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가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빗썸코리아는 3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승인했다. 인적분할한 신규 회사는 신사업을 맡고, 빗썸코리아는 거래소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빗썸을 둘러싼 복잡한 지배구조가 상장을 막는 리스크로 꼽히는 가운데, 최근 빗썸 자회사가 버킷스튜디오 건물에 입주해 눈길을 끈다.
#메타버스 자회사 ‘빗썸메타’, 빗썸라이브와 같은 건물에 입주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진 빗썸코리아의 자회사 ‘빗썸메타’가 버킷스튜디오(비덴트 모회사) 소유의 건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빗썸메타는 1월 9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의 이니셜타워 1 빌딩 5층으로 주소를 변경했다. 해당 건물은 빗썸과 버킷스튜디오가 60억 원씩 공동 투자한 라이브 커머스 업체 ‘빗썸라이브’가 입주한 곳이다. 빗썸메타는 설립 당시 빗썸홀딩스가 있던 강남구 역삼동의 삼원빌딩에 둥지를 틀었으나, 2022년 6월 대치동을 거쳐 올해 1월 이니셜타워 1로 이전했다.
빗썸메타는 빗썸코리아가 2022년 170억 원을 단독 출자해 세운 회사다. 소셜형 메타버스 플랫폼,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 블록체인 콘텐츠 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8월에는 2024년 오픈을 목표로 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네모월드’를 공개했지만, 경영난으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플랫폼 출시는 어려워졌다. 빗썸메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864만 원에 당기손실은 120억 원을 내는 등 적자가 심각하다. 빗썸코리아는 2023년 상반기 빗썸메타의 지분율을 100%에서 59%로 줄였다.
빗썸은 2022년 메타버스·NFT 관련 신사업을 펼치면서 버킷스튜디오와 각자 행보를 보여 주목 받았다. 빗썸라이브가 ‘메타버스·NFT를 접목한 커머스’를 목표로 출범했음에도, 빗썸이 6개월 만에 메타버스·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한 자회사 빗썸메타를 별도로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빗썸메타가 이니셜타워 1로 들어가면서 청산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빗썸 관계자는 “빗썸메타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NFT 마켓(네모마켓)만 운영하고 있다. 신규 사업은 하지 않고 기존 거래만 유지 중”이라며 “법인의 청산이나 폐업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사업을 축소하면서 적합한 공간을 찾아 이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빗썸라이브는 2021년 9월 빗썸과 버킷스튜디오가 함께 설립했지만 실질적으로 버킷스튜디오가 운영한 회사다. 대표 자리를 강지연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 대표가 맡았고, 빗썸과 뚜렷한 협업도 하지 않았다. 손실 규모가 2021년 말 10억 원에서 2년 만에 102억 원으로 급증한 빗썸라이브는 지난해 10월 파산했다. 빗썸코리아는 빗썸라이브의 지분 37.5%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앞두고 이정훈 전 의장 복귀 주목
2025년 하반기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빗썸코리아는 복잡한 지배구조, 자회사 부채 등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빗썸은 22일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인 ‘빗썸인베스트먼트(가칭)’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핵심 사업인 가상자산 거래소와 적자를 내는 신사업을 분리해 빗썸코리아의 IPO에 속도를 내려는 것.
분할은 5월 1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하며 분할기일은 6월 13일로 예정됐다. 신설법인은 지주 사업·투자사업·부동산임대업 등 신사업을 맡고, 존속법인인 빗썸코리아는 거래소 사업에 주력한다. 신설회사 정관에 따르면 투자 사업뿐만 아니라 상품 중개업,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상품권 발행 및 판매업, 환전업 등 유통·금융 사업까지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빗썸 측은 “각 법인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빗썸코리아 자회사의 실적 악화는 심각한 상태다. 2023년 3분기 기준 12개 자회사 중 8개가 적자를 냈다. 부채 규모도 작지 않다.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 업체 로똔다의 부채는 57억 원에 달했고 빗썸라이브는 21억 원, 빗썸메타는 8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3월 설립한 IT 개발사 ‘빗썸시스템즈’는 빗썸의 새 먹거리로 꼽혔지만 불과 1년 만에 해산했다.
빗썸코리아는 부진한 자회사를 정리하면서 거래소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모든 가상자산의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빗썸은 약 4개월간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2월부터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0.04%로 일괄 적용했다. 빗썸에 따르면 기존 자사 수수료(0.25%)나 업계 평균(0.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위 거래소 업비트(두나무)의 독주와 장기간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거치면서 빗썸은 주력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매출은 상반기 기준 2022년 2047억 원에서 2023년 827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2023년 3분기에는 6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수수료가 매출의 99.9%를 차지하는데도 무료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사용자를 끌어모은 이유다.
여기에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시장이 반짝 살아나면서 점유율을 올렸으나, 올해 실적 반등을 할지는 미지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시장에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도 살아난 것으로, 반감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ETF의 거래량도 감소할 것이다. 시장 활황은 예측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한편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경영 복귀가 점쳐지면서 ‘비덴트 리스크’를 떨칠지 주목된다. 이 전 의장은 BXA 코인 상장과 관련해 1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2020년 9월 빗썸홀딩스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이 전 의장은 지난해 10월 빗썸홀딩스 사내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29일 열리는 빗썸코리아 주총에는 이 전 의장의 이사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비덴트는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를 가진 최대 주주다. 빗썸홀딩스는 빗썸코리아 지분 73.56%를 가지고 있다. 비덴트는 빗썸코리아의 2대 주주(10.22%)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배구조 속에 강종현 씨가 비덴트 및 관계사의 주가 조작과 배임·횡령으로 구속되면서 실소유주 논란에 휘말리자, 빗썸은 비덴트 및 강 씨는 실소유주가 아니라며 선을 그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상장을 통해 투자 유치를 하려는 것 같지만 내부적인 문제나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성공할지 의문”이라며 “빗썸은 무엇보다 시장과 사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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