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음성 통화 기능 ‘보이스톡’, 영상 통화 기능 ‘페이스톡’의 원천 기술을 둘러싼 중소기업과의 특허 침해 금지 소송에서 연승했다. 카카오는 이와 관련한 특허 무효 소송에선 모두 패했던 만큼 양 측의 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카카오를 둘러싼 기술 침해 논란은 한둘이 아니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통신 솔루션 업체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네이블)가 카카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에서 법원이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카카오와 네이블은 인터넷 전화(VoIP)와 관련한 기술을 둘러싸고 3년 넘게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VoIP란 전화 회선이 아닌 디지털 형태의 음성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송·수신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톡, 페이스톡 등 데이터로 통화하는 기능이 이에 해당한다.
네이블은 2021년 1월 13일 카카오가 자사의 VoIP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2건의 소송을 걸었다. 네이블은 이들 소송에서 △보이스톡·페이스톡의 제작, 사용, 제공 금지 △구글, 애플 등의 앱스토어에서 카카오톡 삭제 △보이스톡·페이스톡을 구현하는 시스템 폐기 △손해배상금 3억 원 지급 등 카카오톡 서비스를 막아달라고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제63민사부는 네이블의 청구를 지난해 12월 7일, 7월 13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카카오가 네이블이 보유한 VoIP 기술 관련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에 불복한 네이블이 항소하면서 양 측은 특허법원에서 다시 시비를 가리게 됐다.
재판부는 “네이블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카카오의 보이스톡·페이스톡이 네이블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네이블의 자체 실험 결과 등을 믿기 어렵고, 카카오의 서비스가 네이블 측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다.
약 3년 만에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이긴 카카오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카카오는 네이블의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에 네이블이 가진 특허(‘VoIP 호 설정 방법 및 이를 수행하는 VoIP 통신 시스템’)의 등록 무효 소송으로 맞섰지만 모두 졌기 때문이다.
당시 카카오는 미국 등에서 선행 발명된 기술이 있어 네이블 특허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1심 특허심판원, 2심 특허법원, 3심 대법원까지 모두 네이블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카카오는 네이블 외에도 카카오톡의 원천 기술을 두고 또 다른 중소기업과 10년 넘게 갈등하고 있다. 벤처기업 오준수 MIU 대표는 카카오톡의 원천 기술이 자신이 2005년 개발한 무료 문자·통화 서비스 ‘오투톡’의 원리와 같다며 2012년부터 카카오를 상대로 특허 분쟁을 이어왔다. 카카오는 MIU와도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카카오는 측은 네이블과 MIU와의 특허 분쟁에 관해 “법원의 판단을 참고해달라”며 별도의 입장은 전하지 않았다.
한편 국민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됐지만,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름표는 잃었다. 여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으로부터 기술 탈취, 특허 침해 의혹을 받으면서다.
2023년 3월 골프장 IT 솔루션 업체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사 기술을 모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한 데 이어 민사소송과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의 혈당 관리 서비스가 자사 혈당 관리 플랫폼을 베낀 것이라고 항의했다. 또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브레인 등 계열사를 통해 중요한 내부 정보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사법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던 카카오는 최근 한발 물러나 업체들과 협의하는 등 상생을 택하는 모습이다. 2023년 11월 카카오는 정부가 주최한 상생 협약식에서 닥터다이어리, 스마트스코어와 합의해 양 사와의 분쟁을 마무리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혈당 관리 서비스의 출시를 연기했고, 카카오VX는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스마트스코어와 협력하기로 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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