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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금융사기] 불법리딩방 사칭 당한 금융사, 왜 신고 안 할까

실제 피해 입증해야 고소 가능, '고객 공지' 띄우는 정도…소비자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2024.02.21(Wed) 10:58:13

[비즈한국]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불리는 금융투자가 유행하면서 투자사기가 급증했다. 수법도 진화를 거듭해 피해자가 늘어만 간다. 금융·수사 당국이 강력 규제, 특별단속을 외치지만 소비자에겐 와닿지 않는다. 비즈한국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종 투자사기’를 추적 보도한다. 금융소비자들이 미리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를 ‘사칭’하는 투자사기가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투자 프로그램을 실제 금융사와 유사하게 만들고 사이트를 개설해 ​금융사를 사칭하기에 피해자들이 진짜라고 믿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수사조차 어렵다는 것. 사칭 피해를 당한 금융사들이 수사 의뢰에 소극적이기 때문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사나 금융사 임직원들을 사칭하는 투자사기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사칭을 당한 금융사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사진=페이스북 불법 리딩방 광고 캡처


#실제 금융사와 임직원 이름 사칭

 

“○○사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투자방”, “○○​○ 대표가 직접 코칭”.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그러나 이는 전부 ‘투자사기’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제 존재하는 금융사와 금융사 임직원을 ‘사칭’한다는 것.

 

사기 일당은 실제 금융사와 디자인이 유사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소비자를 안심시킨다. 불법 리딩방에 속아 넘어간 A 씨는 “실제로 존재하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코칭을 해준다고 했다. 사이트도 있고 다른 자산운용사에서 투자 권유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봐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투자를 했다가 투자액을 전부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불법 리딩방 일당이 제공하는 투자 사이트. 실제 있는 자산운용사 명의를 도용해 사이트를 제작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실제 존재하는 금융사를 사칭해 불법 리딩방을 운영하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특정 증권사에 돈을 입금하면 주식을 준다고 하거나 AI 트레이딩을 시켜준다는 등 투자사기 유형은 매번 진화한다. 피해자들은 디자인과 투자 권유 방식 등이 실제 금융사의 방식과 유사해 식별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상황이 이러자 ‘사칭’ 피해 당사자인 금융사에도 불이 떨어졌다. 일부 금융사는 사기를 ‘유의’하는 안내문을 띄우는 등 투자사기 유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텔레그램에서 회사 임원 이름으로 리딩방이 운영된다는 내용을 입수한 뒤 고객들에게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금융사를 사칭하는 금융사기가 증가하자 일부 금융사에선 사기 주의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그러나 ‘사칭’ 피해를 본 금융사가 직접 금융사기를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사칭 사기가 많아졌다는 걸 인지한 후 고객들에게 별도로 안내를 했지만, 신고는 하지 못했다. 알아보니 직접 피해를 입은 게 없으면 신고하기가 애매하더라. 그래서 ‘저희 회사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는 식으로 고객들에게 안내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D 증권사 관계자도 “고객들의 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을 불러 인계했다. 회사가 직접 신고하지는 못했다. 피해를 본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E 증권사​는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대응하느냐의 차이다. 고객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작년부터 사칭 사례가 있었다. 고객 피해가 우려돼 회사 차원에서 금융감독원과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했다. 물론 고객들에게 공지하는 방법이 제일 현실적인 조치다. 작년에 신고했지만, 아직 수사 결과가 안 나왔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에 신고를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금융사들이 많다. F 자산운용사는 “사칭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따로 대응한 건 없다”고 밝혔다. G 증권사도 “별도로 대응 중인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수사당국 “피해 증명해야”

 

불법 리딩방을 특별단속 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직접 신고하려면 범죄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아니어도 ‘이런 사기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고발은 가능하지만, 피해자로 신고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피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 때문에 직접 신고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칭’ 피해만으로는 금융사들이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해자들은 금융사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 리딩방 사기 피해자 G 씨는 “사기를 당한 후 증권사에 문의하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더 적극적으로 사칭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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