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 티몬의 독특한 마케팅에 눈길이 쏠린다. ‘타임딜’의 원조인 티몬은 연중 내내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최근에는 할인권 응모, 상품권 선주문 등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대금을 받고 상품이나 환급액은 한참 후 지급하는 이 같은 방식을 두고 ‘현금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티몬 앱에선 매주 ‘럭키티몬박스’라는 특가전이 열리고 있다. ‘응모딜’에서 추첨을 통해 상품을 초특가로 구입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월·수·금요일마다 상품을 공개한다. 소비자는 상품 가격의 최대 99%까지 할인된 응모권을 구매하는데, 당첨 시 응모권 가격으로 상품을 얻는다. 럭키티몬박스로 판매하는 상품은 스타벅스 금액권부터 태블릿 PC, 청소기, 스마트폰까지 다양하다. 고가의 상품을 초특가에 파는 만큼 당첨자는 단 한 명이다.
예를 들어 3월 1주 차엔 아이패드 프로 응모딜이 정가 124만 9000원에서 97% 할인한 3만 원에 열렸다. 당첨자는 응모권 가격인 3만 원만 내고 아이패드 프로를 받을 수 있다. 응모 열기도 뜨겁다. 이벤트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오후 2시 20분 기준 아이패드 프로의 응모권은 3220개 넘게 판매됐다. 단순 계산으로도 9600만 원어치다. 가격이 100원이던 스타벅스 5만 원권의 응모권 구매 수량은 7만 개를 넘어섰다.
손해 볼 것 없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으로 보이지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응모권 결제액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티몬은 럭키티몬박스의 결제액을 이벤트가 끝나면 ‘티몬캐시’로 환급한다고 명시했다. 환급이 즉각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환급일이 ‘당첨자 발표 후 7일 이내’라서다. 럭키티몬박스의 응모딜은 일주일 단위로 열리는데, 당첨자 발표는 한 주가 더 지나 돌아오는 월요일에 진행한다. 예를 들어 3월 11~17일까지 열린 딜의 당첨자는 3월 25일 월요일 오후 1시에 공개한다. 이벤트 첫날인 11일에 응모했다면 환급까지 최대 3주가 걸리는 셈이다.
티몬 관계자는 “럭키티몬박스가 고객 유입과 재방문을 위한 마케팅이기 때문에 티몬캐시로 환급하고 있다”며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환급 지연에 대해서는 “고객의 응모 이력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있어 당첨 발표까지 시간이 걸린다”라고 답했다.
티몬캐시는 티몬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신유형 상품권의 일종으로, 금액권을 구매해 충전할 수 있다. 만약 아이패드 프로에 매일 응모하고 낙첨됐다면 환급액 21만 원(7일간 3만 원씩 구매)을 모두 티몬 생태계에서 써야 한다. 티몬캐시로는 상품권 등 환금성 상품이나 귀금속, 항공권, 온라인 이용권, 도서정가제 상품 등은 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을 늘리고 록인 효과까지 내는 영리한 상품”이라며 “티몬을 자주 찾지 않는 소비자라도 1년에 생필품 한두 번은 구매할 테니 캐시로 받더라도 응모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대금을 받고 한참 후 상품을 주거나 환급하는 방식이 ‘현금 확보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티몬은 상품권 딜에도 ‘선주문 할인’을 도입했다. 선주문 할인이란 매월 일정 기간에 높은 할인율로 상품권을 판매하고, 상품권 번호는 다음 달에 발송하는 프로모션이다. 오픈마켓에서 상품권을 구매하고 차액을 얻는 ‘상테크족(상품권 재테크)’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발송 지연·미지급 등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있다. 티몬 관계자는 “상품권 번호 발송 전까지는 언제든지 환불 가능하다”라며 “만에 하나 판매업체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면 티몬에서 환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판매는 이커머스가 현금을 당기고 볼륨을 키우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현금 흐름을 관리하거나 거래액, 매출 지표 등 실적 목표를 맞출 때 쓴다”며 “상품권 판매업체와 연간 물량, 결제 조건은 사전에 합의했을 것이다. 선판매 과정에서 이자 비용으로 인한 수익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티몬 측은 “상품권 판매업체와의 대금 정산 시기는 공개하기 어렵다”라며 “선주문 할인은 예약 판매 형태로 판매자가 수량을 예측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더 저렴하게 제공 가능하다”고 전했다.
티몬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적자가 심각한 데다 매출은 2019년부터 4년 연속 감소했다. 2022년 티몬은 매출 1205억 원에 영업손실 152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 줄고, 손실은 100.8% 늘어난 수치다. 2022년 현금흐름표를 보면 빚은 줄었지만(재무현금흐름 적자), 영업현금흐름은 2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티몬은 E쿠폰 중심의 할인 프로모션을 다방면으로 진행해왔다. 상품권, 응모권 판매뿐만 아니라, 추첨으로 상품권이나 교환권을 주는 ‘0원’ 이벤트도 꾸준히 연다. 소비자 유인과 거래액 확대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덕인지 지난해 티몬의 거래액 지표는 개선됐다. 티몬은 2023년 거래액이 전년 대비 66%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부문별로 보면 E쿠폰 거래액이 170% 늘었다. 파트너당 평균 매출은 63%, 고객의 건당 구매 금액은 48% 증가했다. 티몬은 “큐텐(Qoo10)의 글로벌 인프라와 서비스, 상품을 각 사의 특성에 맞춰 공급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권 선판매나 응모권 판매 등은 경기가 어려운 지금 ‘짠테크’ 하는 소비자나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투자이익률(ROI)이 개선되고 활동 고객 수도 계속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 상황을 보면 오픈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직매입 쇼핑몰보다 위기다. 알리·테무 등 중국발 저가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도 티몬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큐텐의 해외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한 역직구 등 티몬만의 차별점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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