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동대문구에서 5년여 거주한 김민수 씨(가명)는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릉천과 청계천을 잇는 ‘자전거 다리’가 만들어졌다는 것. 정릉천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김 씨에겐 큰 사건이다. 그간 저녁마다 자전거를 탔지만, 정릉천을 따라 20여 분만 가면 자전거도로가 끊기는 탓에 아쉬움이 컸다. 김 씨는 “좀 더 타고 싶으면 자전거를 끌고 차도를 올라가 길을 건너 청계천으로 넘어가야 했다. 막 자전거를 탈 ‘맛’이 난다 싶으면 길이 끊겼는데 연결 다리가 생겼다니 기쁘다”고 전했다.
#13년 주민들 염원, 청계천-정릉천 연결
정릉천과 청계천의 ‘연결 다리’는 주민들의 염원이었다. 특히 정릉천 하류인 성북구 종암동에서 동대문구 용두동까지는 산책로 길이가 3km에 불과하다. 유지용수 공사 등으로 상류와는 길이 단절됐고, 하류에서 청계천까지는 연결 다리가 없었다.
지난 2월 15일 서울시가 드디어 이 구간을 연결한 다리를 개통했다. 33억 원을 들여 청계천과 정릉천을 직접 연결하는 ‘보행·자전거 전용교’를 세운 것. 서울시는 이번 전용교 공사로 정릉천, 청계천, 중랑천, 한강이 모두 연결된 ‘자전거 네트워크’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정릉천~청계천~신답철교에 이르는 485m의 자전거도로를 신설하고, ‘신답철교~중랑천’의 자전거도로 1140m 구간도 재포장했다.
서울시 자전거도로팀 관계자는 “2011년부터 추진한 숙원사업이다. 요청하는 주민 민원도 많았는데, 인근이 철새보호구역이라 설치가 어려웠다. 2021년 계획을 다시 세워 다리 위치를 바꿨다. 정릉천과 청계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오랫동안 바라던 다리”라고 밝혔다.
당초 ‘따릉이’ 예산 축소로 자전거도로 정비에 소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따릉이와 자전거도로는 별도로 운영된다. 이 관계자는 “정릉천과 청계천 연결은 따릉이 이용자뿐 아니라 일반자전거 이용자와 인근 주민들도 원하던 것이다. 관리 부서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릉천, 언제 제 기능할까…악취에 ‘주민 고통’
실제 주민들 반응은 어떨까. 지난 4일 기자는 정릉천 하류에서 청계천 연결 다리까지 산책로를 살펴봤다.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정릉천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릉천에서 만난 성북구 주민 A 씨는 “여기서 6년 넘게 살았는데, 정릉천은 항상 공사 중이다. 냄새도 난다. 다리가 청계천까지 연결된 건 좋지만, 여전히 정릉천은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릉천은 수변감성도시 조성을 위한 유지용수 공급 공사 등으로 인해 하류와 상류 연결로가 차단된 상황이다.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거나 펜스가 없는 구간도 있었다. 개천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악취도 심했다.
실제로 정릉천 상류로 가는 길목은 ‘유지용수 공급 관로공사’와 ‘내부순환로 구조개선공사’ 등으로 2020년 10월부터 막혔다. 성북구 관계자는 “유지용수 공사는 올해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지만, 내부순환로 공사는 잘 모르겠다. 이 공사에 맞춰서 유지용수 공사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또 있다. 아직 ‘정릉천’ 하류와 ‘청계천’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이 많다. 연결 다리로 가기 직전에 있는 ‘안내 문구’ 때문이다. 연결 다리가 놓이기 전, 자전거 이용자가 정릉천에서 청계천으로 가기 위해서는 왼쪽 차도로 올라가 길을 건너가야 했다. 오른쪽 길은 보행자만 통행 가능했다. 그런데 연결 다리가 놓인 현재에도 ‘자전거 진입금지’ 표시가 여전했다.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은 다리가 연결된 사실을 모른 채 이전처럼 차도로 올라갔다.
4일 정릉천에서 만난 자전거 이용자 B 씨는 “항상 차도로 올라갔다. 오늘도 청계천으로 가려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진입금지 표시가 그대로 있어서 연결 다리가 새로 만들어졌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릉천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공사가 어서 완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릉천 인근에서 사는 주민 C 씨는 “주변 펜스가 부러지고 공사 자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보기도 안 좋다. 다른 개천들은 산책길이 보기 좋게 조성됐는데, 정릉천만 유독 이런 것 같다. 하루빨리 공사가 끝나고 제대로 꾸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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