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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이효리가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강조한 딱 한 가지

귀담아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의 소리'…인생은 결국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2024.02.26(Mon) 15:10:52

[비즈한국] 2월은 수많은 학교의 졸업 시즌이다. 이 졸업 시즌에 국민대학교가 가수 이효리를 졸업 축사의 연사로 초청해 큰 화제가 됐다. ‘역시 이효리네~!’ 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녀다운 매력이 펄펄 넘치는 레전드급 졸업 축사 코멘트를 남겨서다.

 

유튜브로 뒤늦게 확인해 본 이효리 졸업 축사의 초반은 생각 외로 꽤 평범했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와 인사를 하고 졸업 축하 연사로 본인을 초대해 준 선후배 동문과 이른 아침부터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평이한 코멘트로 시작되어서다. 그런데 뒤이어 그녀는 오늘이 본인의 생애 첫 연설이라는 말과 함께 “누가 자신의 주장 등을 나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그걸 길게 말하는 걸 듣는 걸 싫어하는데, 그런 나에게 ‘연설’이라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연설 초미에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이효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청중을 도발했다.

 

국민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가수 이효리. 사진=국민대학교 유튜브 채널 캡처

 

“어차피 여러분들도 제 이야기 안 들을 거잖아요. 사랑하는 부모님, 친구의 말, 공자, 맹자의 말도 안 듣는 우리가 남의 말을 듣겠어요?” 뒤이어서 이효리는 힘주어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 그냥 마음 가는 데로 살아요. 여러분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람은 여러분 자신이고, 누구보다 더 귀담아들어야 하는 말은 내 마음의 소리예요.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세요.“

 

나는 아직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많기에, 삶에 어떤 어려움에 부닥치거나 인생이 쉽게 풀리지 않을 때 주변의 친한 지인들에게 그 문제를 의논했던 수많은 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혹은 나보다 성공한 멘토가 될 만한 이에게 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고 전전긍긍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이효리의 연설 내용이 조금 당혹스러웠다.

 

당혹스러운 감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에 쐐기를 박는 듯 이효리는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그냥 인생 ‘독고다이(혼자 결정하고 움직인다는 뜻)’라 생각하세요. 가족 같은 관계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은 특히 더 조심하고,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만의 것임을 잊지 마시고, 많이 부딪치고 더 많이 체득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시길 바라며, 여러분이 다 알고 있는 그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길 바랍니다.”라며 연설을 마쳤다.

 

5분여의 길지 않은 짧은 축사였다. 자신의 연설을 짧고 임팩트 있게 마무리한 이효리는 “그만 떠들고 신나게 노래나 한 곡 하고 가겠다”는 말과 함께 졸업식 가운까지 벗어 던진 후 그녀의 히트곡 ’치티치티뱅뱅‘을 신나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효리는 그녀 인생 첫 연설을 멋지게 마무리해 냈다.

 

졸업식 가운을 입고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한 가수 이효리. 사진=국민대학교 유튜브 캡처

 

진심 이효리다운 솔직함과 당당함 발칙함 가득한 졸업 축사였다. 축사를 다 듣고 보고 나니 그녀가 말했던 축사 멘트 중 하나인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 멋진 말로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리세요.”라는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꽤 찔려서였다. 나는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하기 보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타인에게서 그 해결의 답을 찾으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살아왔다. 그렇다면 나는 매번 그 나아 보이는 삶의 답에 만족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보다 나아 보이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 후회를 했던 적도 있었던 기억이다.

 

물론 삶의 멘토가 있는 것은 사는 데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매번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 멘토에게는 맞는 선택의 답이 나의 특수성에는 맞지 않는 답인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인생에 주어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롯이 내가 경험한 경험치와 확신에 의해 결정해야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러니 이효리의 말처럼 “멋진 사람이 나를 이끌어서 내 삶이 수월해지는 것을 버리는 것”이 맞다. 그보다는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며 나와 맞지 않는 것, 맞는 것을 취사선택, 경험해서 내가 처한 문제에 대한 확신의 정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답이 될 것이다. 이젠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 인생이 나아질 거라는 나약한 생각 따윈 개나 주자. 이효리의 조금 센 표현처럼 ‘인생 전체가 독고다이’는 아닐지라도, 그 길을 직접 개척하고 걸어나가야 하는 주인공은 오로지 ‘나’ 임을 잊지 말자.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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