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으로 꼽히는 세포라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세포라가 국내 사업을 접으면서 이제 뷰티 시장에 남은 플레이어는 올리브영과 시코르뿐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올리브영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고군분투 중인 시코르의 생존 전략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포라도 철수, 뷰티 시장 점령한 ‘올리브영’
지난 19일 세포라코리아는 국내 사업 철수 소식을 전했다.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종료를 결정했다”며 “2024년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매장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세포라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편집숍이다. 2019년 10월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 갤러리아 광교, 여의도 더 현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삼성동 파르나스몰, 신촌 현대 유플렉스에서 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코덕(코스메틱 덕후)’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세포라는 론칭 후 3년 내 매장 수를 14개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뷰티 시장이 직격타를 맞으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22년 1월 명동점을 폐점했고, 지난해에는 여의도 IFC몰의 매장도 정리했다. 작년 연말에는 2년 만에 더 현대 서울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사업 확장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도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의 올리브영 파워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업체가 뷰티 시장에 뛰어들어 업계 경쟁이 치열했으나 사실상 지금으로선 올리브영의 완승이라고 볼 수 있다. 뷰티 전문 스토어로서 올리브영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1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이 3조 8000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3조 6000억 원), LG생건(2조 8000억 원)의 매출액을 넘어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60억 원으로 전년(2745억 원)보다 70% 증가세를 보였다.
올리브영의 성장 동력은 차별화된 브랜드 소싱 역량으로 꼽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미샤, 더페이스샵 등 로드샵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뷰티 시장이 움직일 때 올리브영은 중소기업의 숨어있는 브랜드, 해외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소위 숨겨진 보석을 찾아낸 것”이라며 “올리브영이 일찍이 많은 브랜드를 선점해놨기 때문에 세포라나 다른 뷰티 편집숍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왔을 때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장 20여 개뿐인 시코르, 올리브영과 경쟁 속 생존 전략은
세포라 철수 소식에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된 것은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했던 시코르다. 시코르는 2016년 신세계가 세포라를 벤치마킹해 선보인 뷰티 편집숍으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현재 강남역점, 홍대점, 신세계 강남점 등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시코르는 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던 해외 화장품, 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던 고급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리브영이 중소기업 중심의 대중적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반면, 시코르는 고급 브랜드를 판매하며 럭셔리 이미지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뷰티 시장에서 자신감이 생긴 신세계백화점은 그간 백화점 내에만 출점하던 시코르를 2017년 12월에는 가두 매장으로 강남역에 출점하기도 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로드숍 형태의 시코르 매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시코르의 성장세는 2019년 이후 꺾인 분위기다. 2019년 30개까지 매장을 확대했던 시코르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매장 수가 20여 개로 줄었다. 온라인몰 ‘시코르닷컴’을 오픈하고, PB상품 강화에도 나섰으나 올리브영과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최근 세포라 철수 소식까지 들리자 일각에서는 시코르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3년간 시코르가 의미 있는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고 강조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22년 시코르 매출 신장률은 10%, 지난해에는 29.3%를 보였다. 3월 25일 기준 올해의 매출 신장률은 19.4%로 집계됐다.
시코르 매출이 확대된 데는 신규점 오픈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시코르는 스타필드 안성점을 열었고, 올해 1월에는 스타필드 수원점을 신규 출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규점 오픈의 영향도 있지만 엔데믹으로 국내 고객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 수요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론칭 초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대하겠다던 의지는 줄어든 모습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올리브영처럼 가두점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백화점, 스타필드 중심으로 매장을 선보여 유통시설의 차별화된 매장 등의 콘셉트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의 시장 독점에 신세계백화점의 전투력이 상실된 것 같다는 평도 나온다. 시코르를 론칭하던 당시 신세계는 차별화된 브랜드 소싱에 큰 공을 들였으나, 지금은 입점 브랜드가 올리브영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코르에 입점된 브랜드는 총 300여 개인데, 그중 약 60%가 올리브영에서도 만날 수 있는 브랜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점포 수를 확대해나간다면 (올리브영 독주 체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지가 없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보인다”라며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점포 수다. 점포가 많아야 매출도 오르고, 상품 사입도 수월하고, 판매가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점포 수 차이가 크면 판을 뒤집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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