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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강화한다더니 거꾸로…'지배구조법 개정안' 들여다보니

금융회사 부담 덜어주는 조항이 절반…'실효성'에 의문

2024.02.14(Wed) 17:50:49

[비즈한국]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논란, 은행권 대규모 횡령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카드를 꺼냈다. 1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지배구조법을 개정한 후 금융위에서 본격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을 통해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가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여전하다는 것.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조항도 담겼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논란, 은행권 대규모 횡령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나온다. 사진=박정훈 기자


#제·개정 6개 조항 중 3개가 금융회사 부담 ‘경감’ 효과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24일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오는 7월 3일 시행된다. 은행권 횡령 사고, 불안전 판매 등 문제가 커지자 금융권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크게 △책무구조도 도입 △임원 내부통제 △이사회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임원에 대한 신분 제재 등을 담았다. 핵심은 ‘책무구조’를 도입해 대표이사 등 임원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는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돼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활동을 감독해야 한다.

 

지배구조법은 2016년부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명시했지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원이 이행해야 하는 관리의무가 이전보다 더 명확해졌다.

 

다만 당초 발표와 달리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를 면제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되면서 실효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개정안은 △위반행위의 발생 경위, 정도와 그 결과 △위반행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지 등에 따라 제재조치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세부 내용을 정한 지배구조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내부통제 이행 방법이 담겼다. 입법예고는 2월 13일부터 3월 25일까지다. 개정되는 시행령과 감독규정에는 책무구조도 작성·제출방법,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시기,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방안이 포함됐다. 은행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금융회사가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조문별 제·개정이유서 내용 중. 금융위는 제·개정 6개 조항 중 절반이 금융회사 부담 경감의 효과가 있다고 봤다.  자료=금융위원회

 

그런데 시행령 세부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조문별 시행령 제·개정 이유서’에 따르면 제·​개정되는 6개 항목 중 절반인 3개 항목이 금융회사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책무구조도 작성 및 제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부담을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되는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임원 직책별로 책무 및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와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이사회 의결일로부터 7영업일 내에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마련·제출시점을 차등했다. 법률에서 은행·지주·금투(자산 5조 원 이상 등)·보험(자산 5조 원 이상)을 제외한 금융회사는 법 시행일인 2024년 7월 3일 이후 2년 또는 3년까지 책무구조도 제출을 미룰 수 있다. 법률 개정에 따라 시행되는 임원의 내부통제 의무 등은 모두 책무구조도 제출 이후부터 시행된다. 이를 감안하면 개정안이 사실상 3년 후에 적용되는 셈이다. 

 

금융위는 또 내부통제위원회가 아닌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도 내부통제위원회의 일부 업무를 담당하거나 임원이 아닌 직원도 관리의무를 부담할 수 있게 했다. 

 

#불완전판매 근절? 전문가들 “글쎄”

 

문제는 실효성이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의무를 어겼을 때 대표이사 등 임원의 ‘처벌’이 가능할지가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될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지배구조법은 2016년 8월부터 시행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DLF(파생상품 결합 펀드) 사태다.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다수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이 대규모 손실을 야기하자, 금감원 금융분정조쟁위원회는 손실액의 최고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또 최고경영자인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당시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문책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이후 이들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손태승 전 회장은 2022년 12월 승소해 경고 처분이 취소됐다. 함영주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심 패소 후 2심을 진행 중이다.

 

동일한 사안이지만, 지배구조법에서 명시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이 달라지면서 소송의 결과도 달라졌다.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 역시 처벌을 피해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DLF 사태 때부터 CEO 제재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내부통제 내용, 책임자의 관리 업무가 명확하지 않아 금감원이 패소한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이번 개정안에서 ​강화하겠다는 건데, 조항이 단순하고 예외 규정이 많아 빠져나갈 구멍이 오히려 많다. 홍콩 ELS 사태 역시 은행이 내규를 지키지 않고 판매금액을 상향하는 등 내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정황이 보인다. 은행권이 하겠다던 자율규제에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은행의 ELS 판매 금지 등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ELS 등 고위험 상품의 판매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은 ​은행에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은행의 지배구조도 큰 문제다. 미국 등 해외 은행은 ‘주인’이 있는데, 우리나라만 주인이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철저히 관리되지 않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은행 구조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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