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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극성' 주가 조작 세력이 정치 테마주 좋아하는 이유

호재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공시 등 추가 작업 불필요, 작전 금액도 통상적인 주가 조작보다 적게 들어

2024.02.19(Mon) 10:48:24

[비즈한국] 4월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별 단속까지 나섰다며 세력에게 경고를 보냈지만,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는 뿌리 뽑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인 주가 조작 방식과 동일하면서도 구조가 다른 탓에 법적으로 입증하는 게 어렵다는 지적이다.

 

4월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는 뿌리 뽑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사진=pixabay

 

#전통적인 주가 조작과의 차이점 

 

통상적인 주가 조작은 상장사 인수에서부터 시작한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 중 하나를 인수한 뒤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에 얹혀가는 방식이다.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회사 사명에 ‘신규 사업 영역’을 넣어 변경하고 관련 공시들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공시가 나오기 전부터 기대감을 불어넣어 주가를 올린 뒤 개미들이 달라붙으면 지분을 털어 수익을 낸다.

 

이 방식은 금융당국에서도 이미 대응방법을 찾아냈다. 신규 사업 진출을 공시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을 문제 삼거나 인수 후 일정 기간 내에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허위 공시의 경우 형사처벌도 강해졌고, 이를 토대로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면 사기와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는 조금 다르다. 상장사를 인수하거나 신규 사업 진출을 허위로 공시할 필요가 없다. 이미 시장에 ‘정치 테마주는 급등한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상장사의 대표 및 임원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특정 상장사에 유력 정치인과 인연이 있는 인사를 사외인사 등으로 영입하기라도 하면 ‘급등 연출’이 가능하다. 

 

#윤석열·한동훈 테마주로 오른 덕성, 조국 테마주로 오른 화천기계

 

덕성이 대표적이다. 덕성은 앞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테마주이기도 했다. 당시 덕성에 재직 중인 이봉금 대표이사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윤석열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이번엔 한동훈 테마주가 된 덕성은 최근 상한가를 기록하며 사흘 만에 70%가 뛰었다. 

 

지난 2021년 1~2월 6000원대에 거래되던 덕성 주가는 윤석열 테마주에 올라타며 같은 해 6월 3만 2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3000원대까지 떨었졌다가 한동훈 테마주에 편승하며 지난해 8월 1만 4000원대까지 올랐다. 우선주인 덕성우도 지난해 7월 4000원대에서 지난해 12월 3만 2000원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최근에도 80% 넘게 올랐다. 덕성은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당사 주식이 정치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국 테마주도 탄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국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총선 레이스에 뛰어들었기 때문. 화천기계는 최근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이 회사의 남광 전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미국 버클리대학 로스쿨 동문이어서 ‘조국 테마주’로 묶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력들의 장난’이라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전환사채(CB) 업계 큰손 중 한 명은 “통상적인 주가 조작은 기업 인수부터 시세 조종까지 최소 100억 원은 있어야 하고, 보통은 150억 원은 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정치 테마주는 초반에 20억~30억 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돈으로 주식을 대거 매수한 뒤 호재를 흘려 매도→매수→매도를 반복하면서 돈을 불린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지라시’ 등을 통해 테마주라고 흘리면서 10~15% 정도 급등하는 차트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개미들을 유혹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룰이 있다.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이 넘어가는 종목은 정치 테마주에 편입되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시총이 1000억 원을 넘어가면 시세 조종에 들어갈 투자금도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정치 테마주 집중 제보기간을 운영하는 한편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정황이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 마스크 및 2차전지, 쌍용차 인수 관련 에디슨모터스 등 여러 굵직한 주가조작 사범들이 검거되는 동안 정치인 테마주 관련 세력 수사는 허탕을 친 게 이처럼 작전 금액이 작아서라고 업계에선 입 모아 지적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주가 조작 수사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치 테마주 세력이 계좌를 수십 개 동원해서 일정 금액 이하에서 시세를 띄우면 이를 입증해 처벌하는 것은 통상적인 주가 조작 수사보다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수사 성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것 아니겠냐”고 짚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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