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BHC가 가맹점주들에게 상생협약서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면서 애꿎은 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과거 BHC는 순살 치킨 재료를 국내산에서 값싼 브라질산 닭고기로 바꾸고 금액 인상까지 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상생 협약이 아닌 통제 협약”
치킨 브랜드 BHC가 가맹점주들에게 상생협약서를 보내고 동의를 요구했다. 협약서 내용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바일 상품권’과 ‘영업시간’이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상생’이 아닌 본사 이익만 챙기는 협약이라며 불만이 나온다.
협약서에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BHC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는 최대 7.35%의 수수료가 붙는데 이를 점주들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BHC 가맹점주 A 씨는 “쿠폰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는 남는 게 없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영업시간 강제 문제도 있다. 협약서에는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가맹점을 운영해야 하고 임의로 휴업하거나 운영시간을 단축·연장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휴무나 운영시간 단축을 원한다면 BHC 본부와 협의해야 한다. A 씨는 “상생 협약이 아닌 통제 협약이다. 정해진 영업시간을 어기면 페널티를 받는다. 개인 사정이 생기거나 갑자기 아프면 어쩔거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BHC가 상생협약을 맺는 이유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이다. 동반성장지수에서 최우수 혹은 우수 판정을 받은 기업은 공정위 직권조사에서 면제되고 모범납세자 선정이나 공공입찰 시 우대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쿠폰과 영업시간을 강제하는 것 외에도 원산지 문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BHC는 지난해 순살 치킨 메뉴 일부 닭고기를 국내산에서 브라질산으로 바꿨다. 또 다른 BHC 가맹점주 B 씨는 “최근 BHC 관련 뉴스가 다시 나오면서 고객들이 닭고기 원산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순살 치킨 주문이 최근 들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가격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bhc는 원부자재, 인건비 등의 이유와 가맹점 수익이 악화했다는 이유로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이 중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쓴 메뉴 가격도 같이 올렸다. 값이 싼 원자재를 쓰면서 가격까지 올린 것이다. 하지만 BHC의 매출은 증가 추세였고 영업이익률은 연평균 30%대로 타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값이 싼 브라질산 닭고기로 바꾸고 메뉴 가격까지 인상해서는 안 됐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BHC 이야기로 뜨겁다. 상생협약뿐만 아니라 원산지 변경과 가격 인상에 관한 글이 2월 말인 지금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점주가 “돈 독 오른 BHC”라며 상생 협약을 비판한다. 그 외에도 “원산지 보고 브라질이면 뒤로 가기 누른다”, “저희 가족은 손절했어요”라며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댓글을 볼 수 있다.
#MBK 파트너스, 엑시트 위해 본사 이익만 챙기는 걸까
일각에선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가 원가를 줄이고 급속도로 매출을 늘리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MBK는 2018년 BHC의 투자사로 등장하면서 두 차례 치킨 가격을 올리고 가맹점주들에게는 재료값을 올려 받았다. 프라이드 가격은 당초 1만 5000원에서 2021년 1만 7000원, 지난해에는 2만 원으로 올랐다. 약 33.3%가 오른 셈이다. 2022년 7월에는 튀김유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61%를 올려 점주들이 분노했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BHC의 가격 인상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협의회 성명서에 따르면 “BHC는 소비자가격 인상이 ‘가맹점 수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으나,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평균 8.8% 인상했다. 이는 가맹점에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매출 부담이라는 이중 부담을 주면서 본사 이익만 챙기려는 의심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가맹점의 수익을 위한다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가맹본부의 갑질 사례를 알고있다”며 “가맹본부가 지위를 이용해 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입혔는지 살펴볼 예정이다”고 전했다.
BHC 관계자는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해 “순살에 들어가는 재료가 타 기업과 달라 국내산 수급이 어려워,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다. 계약된 물량이 소진되면 곧바로 국내산으로 바꿀 예정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생 협약에 관해서는 “모두 현행 기준에 근거해 진행했다. 모바일 쿠폰 수수료는 3사(BHC·BBQ·교촌치킨) 모두 동일하다. 영업시간도 예전부터 적용되던 사항이고, 추가로 영업시간 변경을 본부에 요청하면 바꿔준다는 말을 넣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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