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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소마젤란은하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어!

은하 속 별빛 관측한 결과, 2만 광년 떨어진 두 은하가 '우연히' 겹쳐 보인 것

2024.02.20(Tue) 09:35:53

[비즈한국]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바다를 가로질러 세계를 일주하던 중 밤하늘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길고 비스듬하게 흘러가는 은하수 옆에 또 다른 거대한 크고 작은 빛의 무리가 보였다. 마치 별로 채워진 구름 같았다. 남반구 지역에서는 이미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지만 북반구 유럽인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오늘날 이 두 천체에는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우리 은하를 맴도는 대표적인 위성 은하다. 

 

소마젤란은하를 두고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이곳이 은하 하나가 아니라 은하 두 개가 겹쳐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관측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소마젤란은하의 두 얼굴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었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소마젤란은하가 정말 은하 두 개가 겹친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발견했다. 

 

마젤란은하는 남반구 하늘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위성은하다. 사진=ESO

 

소마젤란은하가 사실은 은하 두 개가 겹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소마젤란은하 속 별들의 분포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별들은 사방에 둥글게 퍼져 분포한다. 반면 나이가 어린 별들은 원반을 이루듯 회전하는 궤도를 그린다. 이는 소마젤란은하 속 나이가 다른 별들이 애초에 다른 종족, 즉 기원이 다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마젤란은하는 우리 은하, 그리고 이웃한 대마젤란은하와 비교적 최근에 중력 상호작용을 겪어 별의 분포와 움직임이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터라 구성 요소를 정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 까다로운 작업을 위해 천문학자들은 대대적인 전파 관측을 활용했다. 소마젤란은하 속 중성 수소에서 방출되는 독특한 파장의 빛을 관측했다. 은하 속 중성 수소 가스 구름이 움직이면서 도플러 효과로 인해 관측되는 방출선의 파장도 변화한다. 이 파장을 보면 은하 속 가스 구름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거나 다가오는지를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소마젤란은하 속 중성 수소 가스 구름의 분포를 보면 확연하게 속도가 다른 두 영역을 보여준다. 

 


위 그림에서 왼쪽의 붉은 영역은 우리에게서 약 초속 170km로 빠르게 멀어진다. 오른쪽은 초속 130km로 비교적 느리게 멀어지는 영역이다. 즉 소마젤란은하는 두 가지 속도로 멀어지는 두 덩어리가 겹쳐 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스 구름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만으로는 소마젤란은하 속 별들의 공간 분포를 정확히 그릴 수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별들의 별빛을 관측해 은하 속 먼지 구름에 흡수된 흔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비교했다. 만약 어떤 별빛의 스펙트럼이 먼지에 흡수된 흔적이 보인다면 그건 그 별이 먼지 구름보다 더 뒤에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별빛의 스펙트럼이 먼지에 흡수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 먼지 구름보다 더 앞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소마젤란은하를 채운 별 가운데 어떤 별이 비교적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지를 구분했다.

 

분석 결과 사실 소마젤란은하는 하나의 은하가 아니었다. 약 2만 광년이나 떨어진 두 은하가 겹친 현장이었다! 19만 9000광년에 은하 하나, 그리고 21만 5000광년 거리에 또 다른 은하 하나가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앞에 있는 영역과 뒤에 있는 영역의 금속 함량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까이 있는 별들의 금속 함량이 비교적 더 높았다.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소마젤란은하의 정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별들의 공간 분포, 움직이는 방식 뿐 아니라 금속 함량까지 크게 달라 보인다는 것은 애초에 소마젤란은하가 하나의 은하가 아니라 두 개의 은하가 합쳐진 결과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두 영역이 절묘하게 겹쳐 보였을 뿐 실제로는 소마젤란은하 A와 B로 구분이 필요한 셈이다.

 

한편 천문학자들은 소마젤란은하보다 더 작은 왜소은하도 계속 찾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 은하 곁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위성 은하는 약 60개다. 특히 슬로안 전천 탐사, 암흑 에너지 서베이와 같이 하늘 전역을 훑어보는 서베이 관측이 시작된 2000년대부터 위성 은하 발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은 위성 은하는 은하 진화의 비밀을 쥔 우주의 화석이다. 작은 은하들이 병합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지금의 거대한 은하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 은하를 채운 많은 별과 가스 물질은 여러 조각의 작은 위성은하들에 있던 것이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비해 관측된 위성 은하의 수가 현저하게 적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훨씬 더 많은 위성 은하가 우리 은하 곁을 맴돌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시뮬레이션만큼 많은 수의 위성 은하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를 현대 천문학에서는 ‘실종된 위성 은하’ 문제라고 부른다. 아주 유서 깊은 미스터리 중 하나다.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이들이 너무 작고 흐릿한 위성 은하여서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흐릿한 위성 은하들이 뒤늦게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 카메라를 활용한 DELVE 관측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 은하 주변 밤하늘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별들이 무작위로 분포한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별이 약간 더 높은 밀도로 분포하는 영역을 발견했다. 얼핏 봐서는 위성 은하가 있다는 걸 눈치 채기 어렵지만 자세히 보면 약 여섯 개의 흐릿한 위성 은하가 한데 모여 있는 걸 알 수 있다. 대부분 금속 함량이 아주 적고 100억 년 정도 된 나이 많은 별들로 채워져 있다. 오래전 만들어진 이래로 아직까지 미처 우리 은하에 반죽되지 못한 채 주변을 떠도는 고대 화석의 조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DELVE 프로젝트로 관측한 왜소은하들의 모습.


또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위성은하들이 이미 오래전 우리 은하 중력에 의해 부서지면서 더 작은 구상성단 같은 상태로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돌고 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발견된 왜소은하 후보들 중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왜소은하는커녕 사실상 구상성단이라 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 원래는 작은 왜소은하였으나 외곽의 별들이 흩어지고 빠져나가면서 높은 밀도의 중심부만 남아 구상성단 같은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는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가정에 문제가 있어 실제 우주보다 더 많은 위성 은하를 재현한 것일 수도 있다. 아직은 정확한 답은 모른다. 다만 시뮬레이션과 관측을 통해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뮬레이션 천문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이 재현하는 위성 은하의 수를 조금 줄여보기 위해 고민하는 반면, 관측 천문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둠 속 위성 은하를 꾸준히 찾아내고 있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d159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cdd7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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