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두고 갈등을 겪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필리핀 잠수함 사업에서 맞붙는 등 동남아 특수선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Janes)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양 방산 지출 규모는 2030년 1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으로 지역 전반에서 안보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그 가운데 필리핀은 태평양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이어서 해군력 증강에 관심이 크다. 특히 중국과 이미 여러 차례 충돌하며 갈등이 심화되어 3조 원 규모의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두고 우리나라 방산 기업 두 곳이 격돌했다.
부정당 업체 제재에서 벗어난 HD현대중공업은 동남아시아에서 특수선 사업 확장에 곧바로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개념설계 등 기밀을 유출해 2022년 ‘부정당 업체’로 지정됐었다. 이로 인해 3년간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으나 지난 2월 방위사업청이 계약심의회를 열어 행정지도로 제재를 확정하면서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필리핀 마닐라 보니파시오에 특수선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개소했다. 이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수출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곳에는 특수선 사업부 소속 설계 엔지니어와 유지·보수·정비(MRO), 영업 담당 직원들이 파견돼 필리핀 해군에 기술 지원과 보증수리 컨설팅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에 함정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사업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해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을 위해 호위함 6척과 초계함 12척을 확보하는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추진하면서 HD현대중공업에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OPV) 6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발주한 바 있다.
경쟁상대인 한화오션은 최근 태국의 방산전시회 D&S에 참가해 특수선을 홍보했다. 2000톤급 수출형 전투함과 태국에 수출했던 3000톤급 호위함, 장보고-III 3000톤급 잠수함, 미래 무인전력지휘통제함 등을 동남아시아 국가 관계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특히 전시회에서 필리핀 국방부 관계자들을 만나 잠수함 수출 등 사업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리네오 에스피노(Irineo Cruz Espino) 필리핀 국방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극비리에 방문해 최첨단 잠수함 건조와 정비 능력을 직접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필리핀 해군의 고위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통해 그들의 요구에 맞는 최적의 패키지를 파악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600톤급 중형잠수함 장보고III 배치(Batch)-II 3번함 건조사업을 연달아 수주했다. 현재 동남아 지역 최고의 전함으로 평가는 3000톤급 호위함을 태국에 수출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양 사는 특수선 시장의 성장세를 내다보고, 수주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연초 올해 수주 목표치에서 특수선 사업 목표를 9억 8800만 달러(1조 3000억 원)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추정 실적보다 무려 615%나 높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30년까지 특수선 사업 매출 목표를 2조 원으로 잡았다. 현재 매출보다 2배로 늘려 ‘특수선 사업’ 독자 운영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이 인수한 이후부터 특수선 등 방산 분야의 전방위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 5000억 원의 자금 중 6000억 원을 방산에 투자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화그룹의 방산 수직계열화 전략에 방점을 찍겠다는 각오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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