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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 경쟁은 옛말' 저출생에 문 닫는 병설유치원

학급 편성 최소 기준 5명 못 채워 전국서 폐원 증가…통폐합 작업 속도 낼까

2024.02.16(Fri) 11:40:29

[비즈한국]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각 지역 교육청 홈페이지에 ‘병설유치원 휴원 안내문’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내 병설유치원도 원아 모집을 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어린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원아 모집 어렵다’ 휴원 이어 폐원까지

 

경기도 용인교육지원청은 올해 구갈초, 대청초, 마북초 병설유치원 등 관내 10개 병설유치원을 휴원한다고 공지했다. 입학 원아 수가 학급 당 최소 정원(5명)에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10개원 중 5곳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휴원 결정을 내렸다. 이 지역은 지난해에도 8개 병설유치원이 원아모집을 못해 휴원을 결정했는데,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난 모습이다.

 

경기도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도 7개 병설유치원의 휴원을 결정했다. 특히 광릉초, 내양초, 사능초 병설유치원 등 6개원은 입학을 희망하는 원아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도 대남초, 초지초, 안산초 병설유치원 등 5개 병설유치원을 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두 지난해부터 원아를 모집하지 못했다. 파주시도 4개 병설유치원이 휴원을 계획 중이다. 1개원은 2021년부터 휴원 중이며, 2개원은 지난해부터 휴원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고양시도 올해 3개 병설유치원을 휴원했다.

 

경기도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원아 모집이 안돼 휴원하는 병설유치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같은 공립유치원이라도 규모가 큰 단설유치원(독립된 건물을 사용하는 공립유치원)은 인기가 높다. 반면 병설유치원은 학급수가 적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병설유치원은 인기가 높았다. 보통 초등학교 건물에서 생활하는 만큼 초등학교 입학 시 적응이 쉽고, 무엇보다 원비가 무료여서 학부모의 선호도가 컸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던 몇 년 전만 해도 병설유치원 인기가 높았다. 경쟁률이 높아 당첨이 돼야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원아 모집이 안돼 문을 닫는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올해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운영을 아예 포기하는 병설유치원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원아 모집이 안 되면 1년씩 휴원하며 다음 해를 기약했으나, 올해는 아예 폐원하는 병설유치원이 늘었다.

 

경기도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올해 마산초, 솔빛초 병설유치원 등 4개 병설유치원을 휴원하고, 최근 2년간 휴원했던 송라초 병설유치원은 폐원한다고 알렸다. 경기도광주하남교육지원청도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초월초 병설유치원의 폐원을 공지했다. 2021년부터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휴원을 하다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도교육청에서 3년 이상 휴원한 곳은 폐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한다”며 “아동 수가 줄면서 휴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병설유치원 폐원이 나온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올해 5개 병설유치원이 폐원을 결정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광주북초, 광주동초, 송학초 병설유치원 등 8개 병설유치원은 학급 편성 최소 기준인 5명의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휴원하고, 광주중앙초, 월곡초, 치평초 병설유치원 등 5개원은 폐원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병설유치원 휴원은 있었으나 폐원이 결정된 적은 없었다”며 “2021년 광주시에서 3년 이상 원아 모집을 하지 못할 경우 폐원을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올해 이 규정이 처음 적용돼 폐원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원아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공립 유치원은 2019년 1399개에서 지난해 2275개로 확대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전문가 “교육 환경 개선 위해 단설로 통폐합 필요”

 

학부모 사이에서 병설유치원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병설유치원이 초등학교 내에 있다 보니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가 있으면 동생들을 병설유치원에 보내려는 부모가 많았다”며 “요즘은 자녀 수가 줄다 보니 이런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병설유치원이 초등학교 부속기관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교 교실 1~2개를 사용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은 연령대가 섞인 혼합반 형태인 데다 원장, 원감을 따로 두지 않고 교장이 겸직하는 곳도 상당수”라며 “이런 환경적인 부분 때문에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의 질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병설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이 아무개 씨는 “원비가 무료라는 점 때문에 병설유치원을 보냈는데, 사립유치원보다 프로그램이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운동이나 특기적성, 체험 프로그램 등이 사립유치원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병설유치원은 최근 빠르게 소형화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전국 공립유치원 중 원아 수가 9명 이하인 곳은 2019년 1399개에서 지난해 2275개로 4년 새 876개가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전체 공립유치원 5130개 중 절반에 가까운 유치원이 원아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소규모 형태로 운영 중인 셈이다.

 

지난해 정부는 소규모 병설유치원이 확대됨에 따라 1학급 규모의 병설유치원을 통폐합하는 ‘한울타리 유치원’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시범 운영한 뒤 2026년부터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병설유치원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교육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통폐합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손혜숙 교수는 “유아를 위해 전문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만큼 병설보다는 단설유치원으로 학부모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병설보다 단설유치원으로 (통폐합해) 안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짚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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