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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신세계] 애플의 '비전 컴퓨팅'은 메타버스·VR과 뭐가 다를까

'애플 비전 프로' 직접 써보니…첫 기기가 보여줘야 할 개념과 가능성 제시

2024.02.08(Thu) 13:15:03

[비즈한국] 비전 프로를 출시 당일에 받아서 써보고 있습니다. 비전 프로는 첫날의 충격과 혼란스러움을 벗어나 매일 새로운 경험이 이어지는 기기입니다. 사실 단순한 기기라기 보다는 컴퓨팅의 새로운 방향을 열겠다는 애플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기술적으로 비전 프로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와 주변을 넓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카메라, 그리고 콘텐츠를 조화롭게 조합해서 공간에 이질감 없이 뿌려주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합쳐진 가상현실 헤드셋입니다. 여러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비전 프로의 의도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애플이 이야기하는 공간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팅 환경을 우리의 일상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집을 꾸미면서 이 벽에 TV를 놓고, 저쪽 벽에는 시계를 걸고, 그 아래에는 그림을, 또 냉장고 앞에는 메모판을 두면 좋겠다는 일상의 생각을 비전 프로는 눈앞에 보여줍니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 똑같은 것 아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분명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전프로에 중독된다’, ‘자꾸 쓰게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애플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겁니다.

 

애플 비전 프로를 발매 당일 미국서 지인을 통해 공수해 직접 체험해봤다. 사진=최호섭 제공

 

돌아보면 애플의 비전 프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독특한 기기입니다. 지난해 이맘쯤부터 애플의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한 루머는 이전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애플이 굳이 헤드 마운트 기기를 왜 만들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은 오랫동안 이 기기를 준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은 꽤 오랫동안 우리의 주변 환경 위에 가상의 무엇인가를 띄우는 증강현실에 진심이었고, 이를 이용한 앱을 개발자 생태계에 뿌리내리고자 했습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 ‘AR킷’은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다양한 기기에서 공간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위에 자연스럽게 가상의 무엇인가를 띄우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아주 단순화했습니다. 개발자들의 표현으로는 몇 달 걸릴 일을 코드 몇 줄로 끝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애플의 기기는 가짓수가 그렇게 많지 않고, 애플이 직접 각각의 모델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앱 개발자들이 기기 하나하나에 최적화하지 않아도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해낼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적지 않은 앱들이 태어났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언젠가는 애플이 증강현실 헤드셋을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모든 조건이 헤드셋을 향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비전 프로였지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덜컥 걱정이 먼저 됐던 게 사실입니다. 가상현실 헤드셋의 열풍은 이미 몇 년 전에 세게 불고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에 진심이었던 메타(페이스북)를 비롯해 스마트폰 다음을 노리던 HTC, 그리고 가상현실의 컴퓨팅을 플랫폼에 녹이고 싶었던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이 시장은 그 가능성과 호기심을 한껏 이용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외형으로만 보면 기존 메타 퀘스트 등 VR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서비스를 접근하는 방식에는 꽤 차이가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하지만 솔직히 기대보다 한계점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일단 헤드셋의 기술적인 한계가 너무 컸습니다. 부족한 해상도와 느린 반응 속도는 어색함을 만들어내기 일쑤였고, 컴퓨팅 성능의 한계로 커다란 컴퓨터를 통해 화면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가격도 싸지 않았지요.

 

