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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영화 '소풍'을 보며 깨달은 나답게 나이 드는 법

늙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위축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

2024.02.13(Tue) 14:38:46

[비즈한국] 세상사 절대 변하지 않는 2가지 진리가 있다면, 그건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과 누구나 결국은 죽는다는 것일 게다. 이 두 가지는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일인지라 사람은 어찌하면 노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언젠가는 조우하게 될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염려하게 된다.

 

영화 소풍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 ‘소풍’은 여러모로 필자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컸다. 80대가 주인공인 한국 영화를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어서 더 눈여겨 봤던 이 영화는 현실적인 노년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고향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 은심(나문희), 금순(김영옥)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여정에서 은심과 금순은 소녀시절처럼 별명을 부르며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은심의 첫사랑이었던 태호(박근형)를 만나 그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마주하게도 된다.

 

그러나 이들이 함께 하는 소풍의 여정은 마냥 따뜻하고 유쾌하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키운 자식들은 이들에게 받아 갈 것들만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노년의 시간을 유쾌하게만 다루진 않는다. 80대 노인들의 재산과 부양을 둘러싼 가족들과의 갈등, 노년의 요양원 생활, 존엄사 등의 이야기를 꽤 깊이 있게 현실적으로 언급해서다. 이 묵직한 스토리 안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고 이들 노인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존재는 자식도 배우자도 아닌 노년의 친구들뿐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언젠가 다가올 노년의 시간을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맞이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 졌다.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곧 다가올 이 시기를 서글프게 보내지 않으려면 정신적, 육체적, 실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참 많겠다는 걱정이 들어서였다.

 

이런 복잡다단한 생각들로 마음이 조금 숙연해 졌을 무렵, 인터넷 서점에서 두 눈에 쏙 들어와서 챙겨 읽게 된 책이 있다. 대만에서 치매, 알츠하이머 쪽으로 연구를 오랜 시간 해온 노년의 싱글 여의사인 류슈즈의 에세이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이라는 책이다. 대만의 40~50대들이 “선생님처럼 나이 들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워너비 노년 롤모델이라는 의사 류슈즈는 ‘멋진 나’로 나이 들려면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위축되지 않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늙어가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위축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되, 질병을 당연히 여기며 적절히 치료를 받고, 언제든 사람들과 대화하고, 여행을 가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런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년의 질병을 서글픈 것이 아닌 당연하게 여기며, 맞서야 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맞서고 그에 맞서기 전에 미리 잘 준비하자는, 저자 류슈즈의 무심하지만 강단 있는 태도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영화 ‘소풍’처럼 노년의 친구 관계 또한 노년의 시간에 참으로 중요한 존재라고 언급한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도 안 계시고 자식들은 한창 먹고살기 바쁘다. 이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친구다. 서로 모르는 게 없는 절친부터 취미가 같은 친구들, 온라인 친구들까지, 이 모든 친구들이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영화 ‘소풍’으로 코끝이 시큰해지는 노년에 대한 마음이 책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을 읽어 내려가면서 조금 위안이 됐다. 그래 인생 뭐 있나. 늙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니 자연스레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선 진짜 나의 좋은 친구들과 나답게 교류하다 보면 나이 드는 것이 그렇게 외롭고 우울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늙어가는 것에 쫄지 말자. 당신답게 나답게 당당하게 그렇게, 그 시간을 맞이해 보자.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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