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현재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 팽창이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이 벌어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 에너지의 위력은 더 거세지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우주는 암흑 에너지로 인한 거센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원자 단위로 산산히 찢어지는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빅 립(Big Rip)’이라고 부른다. 빅 립은 오랫동안 우리 우주의 예정된 결말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우주의 결말이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전히 암흑 에너지로 인해 우주 팽창은 가속되는 듯하지만, 그 위력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70% 이상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관측에서는 그 비중이 65%로 조금 줄어들었다. 작은 차이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겨우 5% 차이지만 그로 인해 우주의 결말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 수정된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주의 최후는 빅 립이 아니다.
암흑 에너지에 따라 달라지는 우주의 운명, 과연 가장 최근의 관측 결과는 어떤 방향의 결말을 지지하고 있을까?
빅뱅 직후 초기 우주 때부터 지금까지 우주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연구하는 우주론 분야에서 초신성은 아주 중요한 타깃이다. 초신성은 별 혼자 폭발하는 것지만 별 수천억 개가 모인 은하 전체에 맞먹을 정도로 밝은 섬광을 남긴다. 그래서 아주 먼 거리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신성은 별이 폭발하는 과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무거운 별이 혼자서 핵융합 과정을 멈추고 중력 붕괴하면서 폭발하는 방식의 초신성이 있다. 이런 초신성을 Type II 초신성이라고 한다. 흔히 무거운 별이 진화를 멈추고 죽는다고 이야기할 때의 초신성이 바로 이런 종류다.
한편 별이 혼자가 아니라 둘이 짝을 이뤘다면 더 독특하게 초신성 폭발이 벌어진다. 쌍성 중 좀 더 질량이 무거운 별이 빠르게 진화를 마치고 백색왜성이 된다. 곁에는 아직 진화가 한창 진행 중인 동반성이 있다. 서서히 거성으로 부풀어오른 동반성의 물질은 백색왜성의 강한 중력에 이끌려 간다. 진화를 마치고 죽어가던 백색왜성은 추가로 질량이 유입되면서 질량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붕괴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유입된 질량이 한계를 넘는 순간 백색왜성은 폭발해버린다.
흥미롭게도 붕괴된 백색왜성이 터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질량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 태양 질량의 1.4배, 찬드라세카르 한계 수준 이상으로 무거워지는 순간 별은 다시 한번 붕괴하며 폭발한다. 다른 별과 짝을 이뤘던 백색왜성이 추가로 유입된 질량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이렇게 터지는 방식의 초신성을 Type Ia 초신성이라고 한다. 백색왜성 곁에 거성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 백색왜성 두 개가 서로 짝을 이루는 경우에도 비슷한 방식의 초신성 폭발이 벌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우주론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이 Type Ia 초신성이다. 모든 초신성이 정해진 질량 한계,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초과하는 순간 터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별이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토해낼지는 별의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즉 백색왜성의 과거와 상관없이 폭발 순간의 질량이 동일하다면 우주에서 터지는 초신성 섬광의 최대 밝기는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Type Ia 초신성은 먼 우주 끝자락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게 해주는 그나마 밝은 표준 촛불로 활용되었다.
더 먼 우주를 관측하면 과거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비교적 가까운 우주를 볼수록 더 최근의 우주를 보게 된다. 비교적 먼 과거 시점의 우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파악한다면우주의 팽창이 점점 느려지는지 아니면 빨라지는지, 우주의 미래가 결국 어떻게 끝나게 될지도 파악할 수 있다.
1998년 천문학자들은 우주 끝자락에서 50번의 초신성 폭발을 관측했다. 당시 관측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우주 팽창률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정하지 않았다. 과거의 팽창률은 지금에 비해 훨씬 더뎠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빨랐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우주의 팽창이 훨씬 더뎠지만 약 70억 년 전부터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해 지금의 빠른 팽창률에 이른 것이다! 즉 우주는 점점 빨라지는 가속 팽창을 한다.
이건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얼핏 생각하면 우주의 팽창은 느려져야 할 것 같다. 우주를 가득 채운 수많은 별과 은하끼리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우주는 반대로 더 거세게 팽창하고 있다. 커질수록 더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력에 대항하는 또 다른 미지의 에너지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정체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천문학자들은 그 미지의 에너지에게 임시로 암흑 에너지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미봉책은 이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며 현대 우주론의 정설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초신성을 활용해 초기 연구하는 초신성 우주론에는 세심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초신성은 천문 현상 치고 굉장히 급격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또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초신성이 터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천문학자들은 초신성 폭발이 새롭게 목격되고 나면 뒤늦게 부랴부랴 망원경의 고개를 돌려 초신성 폭발의 잔상을 관측할 뿐이다. 터지기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최대로 밝아지고 다시 서서히 어두워지는, 초신성의 밝기 변화 과정을 전부 목격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이미 최대 밝기를 찍고 서서히 어두워져갈 때의 변화만 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한 초신성의 밝기 변화 패턴으로 최대 밝기를 거꾸로 유추한다. 그 과정에는 세심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만큼 오차도 많다.
