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연히 TV를 채널 이동하다가 새롭게 방송을 시작하는 MBN ‘전현무계획’을 챙겨보게 됐다. 방송인 전현무와 유튜버 곽튜브가 메인 진행자로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계획이라고는 1도 없는 즉흥적인 ‘무계획 먹방’을 지향하는 길바닥 먹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방송의 재방송분을 보다가 아주 눈에 띄는 게스트 커플을 살펴보게 됐다. 지난 12월 열애를 공개한 걸그룹 시크릿의 전 멤버 송지은과 그녀의 남자 친구 박위가 그 주인공이다. 전현무와 과거 동네 사모임 멤버로 지내며 그와 정말 친한 사이였다는 시크릿의 전 멤버 송지은은 꽤 익숙한 얼굴이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라 말하는 박위 라는 사람은 다소 생경한 얼굴이라 호기심이 갔다.
방송을 찬찬히 살펴보니 송지은의 남자 친구 박위는 구독자 71만 명을 둔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운영하는 유명 유튜버 인플루언서였다. 송지은과의 열애 이전부터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로 책도 낸 저자이기도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유튜브 콘텐츠로 담아내 수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 방송사들에서도 연사 혹은 게스트로 그를 꾸준히 출연시켰던 인물이었던 것.
도대체 무엇이 그의 유튜브를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게 만들었는지, 시크릿의 전멤버 송지은이 왜 그의 환한 에너지에 반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현무계획’을 필두로 해서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이전 방송들과 그의 유튜브 콘텐츠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박위는 9년 전에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사고를 당해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세상 부러울 것 없던 건강하고 밝은 청년이었던 그는 모든 것이 촉망받는 조건의 사람이었다. 그에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사고가 생긴 시점은 스물여덟의 나이, 그가 유명 외국계 패션회사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면서 그 기쁜 소식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벌어진다.
정규직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잠시, 박위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사고로 머리 아래 목뼈부터 전체가 전신마비가 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 후 이틀 만에 깨어난 그는 자신의 몸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담당 의사는 박위가 다시는 걷지도, 손가락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 했다. 단 한 번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 청년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게 됐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런 사고를 당하면 인생 전체를 낙심하거나 내려놓았을 텐데, 놀랍게도 박위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는 그 비극을 낙심하거나 원망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노력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독립적인 삶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손가락 힘이 없어 풀업을 하지 못하면 철봉에 손가락을 묶어 턱걸이를 해내는 사람이 박위였다. 그는 결국 스스로 양치도, 두 손으로 운전도 가능하게 되었고,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어 어디든 다닐 수 있게 됐다.
재활과 삶에 대한 의지가 여기까지였어도 박위는 그의 고난을 극복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만든 사람이 되었을 텐데 여기에서 그는 더 나아간다. 그는 전신마비의 자신이 어떻게 재활을 위해 노력해 왔는지,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의 삶이 어떤 것인지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휠체어 생활에 대한 이슈부터 사회적인 인식 및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심층 있는 콘텐츠까지,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위라클’에서 그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매우 위트 있고 밝은 콘텐츠로 생성해 냈고, 이것이 수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다 포기할 만한 비극적인 사건을 당한 나락의 끝에서, 도대체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상황을 버티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 박위는 수많은 강연에서 자신은 다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마음으로 그 믿음에 힘을 더했다고 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편하지 않아?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는 그렇게 죽음 대신 삶을 선택했고, 다시 스스로 일어섰고, 심지어 삶이 많이 힘들고 불행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주는 이가 됐다. 사실 아무나 박위처럼 삶이 진창으로 떨어진 순간에 저런 힘을 갖고 다시 올라서긴 힘들다. 하지만 그가 그런 힘을 갖게 된 마음의 근원은 무엇인지 우리가 살펴보고 그와 같은 삶의 태도를 취해보는 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생각들을 좀 더 샅샅이 살펴봤고, 다음과 같은 단서를 얻었다.
지난해 그가 출연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중에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 출연해 박위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자신을 오랜 시간 병간호해 준 친동생에게 언젠가 문득 “지우야 너한테 장애란 무엇이야?”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박위의 동생은 “장애는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준 하나의 끈이야.” 라고 말했단다. 누군가에게는 버티기 힘든 형의 장애 상황이 동생에게는 가족이 똘똘 뭉칠 수 있고, 모두 함께 큰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한다. 힘들고 곤란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그 고통의 관점을 바꾸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박위와 그 동생의 관점에 손뼉을 치게 된다.
말 안 되는 인생의 비극을 경험한 박위처럼 우리가 멋지게 그 고난을 KO패 시킬 순 없어도, 적어도 그가 가졌던 남다른 관점의 시각은 마음에 품고 힘들 때마다 굽어살펴 꺼내 보면 어떨까 싶다. 관점에 따라 인생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시작의 순간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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