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이 올해 한국산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제품의 상계 관세 인상을 검토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외국산 철강에 60% 고관세를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혀 철강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향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선 미국 현지 공장 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2년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를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값싼 전기료가 보조금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이 현지에 수출한 2022년산 후판에 대해 각각 2.21%, 1.93%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후판 제품에 대한 미 상무부 예비판정은 오는 5월 나올 예정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철강사들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상계 관계 인상이 부당하다는 것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제소를 진행해도 결과를 낙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부과한 철강 관세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7일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와 관련한 미국 철강 수입업체들의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세로 인해 수입 비용이 늘어난 미 철강업체들은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했다며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이에 업체들이 대법원에 심리를 요청한 것이다.
관세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한국 철강업계도 미국 법원을 통해 관세 철폐 길이 막힌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미국 대비 저렴한 전기료와 인건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했는데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약 40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가 또다시 전기료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기료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은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이러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의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철강 덤핑 방지를 위해 50%의 강력한 관세를 부과했는데 솔직히 그보다 더 높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업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 공장을 건설하는 고육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일본은 현지 기업 인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계 4위 철강사 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 US 스틸을 작년 12월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공장 설립보다 시간이 덜 드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투자 금액만 141억 달러(18조 3000억 원)다.
일각에선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맞서 한국산 철강 제품에 우호적인 통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민관이 공조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경우 외국 정부를 상대로 설명하고 법적 조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불합리한 무역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업계와 협력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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