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술사에서 현대미술로 불리는 20세기 회화의 특징은 표현 언어와 영역이 확장됐다는 점이다. 작가의 생각을 담는 많은 주의가 번성했고, 그것을 담는 그릇인 재료의 다양화가 회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금세기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회화는 다른 영역의 예술에까지 표현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회화의 텃밭을 기름지게 했다. 이에 따라 이 시대 회화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튼실한 대중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우리 현대미술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9에 등장한 작가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이 부각된다.
재료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전통 재료와 일상용품, 생활쓰레기, 건축자재와 상업용 간판재료 등 다양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재료의 물질적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 작가들과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재료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계열의 작가로는 남지연, 신소라, 서동진, 황승현, 포리심, 김형길, 정회윤, 설민기, 이반디 등이다.
남지연은 철사를 이용해 인물을 드로잉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변 인물을 스케치하듯 철사를 구부려 운동감과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화면을 연출한다. 신소라는 주로 광고 간판에 사용되는 렌티큘러라는 독특한 재료를 이용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옵티컬한 추상 회화를 보여준다.
조각에서 출발한 서동진은 컴퓨터를 이용한 3D 프린팅으로 우화적 인물을 만드는데, 영상과 결합하는 복합적 구성으로 팝아트적 회화를 보여준다. 역시 조각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한 황승현은 종이죽을 이용해 곰인형을 만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포리 심과 김형길은 버려진 일상용품이나 장난감, 전자 제품을 이용해 자신의 회화 언어를 개척하고 있다. 포리 심은 생활 용품을 조립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김형길은 상품 포장 상자를 이용해 독자적 추상 언어를 개척해 주목받고 있다.
옻칠과 달걀 껍질을 이용하는 전통 공예 기법을 회화 언어로 선택한 정회윤과 설민기는 현대 감각의 서정성 넘치는 회화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 도자에서 출발한 이반디는 도자의 유약 성질을 응용해 추상성이 풍성한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작업은 미니멀한 감각을 극대화해 새로운 회화 언어로 주목받는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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