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은행이 호실적을 내며 ‘리딩뱅크’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이어가던 하나은행은 최근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으며 임원진의 사법 리스크를 덜었다. 다만 금융당국이 상고 방침을 밝힌 데다 DLF 사태 이후에도 사모펀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불완전판매 문제가 잇단 터라, 2년 연속 달게 된 1위 타이틀을 앞으로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 DLF 관련 소송에 끝까지 나설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전 하나은행장)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라면서도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대한 법적 쟁점과 관련해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사법부의 최종적인 입장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금감원은 2심 재판에서 내부통제 기준의 ‘마련 의무’ 위반을 판단하는 범위와 기준이 축소됐다고 보고, 법리적 평가를 다시 받아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결을 번복하는 목적보단, 앞으로 유사한 사안을 감독할 때 위반 기준을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은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항소심 판결의 법리적인 부분을 따지는 ‘법률심’이다. 1심과 2심에서 상이한 결과가 나온 만큼, 대법원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와 관련한 처분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주목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19년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에서 △불완전판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금감원 검사 업무 방해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2020년 3월 사모펀드 신규 판매 업무 정지 6개월과 과태료 167억 8000만 원을, 은행장으로 재임 중이던 함 회장은 문책 경고 상당의 처분을 받았다. 문책 경고 이상의 처분은 연임 및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판결을 받아 희비가 갈렸다. 하나은행과 함 회장 등 임원진은 2020년 6월 제재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22년 3월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단해 금융당국의 손을 들었다. 함 회장과 더불어 DLF 사태로 법정에 선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1년 8월 제재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하지만 2월 29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함 회장 등의 제재를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다만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금감원의 검사방해 행위 등에 대해서는 처분을 유지했다. 함 회장 측은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날인 2월 28일 서울고법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의 명확성 등을 판단해달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 4일 이를 기각했다.
함영주 회장은 이번 승소로 사법 리스크 하나를 덜었다. 함 회장은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서 부당 개입, 차별 등을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023년 11월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받아 상고에 나선 상태다.
하나은행은 제재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한 판결에 따라,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 업무 정지 기간은 2020년 3월 5일부터 6개월이었으나 소송이 2심까지 이어지면서 두 차례 중단됐다. 하나은행은 “상고심 역시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더불어 향후에도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만년 3위’ 타이틀을 벗고 리딩뱅크 자리 굳히기에 돌입한 하나은행이 연이은 불완전판매로 잃은 신뢰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올해는 수조 원 손실이 예고된 홍콩 H 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도 해결해야 한다. 하나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는 2조 원대로 타 금융사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불완전판매 여부와 자율배상, 분쟁조정 등이 남았다. 반면 DLF 사태로 곤욕을 치렀던 우리은행은 홍콩 H 지수 ELS 판매에 보수적으로 나선 덕에 판매 규모가 400억 원대에 그쳤다. 업계에선 은행권의 본격적인 배상 논의는 주주총회가 끝난 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은행은 2022~2023년 호실적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차지한 상태다. 2023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3조 4766억 원을 기록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KB국민은행 3조 2615억 원, 신한은행 3조 677억 원, 우리은행 2조 5159억 원 순으로 이었다. 하나은행은 2022년 순이익 3조 958억 원을 내며 4대 시중은행 중 1위에 올라,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업계 톱으로 꼽히는 이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1등’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모델인 축구선수 손흥민에 이어 올해 2월에는 국민 가수 임영웅을 신규 모델로 선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라는 카피를 걸고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임영웅 포토 카드·포스터를 지급하는 등 팬 영입에 나섰는데, ‘영업점 오픈런’ 등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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