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작년 EU집행위원회는 유럽 기업이 환경, 사회 및 기업 지배구조(ESG)를 개선하는 노력과 이니셔티브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유럽 내 상장 대기업을 시작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되었다. 현재는 대기업만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곧 중소기업들에게까지 공시 의무대상이 확대될 것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스타트업들에게도 지속 가능성을 향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OECD가 발간한 2023년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리포트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의 40%를 차지하지만, 3분의 1만이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환경표지 인증제도가 활발히 실행되면서 유럽의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은 비영리 친환경 인증제도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ESG 공시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인력은 부족하더라도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기업을 위한 글로벌 친환경 인증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여섯 가지 인증 제도를 소개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ISO 14001’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에서 제정한 국제 표준인 ISO 14001은 환경 기업은 다 알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증마크이자 환경 경영 시스템(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 EMS)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와 조직에 적합한 인증이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글로벌 인증제도다. 의무적인 규정 준수 기반이 아니라 조직이 환경적 책임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향후 소규모 기업이 환경 규제 요건을 준수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유리하다.
#파타고니아도 받은 ‘비콥’
지난 칼럼에서도 잠깐 다뤘던 비콥 인증(B Corp Certification)은 비영리 단체인 B Lab에서 수여하는 인증으로, 엄격한 ESG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영리 조직에게만 주어진다. 평가는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포함하여 기업의 전체 운영을 고려한다. 인증을 획득하려면 B 영향 평가에서 2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며, 재정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공익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경 경영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91개국 7000여 개가 넘는 인증기업이 있고, 이들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주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 또한 비콥 인증을 기업의 책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뢰의 지표로 바라보고 있다.
#친환경 건물 등급 시스템 ‘리드’
에너지 및 환경 디자인 리더십(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친환경 건물 등급 시스템으로 비영리단체인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 USGBC)가 개발했다. 지속 가능한 부지, 물 사용 효율성, 에너지와 대기, 자재와 자원, 실내 환경 품질 등 여러 범주에 걸쳐 다양한 친환경 건축 전략에 대한 점수를 획득하고, 점수에 따라 인증, 실버, 골드, 플래티넘 등으로 등급을 매긴다.
현재 전 세계 약 20만 개의 프로젝트가 186개 국가 및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LEED는 효율적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친환경 건물 설계와 운영을 장려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와 정부들도 LEED 인증을 우호적으로 여긴다.
#초기 기업에 도움 되는 GBB
그린 비즈니스 벤치마크(Green Business Benchmark, GBB)는 앞의 세 가지 인증 제도보다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산업에서 기업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가져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증제도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 온라인 평가 및 관리 소프트웨어도 함께 운영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포괄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데 큰 장점이 있다.
다른 많은 인증 제도가 기업이 어떤 ESG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는지를 평가한다면, GBB는 현재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 점수화하고,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니셔티브를 안내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초기의 환경 기업에게 접근성이 좋은 인증 제도다.
#제조 전 과정을 평가하는 ‘그린실’
그린실(Green Seal)은 에코라벨링 운동을 개척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로, 많은 제조업체 및 서비스 제공업체가 선택한 인증 마크다. 그린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에코라벨링 단체 네트워크인 글로벌 에코라벨링 네트워크(Global Ecolabelling Network, GEN)의 창립멤버로서 30년 동안 지속 가능성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미국의 다국적 대기업 오피스디포(Office Depot), 3M 등이 이 인증을 획득했다.
원자재, 제조 공정, 사용, 폐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과학 기반 환경 인증의 표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부터 제조, 유통, 사용 및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전과정평가)의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는 요즘 글로벌 제조업체들에게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인증제도다.
#업사이클링에 초점 ‘크래들 투 크래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순환경제는 자원의 소모와 폐기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재생하고 재사용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이다. 크래들 투 크래들(Cradle to Cradle, C2C)은 오래전부터 업사이클링에 초점을 맞춰왔다. C2C 인증은 안전하고, 순환이 가능하며, 책임감 있게 만들어진 제품임을 증명하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산업,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C2C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재료 무해성, 재료 재활용,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폐수 관리, 사회적 책임 등 5가지 지속 가능성 범주에서 재료와 제품의 안전성, 순환성, 책임성을 평가한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2022년 IBM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고 건강 및 웰빙 혜택을 제공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찾는 ‘목적 중심’ 소비자가 44%에 달한다. 편의성에 중심을 둔 ‘가치 중심’ 소비자를 추월했다.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는 목적 중심 소비자의 84%는 검증 가능하고 지속 가능 경영을 하는 브랜드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친환경 인증을 통해 규제에 대비하는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친환경 기업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이제 기업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필자 김은빈은 해외에서 국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속 가능성 및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베를린의 123팩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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