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빅3’ 영화관의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위기설’이 나오지만, ‘별세계’에 있는 영화관이 있다.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아리랑시네센터 이야기다. 일명 ‘아세권(아리랑시네센터 인근 지역)’ 주민들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보다 ‘영화관’을 더 자주 찾는다. 요즘 영화업계 분위기와 달리 ‘동네 영화관’이 인기를 누리는 모양새다.
#“조조 4000원” 저렴한 가격에 키즈존까지 갖춰
성북구에 있는 ‘국내 최초 공립 영화관’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형 영화관, 멀티플렉스의 부진이 이어지지만, 이곳은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지난 2004년 개관한 아리랑시네센터는 성북구청이 만든 공립 영화관이다. 현재는 성북구가 일부 예산을 지원해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코로나 기간 잠시 문을 닫았다 지난 2022년 ‘재개관’한 후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성인 7000원, 경로우대·조조 4000원, 단체 5000원”. 요즘은 보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이다. 조조 영화값도 ‘만 원’은 하는 시대. 저렴한 티켓값이 ‘진풍경’을 낳았다. 지난 10일, 아리랑시네센터는 주말을 맞아 영화를 보러온 주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주민 A 씨는 “영화 ‘파묘’를 보러 가족들과 왔다. 아이들과 함께 놀 공간도 있고, 큰 영화관과도 차이가 별로 없어 자주 온다. 주차장도 넓고 좋다”고 말했다.
아리랑시네센터의 상영관은 총 3개로 좌석은 각 175석, 156석, 125석을 갖췄다. 여느 영화관과 비교해도 작지 않다. 1, 2관은 상업 영화를, 3관은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모든 상영관마다 장애인석이 별도로 있다.
그러다 보니 ‘퀄리티’에도 호평을 받는다. 20대 주민 B 씨는 “최근에 영화값이 너무 올라 부담이 됐다. 이곳은 가격이 저렴해서 큰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영화관 홀, 내부, 화장실 모두 깨끗해서 좋았다. 스크린 크기도 기존 영화관과 크게 다를 게 없었고 좌석도 넓고 편했다. 음향도 매우 좋아 기존 영화관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좋다. 지하 1층에 ‘키즈존’이 있기 때문이다. 여느 영화관처럼 매점도 있다. 바로 옆 건물에는 ‘아리랑 도서관’, ‘카페’도 있어 멀티플렉스처럼 즐길 수 있다.
20대 주민 C 씨는 “요즘 이 인근을 ‘아세권’이라고 한다더라. 그만큼 아리랑시네센터 인기가 높아졌다.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보통 영화를 본 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 간다”고 말했다. 주민 D 씨도 “오랜만에 아이와 데이트 왔다. 조조로 보면 4000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 요즘 이렇게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성북구청은 “아리랑시네센터는 2004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 공립 영화관으로, 관람 요금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평소 영화 관람에 대한 욕구가 있어도 여의치 않은 육아맘, 어르신, 장애인 등이 아이나 동행자와 함께 편안하게 관람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영화관의 쇠락…과연 OTT 때문일까
성북구청에 따르면 2023년 아리랑시네센터의 관람객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올해 1~2월 관객도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요즘’ 영화 업계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이 ‘아리랑시네센터’를 선택한 큰 이유라고 말한다. 60대 주민 E 씨는 “딸이 휴대폰에 (OTT 앱을) 이것저것 설치는 해줬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른다. 영화관을 가도 다들 미리 예약해 와서 그냥 보기 어렵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잘 안 가게 됐다. 그런데 여기는 가격도 저렴하고, 집과 가까우니 바로 와서 예매해도 돼서 너무 좋다. 아리랑시네센터를 알게 된 후부터는 매달 한 번 이상은 영화를 보러 온다”고 전했다.
편리한 결제 방식도 인기 요인이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온라인 예매, 키오스크 발권, 티켓박스 현장 발권 모두 가능하다. 70대 F 씨는 “다른 영화관은 직원이 없어서 보러 가기도 힘들다. 여기는 버스만 타면 금방 오고, 직원들도 있어서 바로 표를 사면 된다. 어딜 가도 요즘은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여기는 가족 단위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20대 G 씨는 “성북구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 최근 ‘아리랑시네센터’가 있는 걸 알게 됐다. 동네 영화관인데, 규모도 크고 다양한 영화도 많이 상영한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독립영화관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안타까웠는데, 이곳에서는 볼 수 있다. 요즘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아리랑시네센터로 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OTT는 이미 수요가 한정적이다. 특히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이를 잘 소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OTT 때문에 영화 수요가 적다고만은 볼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영화 수요를 늘리려면 특정시간대에 ‘할인’을 더 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 아리랑시네센터와 같이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식도 긍정적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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