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동구바이오제약이 해열진통소염제와 당뇨병 치료제를 ‘임의제조’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휴텍스제약이 임의제조로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줄줄이 임의제조가 확인됐던 이른바 ‘바이넥스 사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GMP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임의제조가 적발되자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새 12곳에서 216개 제품 ‘임의제조’ 적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동구바이오제약이 제조·판매하는 해열진통소염제 ‘록소리스정록(소프로펜나트륨수화물)’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글리파엠정2/500밀리그램’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제조 과정에서 첨가제 등을 임의로 변경해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고 제조 기록서에는 허가 사항과 동일하게 제조한 것처럼 거짓 작성하는 등 약사법 위반 사항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임의제조란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원료·첨가제 등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증감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일부 공정을 제조기록서에 미리 작성하거나, 결과값을 다르게 작성하는 등 약사법 위반이 동반된다.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GMP 취소 판정을 받은 한국휴텍스제약도 첨가제를 임의로 증·감량해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고, 제조기록서에는 허가 사항대로 제조한 것처럼 작성해 문제가 됐었다.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제약사 12곳에서 216개 제품이 임의제조로 제조·판매·사용 중지 처분을 받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7곳(바이넥스·비보존제약·종근당·한올바이오파마·동인당제약·삼성제약·제일약품) △2022년 3곳(경방신약·한솔신약·케이엠에스제약) △2023년 1곳(한국휴텍스제약) △2024년 3월 기준 1곳(동구바이오제약)이다. 위탁제조를 포함해 가장 많은 품목에 처분을 받은 곳은 제일약품이다. 자사 품목 3개와, 이와 동일한 허가 신청자료를 제출한 14개사(위탁) 41개 품목에 대해 조치를 받았다.
#“재허가는 시간 부족…현장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도”
임의제조는 왜 반복되는 것일까. 제약업계는 원료·설비 또는 제조 과정이 바뀌는 경우 허가를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정해진 기간에 제조를 마치기 위해 ‘우선 제조부터 하자’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A 원료를 가지고 제조했는데 최근에는 개량된 B 원료만 들어오는 경우라면, 등록이 된 것은 A 원료인데 성분은 같지만 약간 다른 B 원료로 제조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원료나 첨가제 등을 증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람 손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작업자의 판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지만 아닌 곳이 더 많다. 작업자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결과물이 괜찮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임의로 하는 경우가 때로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자동화가 답은 아니다. 자동화로 100% 할 수 없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약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의제조를 하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중간 과정에서 눈대중으로 하거나 순서를 바꿔서 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현장 상황상 기존 방법대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다만 관계당국이 사전·사후 품질검사를 다 하고, 비정기적으로 현장점검도 하기 때문에 이런 사례가 업계 전반에 만연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좋은 품질의 약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도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식약처는 2021년 바이넥스를 시작으로 의약품의 임의제조 적발이 이어지자 GMP 특별기획점검단 신설, 위반행위 신고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을 재발방지책으로 마련했다. 이후 식약처는 거짓으로 GMP 적합판정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기록을 거짓 작성한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한 번만 적발돼도 적합 판정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임의제조 적발 사례가 계속 나오자, 관행처럼 퍼진 임의제조를 떨치려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의제조는 소비자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안길 수 있고, ‘안전’이 가장 중요한 제약업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사전 모니터링이 확실히 되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약품 정보도 잘 알지 못하는데 제조까지 잘못된다고 하면 크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약업계가 타격을 입을 만한 정도로 처벌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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