많은, 그래서 세대 차이 나는, 그런데 안물안궁인 자기 이야기만 하는 외딴 섬이 되어가는 듯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곤 한다. 그럴 때야말로 입을 닫을 마지막 기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이 차가 10년이 나는 동생이 있어 모르면 물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제 새롭게 10대가 될 초등 어린이 2명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을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는 점, 보고 읽고 겪은 일들을 거름 삼아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젊꼰’도 ‘꼰대’도 아닌 경계에 버티고 서 있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평생을 통틀어 그저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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