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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설 연휴를 즐겁고 알차게 'OTT 기대작 4선'

"거를 타선이 없다" 천금 같은 연휴에 챙겨 보면 좋을 OTT 흥행작 엄선

2024.02.08(Thu) 15:07:27

[비즈한국] 설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는 2월 9일(금)부터 12일(월)까지 나흘. 길진 않지만 그래도 천금 같은 연휴다. 세배와 차례와 성묘는 물론 자주 못 보는 친척까지 두루 인사하며 공사다망하게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간 일상에서 지쳤던 심신을 달래는 휴식 시간으로 연휴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휴식에서 또 OTT가 빠질 수 있겠나. 쉬는 건 좋지만 무료한 건 못 참는 OTT족들을 위해 설 연휴 볼 만한 콘텐츠를 소개한다. 

 

#최우식과 손석구의 만남이 기대된다면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


사진=넷플릭스 제공

 

2월 9일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살인자ㅇ난감’은 제목부터 오묘하다. 이걸 ‘살인자 오(알파벳 o) 난감’으로 읽어야 할지, ‘살인자 이응(한글 ㅇ) 난감’으로 읽어야 할지부터 헷갈린다. 원작 웹툰의 꼬마비 작가는 ‘살인자 이응 난감’이라 생각하고 제목을 지었다지만 사실 정답은 없고 마음대로 읽으면 된다. 아무튼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건 확실하다. 2011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문 진흥원장상 수상작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ㅇ난감’은 최우식과 손석구라는 기가 막힌 라인업으로 시선을 끈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청년 이탕을 최우식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탕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장난감을 손석구가 맡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탕이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데, 신묘하게도 그가 죽인 사람들이 알고 보니 세상 악랄한 악인들이다. 게다가 마치 하늘이 그를 돕는 듯, 이탕이 저지른 증거들은 여러 이유로 사라져 경찰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 오직 동물적 감각을 지닌 형사 장난감만 이탕을 주시할 뿐.

 

8부작인 ‘살인자ㅇ난감’은 언론 시사를 통해 미리 4회까지 공개됐다. 미리 본 ‘살인자ㅇ난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척 독특한 리듬감을 지닌 작품. 4컷 만화로 진행되는 원작도 단순한 그림체와 컷 사이 여백 안에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아내어 시선을 붙들었는데, 영상화된 ‘살인자ㅇ난감’도 기존의 드라마 문법과는 다른 독특한 리듬감을 지닌 연출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심지어 이탕과 장난감 외에 주요 역할인 송촌(이희준)은 언론 공개된 4회의 막바지에나 나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더 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다만 설 연휴에 가족 모두가 모여 볼 만한 작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갑작스러운 신체 노출과 잔혹한 장면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부부끼리만 설 연휴를 보낸다면 티빙의 ’LTNS’


사진=티빙 제공

 

지난 1월 19일 공개를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가 2월 1일 마지막 화인 6회를 업로드했다. 독립영화 ‘소공녀’에서 이솜과 안재홍의 합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필참으로 봐야 할 작품이다. 심지어 ‘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이 임대형 감독과 함께 극본과 연출에 참여했다. ‘LTNS’는 ‘섹스리스 부부의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을 표방한다. 제목 역시 짐작하는 대로 ‘Long Time No Sex’의 약자가 맞다. 택시 운전을 하는 사무엘(안재홍)과 호텔리어 우진(이솜)은 우연히 친구 부부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었다가 이를 침묵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된다. 이 경험으로 ‘불륜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부부는 직장인 커플, 시니어 커플, 동성 커플 등 다양한 불륜 커플을 추적하고 협박하여 수익을 거둔다. 목표는 떨어진 집값 1억 5000만원을 상회하는 것.

