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분식회계 의혹이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수위가 낮아졌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인도 현지 자회사의 손실을 알고도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중과실’로 판단했다. 과징금 규모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증선위의 판단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벗고 ‘거래정지’를 면했다. 그러나 리스크는 여전하다. 일각에선 ESG 경영을 강조하던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한다.
#금감원 ‘고의’ 판단, 금융위서 ‘중과실’로 내려가
두산에너빌리티의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20년 2월 1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부실액이 1조 888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미청구공사비 비율도 과하게 높다며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위반을 의심했다. 이에 금감원이 조사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인도 자회사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DPSI)가 2016년 인도 ‘자와하르푸르 및 오브라-C 화력발전소’ 공사를 하며 수백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순손실액은 2017년 319억 원, 2018년 291억 원, 2019년 444억 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3314억 원으로 급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주처와 분쟁이 마무리된 후인 2020년 확정된 손실액을 반영한 것이며 고의 손실 누락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의도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해외 수주사업 손실을 ‘고의’로 늦게 반영했다는 것.
결국 공은 금융위로 넘어갔다. 지난 2월 7일 금융위 증선위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감리 결과를 ‘고의’가 아닌 ‘중과실’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주식 거래 정지라는 최악은 면했지만, 역대 최고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징금 액수는 향후 금융위에서 결정된다.
증선위가 두산에너빌리티에 지적한 사항은 총 네 가지다. △공사 손실을 누락한 ‘과소계상’ △종속회사투자주식 등의 손상차손을 ‘과소계상’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 거부’ △2018년 3월 20일부터 2022년 2월 8일까지 ‘증권신고서 기재 위반’ 등이다.
추후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감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증선위는 두산에너빌리티 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에 도 두산에너빌리티 감사업무 제한 1년과 과징금을 의결했다.
금융위 판단에 대해 16일 박용진 의원실은 비즈한국에 “이제라도 위반으로 의심된 행위에 제재가 이뤄질 수 있어 다행”이라며 “회계부정은 기업에 투자하는 소액주주들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기만 행위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엄중히 다루고 예방 대책도 강도 높게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증선위 결정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증선위의 지적사항은 과거 손익 귀속 시기의 판단 문제로 이미 2020년도에 손실로 반영했다. 향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회계투명성 제고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사업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ESG 경영 표방, 부메랑 될 수도’”
증권가에선 이번 금융위 판단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본다. 15일 메리츠증권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적정 주가는 2만 1000원으로 36.7% 상승 여력이 있고, 금감원 감리가 ‘과징금’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며 에너지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같은 날 나이스신용평가는 약 9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둔 두산에너빌리티에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BBB+·안정적’ 등급을 매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부터 매년 신용 등급이 올랐다. 원전의 핵심 설비, 핵연료 취급 설비 등을 주력으로 제작하는 터라 윤석열 정부 탈원전 탈피 정책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이번 분식회계 논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ESG 경영 신뢰도에 금이 갔다고 지적한다.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기업 경영 원칙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친환경 에너지와 ESG 경영을 핵심원칙으로 표방한다. 2022년 사명에서 ‘중공업’을 버리고 에너빌리티를 넣으면서 ‘친환경’. ‘ESG’ 이미지로의 전환에 주력했다. 지난해 7월에는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해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2월 ESG 경영 글로벌 상위 10% 기업을 꼽는 ‘2023 DJSI 월드지수’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ESG 신뢰도에도 타격을 준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는 고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향후 기업 신뢰도에 의구심이 계속 따라붙을 수 있다. 사실 회계에는 실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자체 감사와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다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실수는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ESG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이 늘었는데, 조금만 실수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기업 신뢰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이런 기업이 앞으로 ESG를 이야기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증권사의 매수 의견은 굉장히 위험한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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