이를 깬 것이 바로 오큘러스 퀘스트 2, 지금은 메타 퀘스트 2로 이름을 바꾼 기기입니다. 적절한 해상도와 반응성, 그리고 컴퓨팅 성능과 앱 생태계를 갖추면서 상업적으로 현실성을 증명해 냈습니다. 40만 원 선에 살 수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진짜 가상현실의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타는 그 가능성을 너무 공격적으로 해석합니다. 시장에서 입에 오르내리던 ‘메타버스’라는 단어에 심취했습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상상하고 꿈꾸는, 또 쉽게 닿을 수 없는 또 다른 환경을 경험하는 데에 그 가치가 있습니다. 현실을 떠나는 것이 중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고, 상상력이 더욱 강조됩니다. 공룡 시대, 전쟁터, 판타지 공간 등을 잘 꾸며내야 합니다. 개발 환경으로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하나의 세상을, 세계관을 그려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메타버스 환경을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강하게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입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연결’이 느슨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넘어갑니다. 온라인의 경험을 높이는 것에 대한 요구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커졌고, 메타가 꿈꾸던 메타버스는 이제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사람들은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음식을 앞에 두고 영상 통화를 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생기는 그 무엇인가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더 표현하고, 주제를 중심으로 모이도록 하는 기술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답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그 갈증은 메타버스의 회의로 넘어갑니다. ‘메타버스로 될 줄 알았더니 사람과 사람이 제대로 소통하려면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애플 비전 프로를 착용했을 때 사용자 시점에서 본 화면. 동시에 여러 화면을 띄워 놓고 작업이 가능하다. 사진=최호섭 제공

 

애플의 공간 컴퓨팅은 가상의 상상들을 다시 현실로 가져오는 접근법입니다. 물론 비전 프로도 가상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하는 콘텐츠들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제가 비전 프로를 쓰는 대부분의 경험은 일상 공간이 함께 합니다.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서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고, 맥은 커다란 가상 모니터로 화면을 비춥니다. 일하는 도중에도 애플 뮤직을 구석에 작게 띄워 놓고, 참고할 내용들을 가상 모니터 옆에 주르륵 늘어놓습니다.

 

저는 가상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고 고개만 돌리면 일상 환경에서 컴퓨터를 씁니다. 주변 모두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비전 프로를 벗으면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오랫동안 쓰고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일하는 순간 더 집중할 수 있고, 콘텐츠를 보는 동안 몰입도도 훨씬 높습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느껴왔던 ‘디스플레이’라는 틀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보면 조금 더 명확해질 겁니다. 비전 프로는 컴퓨터이고, 그 디스플레이는 일상의 모든 공간이라는 아이디어인 셈입니다. 물론 시야 전체를 이용하면 기존의 가상현실과 비슷하겠지만 비전 프로가 빛을 발하는 것은 기기를 통해 기기 너머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놨던 ‘홀로렌즈’와도 비슷합니다. 사실 비전 프로는 메타 퀘스트보다 홀로렌즈의 성격에 더 가깝고, 지향점들도 비슷합니다. 놀라게 했던 포인트도 닮아 있습니다. 그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왜 대중적으로 성공시키지 못했을까요? 그건 하드웨어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시나리오를 발굴했고, 개념을 정리해서 제품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2015년의 기술로 홀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컴퓨팅 파워 역시 그 자체로 처리하기에 버거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려운 길을 걸어서 왔지만 그 끝을 보지 못하고 이를 내려놓습니다. 애플은 이를 더 구체화하고 특유의 하드웨어 만듦새를 바탕으로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기존 우리가 가진 디스플레이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며, 첫 기기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최호섭 제공

 

돌아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서비스 개념과 하드웨어라는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이 기술들은 모두 디스플레이와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비슷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만족스러운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하드웨어와 적절한 소프트웨어 환경, 그리고 생태계에,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가격대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비전 프로는 딱 그런 부분에서 과거 스마트폰 시장이 있던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폰, 그리고 다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경계를 넘은 경험을 주는 듯합니다. 아직 이 안에서 보여줄 것이 더 많아 보이는 기기지만 비전 프로는 첫 번째 기기가 보여줘야 할 개념과 가능성을 확실히 짚은 제품입니다. 꼭 애플의 제품만이 아니라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의 확장처럼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은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될 것 같습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비전 프로를 꼭 써보시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기술과 지식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새로운 컴퓨팅 환경이고, 저는 그 경험을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아니 제 표현이 여러분의 경험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다 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품에 대한 긍정, 부정의 평가를 떠나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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