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군의 공중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이 해외 업체들의 ‘갑질’ 논란으로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결격 사유로 인해 재입찰이 무산될 경우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군은 최근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사업 입찰을 진행했다. 현재 운용 중인 4기의 피스아이만으로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감시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31년까지 총 3조 900억 원을 투입하는 이번 사업에는 미국 보잉과 L3해리스, 스웨덴 사브 등이 참여했다. 보잉은 E-737 개량형 ‘E-7A’, 스웨덴 사브는 ‘글로벌아이’, L3해리스는 ‘글로벌6500’에 이스라엘 IAI의 최첨단 레이더를 탑재한 모델을 내세웠다. 다만 1차 사업 당시 항공기를 납품한 보잉을 포함한 또 다른 해외 기업 한 곳이 우리 정부의 요청대로 입찰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달 27일 재공고가 이뤄져 입찰서류등록은 18일, 제안서는 19일까지 다시 받을 예정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결격사유가 나온 곳은 두 곳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3개 업체 중) 2개 업체에서 낸 제안서에 빠진 요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로 2개 업체가 제안하는 기종이 사업 대상 장비에 포함되지 못하면, 경쟁 체제가 성립하기 어렵다.
가장 논란이 된 방산업체는 보잉사다. 보잉은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한글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국외 구매 시 한글 제안서 우선 원칙에 따라 한글본을 함께 요구하는데, 보잉은 영문 제안서만 제출한 것이다.
보잉은 상업구매(DCS)가 아닌 미 정부가 판매하는 대외군사판매(FMS)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 정부가 제안서를 작성할 때 보안이나 오역 등의 우려로 타국어로 번역해 제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F-35A 스텔스 전투기 구매 사업 때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똑같은 FMS 방식으로 진행하면서도 한글본을 제출한 전례가 있다. 보잉 관계자는 “1차와 달리 2차 사업은 FMS 절차로 인해 미국 정부가 서류 등 모든 것을 진행한다”며 “다른 비행기가 더 우수하다면 선택해도 좋지만 실존하는 비행기는 보잉사 기기뿐이며 현재 운용 중인 기종도 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사청은 해외 대형 업체 무기체계 도입 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활용한 산업협력 추진으로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기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구매 사업에도 국내 탑재장비 조건화 등 국내 부품·구성품 활용 조건을 제안서 평가 기준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장비 업체들이 보잉사에 자사 장비 탑재를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보잉은 우리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과도하게 초과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브 관계자는 “제2차 조기경보 통제사업과 관련해 한국의 기대를 충족하는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부터 항공기 개량·개조, 한국 내 생산, 기술이전, 업체들과의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한국 공군과의 협력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L3해리스와 사브 중 한 업체도 우리 정부가 요구한 신용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방사청은 몇 곳의 신용평가사를 제시하고 이들로부터 평가받은 신용보고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다른 신용평가서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 아울러 필수 사항인 현지 시험평가 계획도 제안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3해리스 관계자는 “방사청으로부터 결격사유로 지적받은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제안서를 다시 접수한 뒤 검토해 대상 장비를 선정하고 협상과 시험평가 등을 진행, 종합평가를 실시해서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방산 관계자는 “전 세계 방산 최고 기업도 한글본을 제출하고 정성을 들여 사업을 가져갔는데, 이번 업체들이 우리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며 “재공고에도 한글본 제안서 제출 등 요구 사항이 같은데 (업체들이 따르지 않아) 사업 진행이 장기화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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