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식 투자를 부동산 투자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모르는 기업들은 매수하지 않았다. 아는 기업 중에서 알만한 기업만 투자했다. 투자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매수한 종목들은 모두 시세가 올랐다. ‘아는 기업만 투자하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구나.’
자신감이 넘쳤다. 주식 투자, 별 거 아니구나. 투자금액은 수백만 원 대에서 수천만 원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은 시세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 정도만 아는 기업 중에서 투자했다. 덜 오른 종목들에 투자했다. 놀랍게도 상승했다.
소유한 종목 중 일주일간 시세가 움직이지 않는 종목은 바로 매도했다. 약간 손해 본 것도 있었고, 약간 수익을 본 것도 있었다. 결국 투자했던 주식투자금을 다 회수했다. 당시는 예금 이자가 높을 때라 예금을 하려 했다. 그런데 친구가 일반 예금보다는 신탁 상품에 맡겨두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 상황에서 IMF가 터졌다.
주식 시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주식을 뺏으니 그나마 손해가 덜했다. 하지만 예금이 아닌 신탁 상품이어서 원금의 10% 정도는 손해를 보았다. 친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 친구는 얼마 안 있어 퇴직해야 했으니까.
한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직장 생활만 열심히 했다. 하지만 IT 버블 시기가 오자 여기저기에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할까 몇 번을 망설이다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기업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고, IMF 때 내가 알고 있는 대기업들도 망해가는 걸 봤기 때문에,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심지어 투자했던 신탁상품도 대우그룹 계열사들 투자 상품이었었다. 그래서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친구들에게 정보를 달라고 했다. 몇 개 기업을 소개 받았다. 전혀 모르는 기업들이었다. 매수를 했다. 매수한 지 3일 만에 상한가를 쳤다. 3일 연속 상한가였다. 그리고 매도했다. 다른 종목을 추천 받았다. 이전보다 더 큰 금액으로 투자했다. 원금에, 수익을 본 금액뿐 아니라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했다. 이번에도 이틀 연속 상한가였다.
문제는 3일째 되는 날 발생했다. 하한가였다. 그렇게 연속으로 4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다. 큰 손실을 보았다.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라 피해는 더 심했다. 그 이후로 주식 투자를 꽤 오랜 기간 하지 않았다.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을 구분하고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주식 투자로도 돈을 거의 잃지 않았다.
이 주식 투자를 하는 기간 중간부터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 투자 때문에 투자 공부를 본의 아니게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부동산 리서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어 부동산 시장 분석, 입지 분석, 상품 분석, 가격 분석, 소비자 분석까지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쌓이다 보니 부동산 내공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주식 공부와 부동산 공부를 함께 하니 서로 보완이 되고 좋았다. 주식의 기본적 분석은 가치 투자의 영역이다. 부동산으로 따지면 입지 가치와 상품 가치를 추정하는 것이다. 주식의 기술적 분석은 말 그대로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부동산도 매수 매도 타이밍이 짧은 경우가 꽤 많다. 말 그대로 단타 투자다. 다만 주식과 부동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타의 기간이 차이가 있다. 주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팔 수 있지만 부동산은 최소한 며칠 이상은 소요된다. 부동산은 통상적으로 1년 전후를 단타 거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두 투자 대상의 차이점을 구분하자면 실수요 여부다. 이 차이 때문에 부동산이 조금 더 리스크가 낮다. 주식 단타 투자의 경우는 매도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폭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경험했던 IT 버블 시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실수요가 있다면 임차로 세팅을 하고 다음 사이클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경우, 혹은 월세로 세팅된 경우는 돈이 크게 묶이지도 않으니까.
지난 8년간 비즈한국 ‘부동산 인사이트’ 칼럼을 써 오면서 늘 고민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칼럼은 부동산 초보자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 것이다. 용어 자체도 부동산 투자자들이 쓰는 용어들을 주로 사용했고, 기초 부동산 상식은 설명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불친절한 칼럼이다.
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 부동산 시장과 상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든 제대로 시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주식투자를 통해 폭망이라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기본적 분석도 못하고 기술적 분석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투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선한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말이다.
갭투자를 해도 좋다. 다만 제대로 된 갭투자를 해야 한다. 단기적인 사이클도 알아야 하고, 기본적인 입지 분석, 즉 수요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적정 시세가 보인다. 남들이 투자하고,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투자했을 경우에 소위 상투를 잡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그런 실패한 투자를 하는 경우가 꽤 많다. 적어도 갭투자를 하면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다양한 실전 사례들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꼬마빌딩, 토지 투자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다가 엄청난 곤경을 겪고 있다. 90% 이상은 묻지 마 투자였다. 10% 정도만 그나마 제대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10% 안에 들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최소한 이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꼬마빌딩, 토지 투자 시장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알고 들어가야 한다.
공부를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돈이 없을수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돈이 많으면 공부 안 해도 된다. 제일 비싼 것을 사면 되니까. 제일 비싼 것들은 거의 손해 보지 않는다.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비싼 것이라 대체적으로 시세가 안정적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이 칼럼을 읽고 있을 99%는 돈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 비싼 것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것을 사야 한다. 투자할 돈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그 리스트를 공부로 헤지(hedge) 해야 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빠르게 사고 더 빠르게 팔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시간에 투자하는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단타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빠르게 종자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안정한 투자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마음만 급해서는 안 된다. 매수 매도에 대한 의사결정은 빠르게 해야 하지만, 의사결정까지는 짧지만 굵은 고민을 해야 한다. 리스크를 낮추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그런 고민이어야 한다.
부디 ‘부동산 인사이트’ 칼럼들이 여러분의 부동산 투자에 있어 진정 의미 있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마트튜브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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