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요격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30km 밖에서 드론을 탐지해 킬러드론을 충돌시켜 파괴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실전 배치된다면 우리 군의 드론 대응능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실제 드론을 사용한 요격 시연은 2025년까지 실시된다.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작전사) 주최로 드론-대드론 전투발전 세미나가 포천시청에서 2월 6일 개최됐다. 드론작전사가 지난해 9월 창설 이후 최초로 공개 세미나를 진행한 목적은 현재 한국군의 드론 방어체계가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론작전사는 크게 드론을 사용한 공세적 임무인 드론공격작전과, 적 드론을 방어하는 대드론작전 임무를 맡고 있다. 공세적 임무의 경우 현재 보유한 소형무인기를 사용해서 유사시 북한 도발 시 소형드론을 북한에 침투시켜 정찰 및 타격작전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 능력은 현재 갖추고 있다.
문제는 드론 방어작전, 혹은 대드론작전이다. 드론을 방어하는 대드론체계는 시설을 방어하는 고정형 대드론체계와, 지역을 방어하는 기동형 대드론체계로 나뉜다. 이중 기동형 대드론체계 작전을 드론작전사령부가 담당한다. 고정형 대드론체계는 대통령실이나 원자력 발전소, 전방 지역만 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우리 영토의 80%를 드론으로부터 방어하는 임무는 드론작전사의 기동형 대드론체계가 맡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현재 우리 국토의 80%는 적의 드론 공격에 대응할 방안이 없어 취약한 상태로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육군 항공대의 공격헬기 및 공군 전술항공통제기 KA-1을 사용해서 비 중요지역에서의 드론요격 작전을 수행하는데, 두 무기체계 다 드론과의 전투를 위해 개발된 장비가 아니라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 또한 무장을 발사할 경우 적 드론이 추락해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바로 드론을 사용한 드론 요격, 대드론타격 소형무인기(타격무인기)다. 이런 종류의 무인기 중 가장 유명한 무기가 미국 RTX사의 ‘코요테(Coyote)Block 2’다. 코요테 무인기는 당초 정찰, 타격, 잠수함 발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모듈형 무인기로 만들어졌다가, 작은 제트엔진을 달아서 대 드론 요격용 드론으로 개조한 것이다. 대당 10만에서 20만 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현재 드론타격 무인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 주둔한 미군을 보호하는 용도로 실전 운용 중이다.
한국 역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이같은 타격무인기를 개발 중인데, 가장 높은 성능을 목표로 개발 중인 것이 바로 ADD이다. ADD는 두 가지의 대드론 타격 소형무인기를 개발 중이다. 첫 번째로 공개된 드론 타격 무인기는 ‘드론 속의 드론’ 형태로 제작됐다. 수직이착륙(VTOL) 기능이 있는 고정익 무인기에 두 대의 초소형 타격무인기를 탑재해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순찰하다가 적 드론을 발견하면 초소형 타격무인기가 요격하는 방식이었다.
올해 2월 6일 새로 공개된 ADD의 대드론 타격 소형무인기는 앞서 말한 RTX의 코요테 무인기나, 폴란드의 워마이트-튜브(Wamate-tube), 중국의 CH-901 무인기와 같은 튜브 발사식(Tube-launched) 공격드론이다. 튜브에 있다가 미사일처럼 발사되기 때문에, 긴급한 표적을 탐지하고 타격할 때 장점을 가진다. ADD는 최종적으로 타격무인기를 무인지상로봇(UGV)에 탑재할 생각이나, 일단은 차량으로 견인할 수 있는 트레일러형 발사대에 타격 무인기 10기를 탑재한 튜브를 제작할 예정이다.
ADD의 타격무인기 시스템은 트레일러형 발사대와 탐지레이더로 구성된다. L-SAM 장거리 대공무기 발사대를 개조한 발사대에 GaN 기반의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새로운 드론 탐지 레이더가 먼저 북한 드론을 찾아내는데, 약 30km 떨어진 북한 무인기도 잡아낼 수 있을 만큼 우수한 고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 등에서 운용 중인 드론 탐지 레이더보다 세 배 이상의 탐지 능력을 갖춘 만큼, 크기는 크지만, 드론 탐지 능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북한 드론을 탐지하면 그 즉시 드론 트레일러의 튜브에서 타격무인기가 발사된다. 발사대에 적재할 타격무인기는 한 쌍의 주 날개와 두 쌍의 꼬리날개, 리튬이온전지로 구동되는 전기추진식 2엽 프로펠러라는 평범한 구성을 하고 있지만, 기존에 ADD에서 개발한 비슷한 급의 무인기보다 훨씬 가격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인 버전이다. 북한의 대규모 드론 공격에 대응할 충분한 수량을 갖추기 위해서다.
발사된 타격무인기는 탐지레이더 및 지상통제장비와 교신하는 데이터 링크가 장착돼 있다. 적 드론에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데이터링크로 탐지레이더가 적 드론의 위치를 타격무인기에게 알려줘 접근한다. 어느 정도 근접하면 타격무인기의 머리 부분에 장착된 영상/적외선(EO/IR) 탐색기가 드론을 끝까지 추적해 자폭 방식으로 요격한다.
ADD에 따르면 이 사업은 작년 4분기부터 개발을 시작, 기본 설계 리뷰(PDR)을 마치고 조만간 상세설계 리뷰(CDR)를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가을쯤 실제 타격무인기가 비행을 마친 뒤, 내년 하반기까지 실제 무인기를 사용한 요격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요격 시험에는 드론사령부의 핵심 장비라 할 수 있는 북한 영공침투용 소형무인기를 직접 타격하는 테스트가 함께 진행될 방침이다.
ADD의 대드론타격 소형무인기 기술은 아직 대량생산과 실전배치가 결정된 무기는 아니다. 하지만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와, 양산할 경우 문제가 없도록 경제성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질 예정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실전 배치 및 대량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드론사령부가 기존 군의 경직된 획득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제품과 기술 시연 장비의 적극적 활용을 논의하는 만큼, 현재 예상보다 빨리 ADD의 대드론 타격무인기가 드론 공격을 막아내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일종의 ‘게임체인저’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우리 군 드론사령부의 슬로건 역시 ‘전장의 예리한 게임체인저’로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은 쏘는 것보다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적의 대량 드론 포화공격(Swarm Attack)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는 것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적의 핵심 역량을 무력화시키고 반격의 기초를 닦아 전쟁을 종결하는데 가장 큰 조건이 될 것이다. ADD의 대드론 타격무인기가 실제로 적 드론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토를 지키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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