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쿠팡을 견제할 만큼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지적도 들려온다.
#과일, 육류, 밀키트까지…국내 대기업도 속속 입점
지난 12일 알리익스프레스 앱 상단 배너에 강원도 한우 프로모션 광고가 개재됐다. 1+등급의 한우 등심, 불고기, 국거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였다. 1+등급 한우 불고기 300g과 국거리 300g 등 한우 2팩을 주문했다. 결제 금액은 약 1만 5000원. 배송비도 무료였다. 같은 날 쿠팡 로켓프레시에서는 1+등급 한우 불고기 300g과 국거리 300g을 각각 1만 3000원대, 1만 6000원대에 판매 중이었다. 알리에서 로켓프레시의 절반 가격에 한우를 ‘득템’한 셈이다.
12일 오후 주문한 상품은 예상 배송일이 15일로 지정됐다. 문득 일전에 알리에서 주문한 상품을 구매일로부터 한 달 후쯤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알리는 ‘지정일보다 배송이 지연된다면 보상 쿠폰(1300원)을 제공하겠다’는 확신의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문 다음날, 상품의 택배 배송이 시작됐다는 문자가 전달됐다. 그리고 배송 예정일보다 하루 빠른 14일 상품이 도착했다. 판매처는 농협 라이블리로 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국내산 축산물 전문 온라인몰이다. 상품 포장지에는 ‘강원 한우’라고 적혔고, 고기가 가공 포장된 날짜는 배송 하루 전인 13일이었다. 가격은 저렴하고 배송은 빨랐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품 위주의 상품에서 식품까지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달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인 셀러가 입점해 판매할 수 있는 케이 베뉴(K-venue)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한국P&G 등은 발 빠르게 입점해 샴푸, 치약 등의 생활용품 판매에 나섰다.
식품 판매처도 하나둘 입점하면서 알리에서 과일, 육류, 밀키트 등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알리는 신선식품 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신규 고객 유입에 적극 나섰다. 딸기 750g을 4000원대에 판매하거나, 강원도 한우를 반값에 판매하는 행사 등도 진행했다. 한 고객은 “알리에서 과일이나 육류를 구매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구매 전까지는 품질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상품을 받고 나니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일시적 할인 행사를 제외하더라도 알리의 국내 배송 상품 가격은 다른 이커머스보다 20~40%가량 저렴한 편이다. 한 셀러는 “가격을 비교하려고 알리에서 국내 배송 상품 몇 가지를 구매했는데 네이버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30% 정도 저렴하더라. 기존 플랫폼의 경계심이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 내 온라인 셀러 절반 사라질 것” 위기감 고조
알리가 식품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셀러들의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알리가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설 때만 해도 셀러들은 ‘식품’만큼은 알리 공습 속에서도 안전지대가 될 것으로 추측했다. 공산품 판매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알리가 진출할 수 없는 식품군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겠다는 셀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알리가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하자 셀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한 셀러는 “몇 년 내로 온라인 셀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몇 달 전만 해도 ‘어떻게 알리와 맞서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알리에 입점해 살아갈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가 셀러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지원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셀러들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이탈해 알리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이용자와 셀러를 얼마나 확보하냐가 중요하다. 알리는 사용자 숫자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와 견주어 적지 않다. 이용자가 많은데 수수료까지 무료라면 셀러들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쿠팡에서 알리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쿠팡이 받게 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알리는 국내 법인사업자에게만 입점 기회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추후 개인사업자에게 입점 기회가 확대돼 개인 셀러들이 알리로 이동하게 된다면 이커머스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의 이용자 숫자는 약 620만 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네이버(4297만 명), 쿠팡(3013만 명), 11번가(736만 명)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사용자 숫자다. 알리의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월 사용자 숫자가 424만 명으로 업계 5위 자리에 머물렀으나 3개월 만에 사용자가 32% 늘어 G마켓을 앞질렀다. 6개월 전만 해도 이용자 숫자가 2배 가까이 차이 났던 11번가의 뒤도 바짝 추격 중이다.
알리는 올해 안에 통합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또 고객 클레임, 문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강동, 춘천 고객센터에서 대규모 상담사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가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인다면 향후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쿠팡이나 네이버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플랫폼은 충성고객의 수가 적다. 가격 변동에 따라 여러 플랫폼을 교차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가격이 저렴한 알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들은 고객을 묶어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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