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원금 받고 음식물 처리기 사세요”. 최근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 구매를 지원하는 지자체 사업이 늘고 있다. 가정마다 음식물처리기를 구매할 때 구입비나 설치비를 일부 지원하는 형태다. 지자체 지원 사업과 맞물려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음식물 처리기 확대가 실제 폐기물 저감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구입비용의 70%까지 지원하는 지자체까지 등장하면서 지자체 재원으로 음식물 처리기 제조 업체를 지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원사업 규모는 커졌는데…기준은?
지난해부터 가정용 음식물처리기를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자체마다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대부분 건조나 미생물 발효 등의 처리기를 대상으로 둔다.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70%까지 지원 규모도 제각각이다.
음식물 처리기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건조형 △분쇄형 △미생물 발효형이다. 이중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 하수관으로 배출하는 분쇄형 처리기는 ‘수질오염’ 논란으로 환경부 인증을 받은 제품이더라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관련기사 신축 아파트마다 설치한 음식물 분쇄기, 알고 보면 하수 늘리는 ‘불법’).
지원 액수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전광역시는 사업비 4억 원 규모로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감량처리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구입비용의 70%, 최대 70만 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서울시 일부 자치구도 50~70%가량 구입비용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음식물 처리기’ 지원사업이 없는 지자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너도나도’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자체별 지원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일각에선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 재원으로 음식물 처리기 제조업체를 지원한다는 지적이다. 음식물 처리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음식물 처리기 제조 회사는 20개도 채 되지 않는다. 요즘은 지원금 없이는 처리기를 구매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지자체가 제조회사들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음식물 처리기를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은 ‘성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미생물 발효형 처리기를 구매했다는 A 씨는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큰마음 먹고 구매했다. 그런데 사용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문제가 생겼다. 미생물이 계속 죽었고, 내부가 축축해서 물기가 계속 있었다. 광고 영상처럼 완전히 분해되는 형태도 아니었다. 처리가 안 되는 음식물도 많았다. 애프터서비스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건조형 처리기를 구입한 B 씨는 “구입하자마자 망가져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 생각보다 필터도 자주 갈아야 하고, 냄새도 많이 난다. 전기세와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처리기를 사용하는 게 더 좋은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 인증제도 없어…전문가 “효과 지켜봐야”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은 ‘인증’ 제품이더라도 성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단체표준, 환경표지, K마크, Q마크 중 1개 이상의 품질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모두 민간단체 인증으로 해당 인증서만 있으면 지원 대상이 된다.
문제는 정부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하수구로 배출되는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 외에는 별도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지원사업과 같은) 재정사업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에 설치하는 디스포저(분쇄형) 같은 경우 일부 정부인증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가정용 음식물처리기에 대해서 정부인증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는 지자체들은 ‘음식물 쓰레기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폐기물 처리 ‘저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조형이나 미생물 발효형 모두 처리 후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폐기된 음식물은 2020년 516만 톤, 2021년 488만 톤, 2022년 500만 톤 수준으로 연도별 큰 변화는 없다. 종량제봉투로 배출된 폐기물 역시 2020년 852톤, 2021년 882톤, 2022년 869톤 수준이다.
전문가는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음식물 처리기가 유의미하려면 건조 후 퇴비화로 연결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수준이다. 지자체에서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를 지원하는 건 지자체 차원의 음식물 쓰레기 수집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기 자체도 이전보다 성능이 좋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할 수 있다. 다만 가정마다 기기를 따로 두는 것보다 아파트 등에 대형 감량기를 설치해 건조하고 퇴비화 하는 게 최적의 모델이라고 본다.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의 효과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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