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영그룹이 서울 금천구 대형병원 개발 사업 착공을 결국 연기했다. 병원 건립과 함께 900세대 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던 이 사업은 착공을 앞둔 2022년 부지에서 기준치 이상 오염 물질이 다량 검출되며 멈춰섰다. 토지 소유주인 부영그룹은 지자체로부터 토양 정화 명령을 받은 뒤 부지 오염 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부영그룹 우정의료재단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서울 금천구 종합병원 공사 착수 기한을 1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연장 사유는 유해성평가 대상 인정 신청에 따른 절차 이행이다. 건축법에 따라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건축 허가를 받은 자가 2년 내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공사 착수 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금천구는 2022년 2월 24일 이 건물의 건축 허가를 냈다.
금천구 종합병원 개발 사업은 금천구청 남단에 있는 옛 대한전선 공장 부지에 대형종합병원과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부지를 가로지르는 금하로를 중심으로 남쪽에서는 우정의료재단이 지하 5층~지상 18층(81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북쪽에서는 부영주택이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990세대) 규모 공동주택을 각각 조성한다. 부영주택은 2013년 2월 총 8만 ㎡ 규모인 대한전선 공장 부지를 1250억 원에 매입해 부지 남쪽 일부를 재단에 증여했다. 이 개발 계획은 2020년 11월 서울시를 통과했다. 2022년 4월에는 기공식도 열렸으나 실제 공사엔 착수하지 못했다.
부영그룹이 건축 허가 이후 2년째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이유는 토양 오염이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부지 토양에서 오염 물질인 구리(3만 2784ppm)와 불소(934ppm), 섬유계총탄화수소(TPH, 1만 6305ppm)가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 금천구는 2022년 3월 부영주택에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라고 명령했다. 토양 정화 명령은 2년 안에 이행해야 하며, 사유가 있을 경우 1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다. 부영그룹은 현재까지 정화 명령을 이행하거나 기한 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부영그룹은 현재 금천구 종합병원 부지 오염 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 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부지 토양 오염이 인위적으로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화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토지환경보전법에 따라 환경부는 토양 오염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입증된 부지의 위해성을 평가해 그 결과를 토양 정화 범위와 시기, 수준에 반영할 수 있다. 우정의료재단은 지난해 11월 이 부지 오염 물질을 위해성 평가 대상으로 인정해달라고 환경부에 신청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접수해 현재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오염이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상황”이라며 “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위해성 평가 검증위원회에서 (위해성 평가 대상) 요건에 부합한지를 심의하게 된다.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게 될 경우 법에 따라 평가 결과를 토지 정화 범위나 시기, 수준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천구 종합병원 개발 사업은 부영그룹 숙원 사업이다. 병원 운영사를 찾던 부영그룹은 2017년 계열사인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을 통해 우정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933억 원 상당인 병원 부지와 450억 원대 운영 자금을 출자해 사업 자격을 갖췄다. 대기업이 병원 사업에 진출한 건 삼성(삼성서울병원), 현대(서울아산병원), 대우(아주대병원), 한진(인하대병원), 두산(중앙대병원)에 이어 여섯 번째다.
한편 금천구 종합병원 착공 연기로 일대 공동주택 개발 사업도 미뤄질 전망이다. 금천구 종합병원 개발 계획상 병원 부지 건너편에는 부영주택의 공동주택 개발이 예정됐다. 그러나 공동주택 개발은 병원이 들어서는 산업부지 개발을 우선하거나 병행하는 조건으로 허가가 나, 종합병원이 착공하지 않으면 공동주택 개발도 불가능하다.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863세대(임대 127세대)에 달한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11월 일대 공동주택 건설에 대한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지 개발 관련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으로 착공 시기는 이 절차가 완료돼야 가시화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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