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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숙박비 인하하는데…호텔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에 소비자 부담만 늘어

어메니티 유상 판매로 호텔은 손해 볼 것 없어…호텔만 이득·정책 일관성 부족

2024.03.21(Thu) 11:41:19

[비즈한국] 정부가 이달 말부터 객실이 50개 이상인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 무상 제공을 금지했다.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호텔업계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무료로 제공하던 일회용품이 유상으로 바뀌면서 일각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호텔 욕실에 비치된 어메니티. 사진=조선호텔 제공

 

#호텔업, 대용량·다회용 디스펜서 설치…정책에 적극 참여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든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자원재활용법’이 3월 29일부터 시행된다. 관련 조항 제10조(1회용품의 사용 억제 등)에 따르면 관련 업종은 일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 다만 일회용품이 생분해성수지제품인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생분해성수지제품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도록 만든 제품이다.

 

환경부가 2019년 하반기 관련 법을 발표한 이후 4년 이상의 준비 시간이 있었다. 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호텔업계는 대부분 준비를 끝마친 분위기다. 국내 대형 호텔 일부는 어메니티를 다회용품으로 바꿨다. 어메니티는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욕실용품이나 머리끈, 빗 등 숙박하는데 필요한 비품들을 말한다.

 

국내 3대 호텔(롯데, 신라, 조선)은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을 대용량·다회용 디스펜서로 교체했다. 디스펜서는 내용물을 담아두는 용기를 말한다. 다회용 제품은 이물질 유입 우려가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이물질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개봉이 불가능한 논-리필러블(Non-Refilable) 용기를 사용 중이다”고 전했다. 기존 고급 어메니티를 제공해 오던 것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용량도 기존과 동일하게 호텔 브랜드에 맞는 등급의 제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정책에 호텔업계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아난티 호텔은 사람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비누 고체 형태인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포장지도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생분해성 용기를 사용 중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사용하고 남은 제품은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물 빠짐이 수월한 생분해성 용기와 종이 포장지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AC 호텔도 환경 보호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앞으로 무상 제공이 불가능한 칫솔이나 면도기 등을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판매한다. AC호텔 관계자는 “객실 어메니티 중 일부 품목을 볏짚이나 옥수숫대로 만든 친환경 제품으로 29일부터 유상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어메니티. 사진=AC호텔 제공

 

#호텔 배만 불리는 일회용품 유상 판매?

 

호텔업계는 정부의 취지에 맞게 일회용품 사용을 근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품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업계는 29일부터 무상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유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숙박하는 고객이나 깜빡하고 칫솔 등을 챙겨오지 않은 투숙객을 위해 고객 편의상 유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이다. 기존에 무료로 제공 받던 제품을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A 씨(30)는 “어메니티를 돈 주고 사면 호텔비에 추가로 비용이 더 발생한다. 편리함도 사라지고 쓰는 돈만 늘었다. 호텔만 이득 보는 장사”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면서 소비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만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dministration, EPA)은 지난해 일회용품 무상 제공 금지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숙박업소는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게 되면서 숙박료 5%를 할인해 준다. 숙박료를 줄일 수 있어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챙겨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포인트 적립 제도도 있다. 2년 전 라이즈 호텔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욕실용품을 다회용으로 바꾸고 생분해 재질로 제작한 일회용품을 판매했다. 호텔 측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메리어트 포인트 적립을 해주며 참여를 유인했다. 프로젝트를 한 달 동안 진행하면서 2박 이상 숙박하는 고객 중 55% 이상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일회용품 사용 근절은 동의한다. 다만 호텔이 무료로 제공해 오던 일회용품을 판매하게 되면서 고객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비용만 늘게 된다. 가격을 내려주는 것도 아니니 사업자만 유리하고 소비자 이익은 줄어드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며 “음식점이나 카페에 적용하던 일회용품 규제는 철회하고 숙박업에서는 정책을 강화했다. 모든 장소에서 똑같이 일회용품을 못 쓰게 해야 소비자들이 혼동하지 않고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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