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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파산 4개월, 토종 공유오피스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 낮은 공실률 유지·수익 안정화에 총력…공용 공간 줄이고 가격 낮춰 승부

2024.03.08(Fri) 17:22:23

[비즈한국] 글로벌 최대 규모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코로나19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파산을 선언하면서 국내 공유오피스 기업들의 생존에도 관심이 쏠렸다. 파산보호 조치가 북미에 있는 위워크 사무실에만 적용된다고는 해도 국내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었다. ‘운영할수록 손해’인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공유오피스는 건물주로부터 장기간 임대한 공간을 업무 공간이 필요한 스타트업 등에 단기로 쪼개서 빌려주는 재임대 사업이다. 공유경제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위워크의 파산은 공유오피스 위기의 상징이 됐다. 업계 공룡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국내 업계는 북미 시장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운영 안정화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공유오피스의 입점률과 지점 규모는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적자폭 축소 등 실적 개선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가 파산하자 국내 사업자들은 운영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위워크 지점. 사진=강은경 기자


 

#스타트업 주춤한 자리 대기업이, 위워크서 '갈아타기’도

 

직장인 김 아무개 씨(31)가 다니는 대기업 D 사는 지난해 초 거점 오피스를 활용하는 원격근무 체계를 마련했다. 반드시 본사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 주 1회의 오피스데이를 제외하면 최대 주 4회까지 회사와 계약된 패스트파이브 거점오피스 라운지 대부분의 지점에서 자유롭게 근무가 가능하다. 인사팀에 간단한 사전 신청 절차만 밟으면 이용할 수 있다. 김 씨는 “자주는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활용한다. 혼자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 유용하다”며 “여러 지점 중 동선이 편리한 곳을 고를 수 있고 시설도 쾌적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유 오피스 업계는 최근 고객사를 다양화하고 신규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사업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경기불황과 금리인상에 따른 벤처투자 혹한기에 벤처, 스타트업이 주춤하자 대기업과 계약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스타트업 투자가 경직되면서 실제로 입주사가 공간을 줄이는 등 어려움이 있다. 다만 대기업에서 비정규 조직인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할 때나 지방 지사 직원의 본사 근무 시 임시 사무실로 이용하는 계약이 늘었다. 대기업은 직원 규모가 상당하다보니 적은 비율이어도 비중은 큰 편”이라며 “타깃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토종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3월 기준 전국에 각각 44개, 3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평균 공실률은 3~5%다. 패스트파이브 관계자는 “신규 지점 공실률은 5% 정도로, 강남, 서울숲, 성수는 공실률 0%를 유지 중이다.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스파크플러스도 공실률이 평균 3~4%다. 위워크코리아의 경우 2020년 4월 이후 신규 출점 없이 지점 19곳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등 기존 고객 비중이 ​여전히 월등히 높지만 대기업 TF팀이나 연구소는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위워크가 파산하자 국내 업체로 ‘갈아타기’ 하는 곳도 있다. 또 사옥을 이전하기 전 여러 위치로 사무실을 분산해 테스트하는 등 ​공유오피스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위), 스파크플러스 지점. 사진=강은경 기자


#강남 오피스 수요 여전…저가 정책·​오피스 집중 통했다

 

아직까지는 공유오피스 시장에 위워크 파산에 따른 여파가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북미와 국내 시장 간 환경 차이와 함께 가격·운영 전략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위워크 신화’는 창업자 뉴먼의 방만 경영, 금리상승으로 불어난 적자 등의 요인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심 사무실 수요가 감소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팬데믹 초기부터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적극 활용돼 오피스 임대 수요를 기반으로 공실률에 대한 방어력이 비교적 높다.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위워크의 파산 원인을 분석해 대응에 나섰다. 위워크 파산 배경에는 ‘오피스 록다운(봉쇄조치)’ 외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마약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슬럼화 문제가 얽혔다는 시각도 있다. 사무실을 구하기도 어려운 강남 지역 등 국내와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유수 IT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오피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80% 가격으로 급매가 나올 정도로 임차 수요가 급감했다.

 

토종 공유오피스 사업자들은 고급화 정책을 펼쳤던 위워크보다 가격을 낮게 설정하고 업무 공간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 도심의 패스트파이브(위)와 스파크플러스 지점 내부 모습. 사진=강은경 기자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고급화 전략을 펼쳤던 위워크보다 가격을 낮게 잡았다. 이용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강남 지역권 5~6인 오피스 기준 위워크보다 10~30% 정도 낮은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다. 운영 관리 표준을 갖추고 한 번에 여러 층의 넓은 공간을 계약하는 주요 업체들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 임차인보다 가격 협상 측면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위워크의 경우 본사 확인을 거쳐 ​가구를 수입해 사용하는 등 물류비와 같은 부가 비용이 추가로 들었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적자폭 축소 등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패스트파이브는 인테리어 사업, 중소형 기업 대상 클라우스 서비스 ‘파이브 클라우드’ 등 신규 비즈니스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흑자로 전환한 스파크플러스는 오는 4월 역삼동에 중소형 빌딩 오피스 브랜드 ‘오피스 B’를 출시한다. 입주사 맞춤으로 시설을 기획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익성 확대에 나선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운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공용 공간보다도 업무 공간에 중점을 둔 전략이 국내 기업의 요구에 부합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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