 

우진과 사무엘의 ‘불륜 커플 협박 프로젝트’는 마냥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어떤 이는 원하는 돈을 채우지 않고, 어떤 이는 ‘배째라’로 나오고, 어떤 이는 폭력과 함께 적절한(?) 계약을 맺고 돈을 건넨다. 이 과정에서 섹스리스 부부인 우진과 사무엘의 거리도 좁혀졌다 파국으로 치닫다 다시 얽혀 든다. 과감한 소재와 주연배우들의 과감한 열연이 돋보이는데, 친밀한 부부 사이 관계에 대해 곱씹을 여지도 충분하다. ‘마스크걸’로 은퇴작을 찍었다고 찬사(?)를 받았던 안재홍은 이 작품으로 복귀와 은퇴를 반복하는 듯한 열연을 펼쳤고, 과감한 캐릭터를 자주 맡았던 이솜 또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으로 ‘은퇴작’ 의심을 받았다. 부부끼리 설 연휴를 보낸다면 추천한다. 특히 대한민국 부부 세 쌍 중 한 쌍이라는, 우진과 사무엘 같은 섹스리스 부부라면 더더욱. 

 

#도저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면 웨이브의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사진=웨이브 제공


웨이브의 서바이벌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사상검증구역)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팽배해지는 명절 연휴에 곱씹으며 보기 좋은 예능이다.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4개의 주제에서 각기 다른 이념을 가진 12명의 출연자들이 9일간의 합숙을 거치며 2억원의 상금을 놓고 살아남고자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결코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극과 극의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화합하고 어떻게 공동체를 꾸려 나갈지, 권력을 지닌 리더가 되면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공동체를 이끌어나갈지 등 지켜보면서 시청자도 함께 토론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한 아름이다.

 

다양한 이념으로 구성된 사람의 다양한 발언과 행동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 정치적 성향이 같아도 젠더 영역에서 충돌할 수 있고, 젠더 영역에서 의기투합해도 개방성에 대해 견해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성별과 풍겨지는 이미지에서 무의식적으로 덧씌우는 선입견이 발현되는 장면도 보이고, 얼굴을 마주할 때와 익명으로 참가하는 온라인 토론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는지도 목격할 수 있다. 2월 8일 현재, 4회까지 공개된 ‘사상검증구역’은 사회가 어떻게 조성되고, 어떻게 갈등하고 분열하며, 또 어떻게 화합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 같은 형태다.

 

2월 9일에 5~8회가 업로드되니, 설 연휴에 지리멸렬한 명절 대화 대신 생산적인 토론의 빌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념과 사상을 토대로 한 예능인 만큼 논쟁적인 명제가 대거 제시된다는 점을 유념할 것.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동성애는 후천적 오류다’라는 말에 ‘그렇다’와 ‘아니다’가 공존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상대에게 ‘그건 틀려’라는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개싸움이 날 수도 있다.

 

#잘생긴 이동욱을 원한다면 디즈니플러스의 ‘킬러들의 쇼핑몰’

 

사진=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이 2월 7일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8부작이니 연휴 기간에 몰아보기엔 충분하다.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한 ‘킬러들의 쇼핑몰’은 삼촌 정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정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액션물이다. 도처에 총알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는 액션물인 만큼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보이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현실을 떠올리면 생각보다 괴리감이 크진 않다. 이동욱의 담백한 액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성장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생존의 법칙을 전수해준 삼촌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가는 조카의 성장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오락물의 매력에 충실하다. 액션 풍부하고, 그 액션에 입혀지는 서사도 충분하고, 미스터리와 반전도 쏠쏠하다.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는 교차 편집이 주를 이루지만 퍼즐 조각 맞추듯 전진하는 서사를 뒷받침하고, 전개 역시 빠른 편이라 지루함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그 주인공이 이동욱 아닌가. 한때 저승사자였다가, 한때 구미호였던 이동욱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남자 정진만으로 분해 ‘한국판 존윅’이자 ‘아저씨 원빈 잇는 삼촌’으로 찬사를 받는 중이다. 김혜준은 물론 서현우, 조한선, 금해나 등 거를 타선이 없는 배우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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