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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식품, 의약품에 화장품까지…'e라벨' 과연 효용성 있나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 저조, 비용 절감 효과는 엇갈려…식약처 "취약계층, 디지털 배움터에서 교육"

2024.03.26(Tue) 17:18:51

[비즈한국] 정부가 식의약 규제혁신 2.0 과제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 안전관리 혁신의 일환으로 e라벨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식품과 의약품 등에 적용됐던 e라벨은 25일부터 화장품에도 적용된다. 1년 간의 시범사업을 거친 후 법률 개정 또는 연장 여부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정부는 사용자 이용 편의와 업계의 비용 절감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데다 기업이 표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헤어 제품이 진열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부터 헤어 제품을 포함한 화장품을 대상으로 e라벨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사진=김초영 기자

 

#디지털 취약계층 소외·알권리 축소 가능성 존재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화장품 전자적 정보 제공(e라벨)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업체 6곳이 참여를 예고한 가운데 엘지생활건강이 첫 번째 타자로 나섰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엘지생활건강의 ‘엘라스틴 매직컨트롤’ 라인 6종이 e라벨을 적용해 출시했다. 다만 출시 첫날 엘지생활건강 공식 구매처에서는 아직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쿠팡에서 사전 예약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식약처 설명과 달리 ‘식약처 화장품 e라벨 시범사업 대상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확인하세요’ 등의 문구는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도 방문했지만 “아직 상품이 입고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은 “쿠팡에 선런칭한 제품으로, 4월 초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식약처가 지난해 5월 규제혁신 2.0 과제를 발표한 후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왔다. 9월부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며, 필요하거나 변경되는 사항들은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번호와 사용기한 등 필수사항은 제품 하단에 기재된다. 다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모두 신제품을 대상으로 e라벨을 적용한 만큼 e라벨 사용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인 만큼 신제품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대상이 아닌 헤어 제품의 뒷면에 제품 설명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사진=김초영 기자

 

e라벨은 정보 제공을 위해 마련됐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e라벨 이용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앞서 e라벨이 도입된 라면류의 경우 기자가 마트에 머무르는 1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e라벨을 들여다보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직장인 이 아무개 씨(32)는 “소스나 라면 등 QR코드가 표시된 상품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스캔을 해 본 적은 없다. 이벤트 참여를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상품 정보가 나오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못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더라도 QR코드를 스캔하는 방법을 모르기에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디지털 배움터 홈페이지를 통해 e라벨 이용법 등 디지털 역량 관련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알리고 있다. 이밖에 필수가 아닌 정보는 기업에게 표시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알 권리가 축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식약처가 주장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두고도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제품 포장이 변경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제품 처방이 바뀔 때, 제조 공장이 바뀔 때, 관련 규정이 바뀔 때를 비롯해 다양한 이유로 제품 포장은 바뀐다. e라벨은 시스템에서 정보를 수정해 바로 적용할 수 있어 포장 변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포장이 변경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표기해야 할 내용 관련 규정이 업데이트되거나 디자인 리뉴얼이 들어가는 경우 바뀌기는 하지만, 주기적으로 또는 짧은 기간 내에 바뀌지는 않는다. 성분이 변경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드물게 발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국 “​제품 설명 가독성 개선·비용 절감 도움될 것

 

화장품 e라벨 시범사업은 식의약 규제혁신 2.0 과제 가운데 하나다. 화장품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시행됐다. 기존에는 포장지에 명칭, 성분, 영업자 연락처, 사용기한 등이 모두 담겨야 했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명칭, 제조번호, 사용기한 등 주요 정보를 제외한 정보는 e라벨을 통해 업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주요 표시사항의 글자 크기가 커져 가독성이 개선되고,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편의가 향상됐다고 설명한다. 업계는 포장재를 변경하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줄어 비용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상품목은 국내에서 유통·판매하는 화장품으로 염모제, 탈염·탈색용 제품, 퍼머넌트 웨이브, 헤어 스트레이트너, 외음부 세정제 및 체모제거용 제품류를 제외한 제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의 일상적인 사용 환경 중 부작용이나 소비자 오용 우려가 적은 품목을 시범사업 대상 품목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업체는 e라벨 플랫폼의 구축과 운영이 가능한 영업자를 대상으로 선정됐다. 제조사로는 엘지생활건강(3월), 애경산업(4월), 코스모코스(6월), 동방코스메틱(6월)이, 수입사로는 엘오케이(4월), 록시땅코리아(4월)이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엘지생활건강은 신규 라인 6종을 대상으로 e라벨이 부착됐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신규 바디케어 제품 1종을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품목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적용 대상 품목은 별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앞선 시범사업으로 식품류에 e라벨이 표시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정부는 e라벨 적용을 규제혁신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확대해가고 있다. 2022년 식품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진행됐다. 음료나 유제품 등 표시 공간이 좁은 경우 글씨를 읽기 어렵거나, 수급 차질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성분 함량이 바뀌는 경우 포장지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의약품의 경우 허가사항 변경 시 종이로 된 첨부문서를 변경해야 하는 비효율을 없애고자 첨부문서를 용기나 포장에 표기된 e라벨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식약처는 지난해 병·의원에서 투여하는 주사제 27개 품목에 이어 바이오의약품 82개 품목을 올해 새로 선정했다. 화장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의 경우 오는 하반기 중간평가를 거쳐 법률 개정 또는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으로 용기·​포장을 통해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중요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향상하고, 나머지 정보는 우리나라 성인 대부분인 97%가 가진 스마트폰을 통해(한국갤럽, ’23년) 최신의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함으로, 향후 시범사업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e라벨 제도의 도입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고 본다.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전면에 안 내세우고 e라벨로 갈 가능성이 있다. 어떤 정보를 e라벨에 담을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도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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