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 세계의 비만 인구가 2022년 기준 10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앞두고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 3800만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 세계 비만율의 경우, 성인 남성은 1990년 4.8%에서 2022년 14%로 증가했고 여성은 8.8%에서 18.5%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성년 남성의 비만율은 2.1%에서 9.3%로 늘어났으며, 미성년 여성은 1.7%에서 6.7%로 증가했다. WHO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과체중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즉각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조기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성인 여성은 1990년 2.2%에서 2022년 5.7%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은 0.9%에서 8.8%로 증가했다. 비만은 어제와 오늘, 다른 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비만이 당장 느끼는 고통과 아픔이 없어 심각성을 늦게 알아차린다는 점에서 단순한 질환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기에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지만,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비만치료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체중 감량의 비결로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비만치료제 대표 기업 일라이 릴리는 글로벌 제약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가 풍부한 재원과 시스템 등을 활용해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증시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94%에 달했다. 하헌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다수의 비만약이 다른 질병의 적응증 확대, 체중감량 효과를 제고하는 다중작용 치료제, 경구용 비만약에 대한 임상 결과와 승인을 앞두고 있는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비만치료제가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최근 비만치료제ETF가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일라이일리와 노보노디스크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는 테마형 ETF를 내놨다. 특히, 국내 업계에서 최초로 비만치료제 ETF(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TOP2Plus ETF)를 출시한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비만치료제에 집중하기 위해 임상 단계에 돌입한 기업만을 편입함으로써 성장성이 높은 비만치료제 개발 성과가 상품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했다”며 “엄선한 기업들을 동일 가중 방식으로 투자함으로써 단순 시가총액 방식일 경우 소외될 수 있는 비만치료제에 특화된 강소기업의 비중을 비교적 높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 상품의 경우, 지난 달 28일 하루 만에 11% 이상 급등했는데, 편입하고 있는 미국의 비만치료제 임상 선두 강소기업인 바이킹 테라퓨틱스가 지난 27일 임상 2상 단계인 비만 치료 후보 물질이 탁월한 실험 결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하며 하루 만에 121% 이상 상승했고, 이러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출시된 비만치료제 ETF가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이 두 기업의 비중이 높다 보니 이들 주가에 따라 ETF의 수익률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헌호 연구원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지속된 주가 상승세로 밸류에이션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비만치료제는 아직 성장 초기 단계로 현재 주가 보다는 비만약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내러티브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도 개별 기업의 비만치료제 사업이 제약주 종목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우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젊은 시절이 담겨있는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는 남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초고도 비만이 된 어머니가 등장한다. 결말 부분에서는 잠을 자던 어머니가 잠을 자다가 사망한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죽어서도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까 아버지가 지어준 집과 함께 어머니를 불태우고 떠난다. 고도비만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정관념과 시선이 무엇보다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영화에서도 담겨있는 이웃들의 고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 테마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임을 말해준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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