우주 가속 팽창의 첫 근거가 된 발견은 10년간 겨우 초신성 50개를 관측한 결과였다. 사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그 차이도 꽤 애매하다. 결국 더 많은 초신성을 관측하고 통계적으로 더 좋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암흑 에너지만을 탐사하는 새로운 관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칠레 세로 톨로 천문대에 있는 블랑코 망원경(Victor M. Blanco Telescope)에 고성능의 카메라를 설치해 우주 전역에서 터지는 초신성을 품은 먼 은하들의 빛을 모았다. 5년간 이렇게 암흑 에너지 서베이(DES, Dark Energy Survey)를 진행해 총 1만 9000번의 섬광을 포착했다.
하지만 섬광이 모두 초신성은 아니다. 그 중 진짜 초신성의 섬광을 걸러내야 한다. 하나하나 확인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걸린다. 이번 연구에서는 머신 러닝을 통해 기존 방식보다 100배 빠른 속도로 진짜 초신성의 섬광을 골라냈다. 최종적으로 약 1600개의 초신성이 확인되었다. 앞서 1998년에 겨우 50개 초신성만 갖고 우주의 가속 팽창을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다.
천 개가 넘는 새로운 초신성 데이터로 다시 확인한 결과, 우주는 여전히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고 나왔을까? 그렇다. 우주는 공고하게 가속 팽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의 팽창이 갈수록 더 빨라지며, 미지의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고 있다는 기존의 가설에 더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번 발견은 기존의 가속 팽창 가설을 입증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도 보여준다. 우주의 팽창이 암흑 에너지로 인해 가속되고 있는 건 맞지만, 암흑 에너지가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에서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우주의 에너지 총 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표현하는 ‘상태 방정식'을 사용한다. 특히 천문학에서는 에너지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에너지가 우주 전역에 어느 정도의 밀도로 채워져 있는지, 에너지 밀도를 기준으로 우주의 상태를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기술한다.
a는 우주의 스케일이 기존에 비해 얼마나 더 넓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a의 지수에 들어가 있는 w의 값이 얼마인지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에너지 밀도가 변화하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암흑 물질과 같은 물질의 경우 w는 0이다. 따라서 물질의 밀도는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주의 스케일 세제곱에 반비례하면서 줄어든다. 단순히 부피가 넓어진 만큼 물질의 밀도가 옅어지는 것이다.
반면 빛, 광자의 경우 w는 3분의 1이다. 그래서 빛의 에너지 밀도는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주의 스케일 네제곱에 반비례하면서 더 빠르게 줄어든다. 부피가 넓어지면서 빛의 밀도가 옅어지는 동시에 시공간 자체가 늘어나면서 빛의 파장이 늘어지고 빛의 에너지가 함께 더 약해지는 효과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미스터리한 암흑 에너지의 경우는 어떨까? 기존에 생각했던 가장 단순한 모델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의 w는 -1이다. 위의 상태 방정식에 대입하면 놀랍게도 암흑 에너지의 밀도는 우주 팽창과 상관없이 계속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우주의 부피가 넓어지면 그만큼 암흑 에너지의 총 양은 넓어진 부피에 비례해서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w=-1인 경우 우주의 스케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수 함수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빠르게 커지게 된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가장 간단한 가속 팽창 우주 모델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 암흑 에너지 서베이 탐사를 통해 새롭게 구한 w의 값은 -1이 아니다! -1보다 살짝 큰 -0.8이 나왔다! 더 쉽게 말하자면 암흑 에너지의 비중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적다는 의미다. 기존의 간단한 모델에서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추정된 결과를 보면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65% 정도만 차지한다. 즉 암흑 에너지의 효과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살짝 줄어든 것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다. 우주의 결말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 기존에 w=-1일 때, 즉 우주의 스케일이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지수함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델이라면 암흑 에너지는 계속 증가한다. 결국 우주는 지나치게 거세진 가속 팽창으로 인해 모든 요소가 원자 단위로 쪼개지면서 흩어지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우주가 통째로 찢어지는 듯한 이러한 우주의 최후가 바로 빅 립(Big rip)이다. 최근까지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바로 이런 모습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추정된 w=-0.8을 대입하면 완전 다른 시나리오가 쓰여진다. 우주가 끝없이 팽창해도 암흑 에너지의 밀도는 계속 일정하게 유지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게 된다, 우주가 팽창하다보면 암흑 에너지의 밀도 역시 서서히 옅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항상 일정할 거라 생각했던 우주 상수, 암흑 에너지도 일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업데이트된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먼 미래 우주 가속 팽창의 정도는 다시 서서히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우주 팽창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반대로 우주가 작아지는 ‘빅 크런치(Big crunch)’ 방식의 종말도 올 가능성도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산산이 부서지고 차갑게 식어버릴 거라고만 생각한 우주의 최후가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수 있다.
암흑 에너지는 참 미묘하다. 아직 정체조차 알 수 없지만 그 위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단 1% 차이로도 우주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다. 관측이 더 정밀해지고 더 많은 초신성과 은하를 관측하게 되면서 우주 팽창을 지배하는 암흑 에너지의 비중은 조금씩 다르게 측정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관측에서도 암흑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어떤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참고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4arXiv240102929D/abstract
https://noirlab.edu/public/news/noirlab2401/?lang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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