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네이버 핀시아가 손을 잡으면서 ‘네카오’ 신규 통합 코인의 탄생이 공식화됐다. 단순 합산 시 사용자만 최대 2억 5000만 명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다. 클레이튼·핀시아 재단은 올해 2분기까지 체인 통합과 통합 재단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본격적인 메인넷 통합에 나선다.
이 같은 대규모 통합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통틀어 전례가 없다. 카카오와 네이버 계열사 간 ‘빅딜’을 계기로 ‘김치코인’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통합 프로젝트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통합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부터 클레이튼의 기존 네트워크 기록 삭제 가능성이 거론되며 카카오 횡령·배임 의혹 수사의 핵심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대 뒤집고 통합안 통과…시장은 ‘안정성’ 확대 기대
클레이튼 재단과 핀시아 재단은 지난 15일 핀시아·클레이튼 네트워크 통합 안건이 이해관계자 투표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드래곤 토큰(가칭)’이다. 클레이튼에서 90%, 핀시아에서 95%의 찬성표가 나왔다. 당초 토큰 교환비율 등을 놓고 핀시아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투표에서 여론이 뒤집힌 셈이다. 앞선 투표는 강한 반대에 해당하는 ‘안건 거부(No with Veto)’가 35%를 넘어서며 이달 초 중단된 바 있다. 핀시아 투표 시스템에서는 강한 반대가 3분의 1을 넘으면 안건이 강제로 철회된다.
클레이튼은 카카오가 자회사를 통해 2018년 오픈한 플랫폼이다. 가상자산 클레이는 이듬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됐다. 핀시아는 2018년 네이버 계열 라인테크플러스가 발행한 ‘링크(LN)’를 전신으로 한다. 핀시아 재단은 라인테크플러스가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3월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지금은 두 플랫폼 모두 자체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양대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합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통할지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두 플랫폼은 생태계가 비교적 잘 구현된 데다 인지도 면에서도 월등하다. 가상자산 시장에 안정성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숨은 의도는 따로 있다? 증거 인멸 의혹 왜 불거지나
하지만 투자자 지지를 확보한 것과는 별개로 상황이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새 통합 코인의 출범은 클레이튼이 카카오 관계사 임원진의 횡령·배임 용도로 활용한 후 증거를 없애려 한다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현재 검찰은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클레이튼의 암호화폐 클레이 발행 과정에서 횡령·배임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의 고발로 시작된 의혹은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클레이 발행사 핵심 관계자들이 클레이를 사적으로 취득한 후 지속적인 대량 현금화를 통해 부당이득을 거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클레이튼을 둘러싼 횡령·배임 의혹은 재작년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핵심은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다. 서비스를 개발해 생태계를 키우기보다 자금 유동화에 집중했고, 책임 소지를 불분명하게 하기 위해 클레이튼 재단을 세웠다는 시각이다.
클레이튼은 4년간 개발 주체를 세 차례 바꿨다. 2018년 3월 일본법인 카카오G 산하 ‘그라운드엑스’가 개발해 운영하다가 2021년 말 관련 사업이 크러스트에 이관됐다. 그라운드엑스가 담당하던 당시 클레이의 발행주체는 싱가포르 클레이튼 법인이었는데, 이 법인은 크러스트의 전신이다. 송지호 전 카카오공동체성장센터장,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 등 카카오 출신 인물들이 속속 합류한 후 1년 만에 사업 주체는 다시 바뀌었다. 생태계 구축과 기술 개발 등 모든 사업을 클레이튼 재단이 도맡기로 결정된 것. 재단은 지난해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경제민주주의21은 코인 통합이 결정된 다음날 논평을 내고 남부지검과 국세청이 카카오 코인 클레이의 배임과 법인세 탈루 관련 증거 인멸 시도를 막고 즉시 증거 보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블록체인 체계에서는 거래 내용이 공개돼 있다. 다만 통합 후 신규 코인 발행으로 기존의 클레이튼과 핀시아 운영이 종료된다면 모니터링이 막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코인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죽은 코인’이 된다면 투명성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지갑이 누구 소유인지 알 수 없더라도 지갑 주소를 알면 일반인도 거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를 쓴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재단에서 코인 운영을 중단할 경우 검찰 등 제한적인 주체 외에 거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전적으로 회사 내부 결정에 달린 문제가 된다”며 “양 사 통합으로 증거 지우기의 명분은 생겼는데 정작 통합을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지적했다.
통합의 숨은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위메이드가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뒤, 2148억 원의 직접 사용분에 대해 537억 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현실화한 것.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기업이 자체 발행한 코인을 자의적으로 수익이나 자산으로 인식하는 행위가 가로막힌 양상이다. 예 변호사는 “기업으로서는 법무 및 세무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자기발행 코인을 거저 주는 행위가 형사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명확해짐에 따라 (통합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술적으로 증거 인멸이나 조작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클레이튼 재단의 밸리데이터(검증인)는 한국에도 많이 있는데 이들 모두와 합심해 증거를 조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조작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다. 이게 가능하다면 어떤 코인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황석진 교수는 “현재 법적으로 그레이존에 있기 때문에 기록 보관 의무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임의적으로 기록을 삭제한다면 향후에 문제될 소지가 생긴다. 당분간은 거래 기록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사법리스크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클레이튼 재단은 “블록체인 체계에서 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재단 측은 “일부의 우려와 달리 퍼블릭 블록체인인 클레이튼은 다른 메인넷과 동일하게 모든 거래정보가 기록돼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이라며 “메인넷 통합 이후에도 기존 클레이튼 체인의 히스토리는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까지 생태계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개발해온 메인넷에 체인 데이터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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