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들어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겸해서 진행 중인 민생토론회가 주요 정책 발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생토론회는 2개월도 안 되는 사이 개최 횟수가 14회를 기록하는 등 한 주에 두 차례 정도 진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내용 중 상당수는 입법이 필요한 내용이라 정책화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정책의 경우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면 민생토론회가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홍보만 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개최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겸한 1차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공매도 금지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및 다주택자 규제 개선(2차),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3차), 소액주주를 위한 상법 개정과 증권거래세 인하(4차) 등이 발표됐다.
윤 대통령이 불참한 5차 민생토론회에서는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이 제시됐다. 6차 민생토론회(국토교통부)에서는 GTX(광역급행철도) 사업 확대를, 7차 민생토론회(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에서는 원스톱 맞춤형 서비스 및 디지털 의료 서비스 제공 정책이 나왔다. 비급여 의료 정비와 실손보험제도 정비(8차), 늘봄학교 확대 정책(9차),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요금 특별지원과 이자 환급,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조정(10차)도 논의됐다.
이후 민생토론회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11차 민생토론회(지방시대위원회)에서는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발표됐고, 12차 민생토론회(대전 개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는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 지원과 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해제를 발표했다. 13차 민생토론회(울산 개최,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는 그린벨트 전면개편과 농지이용규제 혁신, 14차 민생토론회(창원 개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제정이 제시됐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수많은 내용이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한 상태다. 금투세 폐지, 다주택자 세금 완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 ISA 비과세 한도 확대, 상속세 개편, 단말기 유통법 폐지, 디지털 의료 서비스 제공,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조정,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 원전지원 특별법 제정 등 정부가 발표한 주요 정책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금투세 폐지와 다주택자 세금 완화 등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과의 협치를 제안하며 공정한 경제 질서와 혁신경제, 기후위기 대응, 저출생 대책을 4대 과제로 제시했다. 거대 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 안정을 강조한 공정 경제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부자 감세라는 논란이 이어지는 정부의 정책은 입법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민생토론회에서 제시한 정책이 세수를 더욱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한 총세입은 497조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짰던 예산(534조 원)보다 37조 원 적고, 전년 세수(574조 원)보다 77조 원 줄어든 규모다. 이런 가운데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주요 정책을 입법하게 되면 세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요입법 과제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금투세 폐지 시 세수는 연간 1조 5000억 원가량 줄어든다. ISA 비과세 한도 확대 시 향후 5년간 2681억 원의 수세 감소가 발생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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