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의 스마트 반지인 ‘갤럭시 링’의 실물이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1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등장한 지 한 달 만이다. 다만 공식 출시 전인 만큼 구체적인 스펙 공개나 실물 착용 기회는 없었다. 관람객들은 블랙·골드·실버의 3가지 색상 9가지 사이즈로 구성된 갤럭시 링을 아크릴 상자 너머로 관람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링이 개별 제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사가 구축할 웨어러블 디바이스 생태계의 시작임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왜 반지인가. 일단 이번 제품이 내건 주요 기능은 헬스케어 쪽이다. 갤럭시 링에는 24시간 착용이 가능하다는 반지의 이점을 이용한 심박수, 산소포화도, 수면·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이 담긴다. 실제 피부와 맞닿는 안쪽에 돌출된 센서가 있어 이 부분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항상 신체에 밀착시킨 채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갤럭시 워치와 차별화된 특징으로, 소형 전자제품에 따르기 마련인 배터리 문제는 통상 사용 시 5~9일로 짧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갤럭시 링의 출시가 다가옴에 따라 ‘휴대하는’ 디바이스가 아닌 ‘착용하는’ 디바이스의 세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스마트 워치나 무선 이어폰이 이미 있지만, 스마트 워치는 기존 스마트 기기를 축소한 후 밴드만 단 형태에 가깝고 무선 이어폰은 절반쯤 귀 안쪽으로 들어가는 기능 위주의 제품인 만큼 진정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작은 스마트 링이라는 생각이다. 둘의 디자인 방향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워치만 해도 너무 촌스럽지 않은 이상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다루던 관념대로 만들어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손목 위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링은 반지라는 역할에 좀 더 충실해야 한다. 제품 자체의 기능이 약해도 반지로서 패션 코디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갤럭시 링은 스마트 기기에서 출발해 이를 축소하고 둥글린 형태인데, 반대로 IT를 모르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스케치한 반지에서 출발하여 스마트 기능을 삽입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현재 기술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술을 떠나 기본적인 관점 차이가 엿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된 촌스럽다거나 장난감 반지 같다는 의견은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반지에는 여러 사회적 의미가 담긴다. 예를 들어 산업디자인에 종사하거나 IT 얼리어답터인 커플은 커플링을 스마트링으로 맞추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이니셜을 각인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마련하는 등 개인적인 커스텀의 여지가 필요하다. 커플링을 의식하면 보디를 좀 더 얇게 만들고 위에 펜던트를 얹는 쪽으로 콘셉트가 잡힌다. 반면 자녀가 노년층 부모에게 건강 체크와 위치 파악 용도로 선물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노년층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요구될 것이다. 스마트 이전에 반지여야 한다는 얘기다.
갤럭시 링의 출시가 다가오면서 경쟁 회사인 애플의 스마트링이 언제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도 관심을 끈다. 양사의 스마트워치 디자인은 원형 페이스와 라운딩이 들어간 사각형 페이스로 차별화됐는데 이런 방향을 그대로 이어갈까. 전반적인 애플 제품군에서 드러나는 방향대로라면 링 모서리의 각이 고유의 곡률로 라운딩되어 나올 확률이 높다. 소재도 표면이 반짝거리는 갤럭시 링보다 맥북이나 애플 워치처럼 매트한 금속 재질을 살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직 확정 발표된 것은 없다.
스마트폰 디자인의 진화 과정처럼 스마트링 역시 세대를 거듭하며 더 이질감이 적고 세련된 쪽으로 변할 것이다. 갤럭시 링의 등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디자이너가 직면한 진정한 시험대다.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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