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고급 오피스텔 조성 사업이 최근 사업성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최종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지 매매 가격만 1400억 원에 달하는 이 사업은 당초 83세대 규모 ‘하이엔드급 오피스텔’ 조성을 예고했다. 경기 무풍지대로 불리던 고급 부동산 시장에도 침체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는 지난 1월 마스턴투자운용(마스턴제152호한남PFV)이 한남동 한남오거리 인근에 조성 예고한 오피스텔의 건축 허가를 취소했다. 이 일대는 앞서 2022년 12월 1889㎡ 규모 부지에 지하 7층~지상 11층 오피스텔 1개 동(83호실)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건축 허가가 났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현장에서 건축허가 취소원이 제출돼 건축허가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 사업 부지는 국내 최대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오거리 남쪽과 맞닿았다. 북쪽에는 남산, 남쪽에는 한강을 낀 배산임수 입지로 사업 부지 동쪽과 북쪽에는 각각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 최고가를 기록한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이 자리한다. 지난해 이 부지의 ㎡당 공시지가는 2342만 원(3.3㎡당 7742만 원)에 달했다.
건축 허가 취소에 앞서 총 1400억 원에 달하는 부지 매매 계약도 해제됐다. 마스턴투자운용과 부동산실거래내역 등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 2022년 2월 희성전자로부터 사업 부지를 총 1400억 원대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이듬해 말 계약이 해제됐다. 구유지와 시유지였던 부지 일부는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됐지만, 올해 1월 재차 희성전자에 매각됐다.
마스턴투자운용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여러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 일대 개발 계획은 불투명하다. 현재 해당 부지와 부지 내 건물은 모두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희성전자 관계자는 “부지 활용 계획은 현재 검토 중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않은 상황”이라고만 말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장이 채무 불이행으로 공매에 올라오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고급 주택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주차장 부지는 시행사의 브릿지론 채무 불이행으로 공매에 부쳐졌다가 지난해 하반기 부영주택 품으로 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 복합단지 부지는 브릿지론 상환 문제로 4회 차 공매까지 넘어갔다가 가까스로 브릿지론 연장에 성공해 공매 시장을 벗어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최근 주택 공급은 줄어드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년 대비 25.5% 감소한 38만 8891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13년 44만 호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전년 대비 3만 호 줄어든 35만 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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