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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플라스틱" 흐름 거스르는 커피빈의 '고집'

'일회용품 사용금지' 유예되자마자 플라스틱빨대 사용…자발적 감축 협약서도 빠져

2024.02.13(Tue) 09:00:42

[비즈한국]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금지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며 일회용품 관리를 시민과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맡겼다. 친환경 이미지를 챙기려는 기업, 특히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자발적으로 ‘No 플라스틱’을 선언하며 나서고 있지만, 커피빈은 친환경 정책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가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과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커피빈은 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사진=커피빈 페이스북

 

#24개 프랜차이즈 일회용품 감축 약속, 커피빈은 쏙 빠져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금지 규제 시행을 20여 일 앞두고 정책 유예를 결정했다. 종이빨대, 다회용품 구매 비용에 대한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11월 24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사용 단속은 모두 흐지부지됐다.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인데, 우리는 이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등은 정부 규제가 유예됐음에도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정부의 규제와 관계없이 일회용품 감축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지난달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가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과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1월 25일 카페, 패스트푸드 등 24개 프랜차이즈는 일회용품 사용 감축에 자발적으로 나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스타벅스, 빽다방, 맥도날드, 롯데리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가 협약에 동참했다.

 

이번 협약은 2018년 체결한 협약을 갱신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2018년 21개 업체가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는 더벤티, 폴바셋, 달콤, 감성커피, 파파이스 등 5개 업체가 새로 동참했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는 “일회용품 감축 협약에 참여함으로서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보니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들의 친환경 의식이 높아지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2018년과 비교했을 때 기업들이 협약 참여에 더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8년 협약을 체결했던 업체 중 커피빈과 카페베네 두 곳만 협약을 갱신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2018년과 비교해 가맹점 수가 크게 줄어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커피빈은 어떤 이유로 협약을 맺지 않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커피빈 측도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과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갱신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체적으로 일회용품 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전해왔다. 커피빈 관계자는 “감축 협약을 갱신하진 않았으나 자체적으로 다회용기 적극 권장 및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운영 중이며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드링킹 리드 도입, 무인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피빈 매장에 비치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커피빈은 일회용품 규제 단속이 예정됐던 지난해 11월 종이빨대를 도입했다가 규제가 철회되자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거꾸로 가는 커피빈의 친환경 정책

 

업계에서는 커피빈이 종이빨대 도입에 미온적이어서 협약 갱신을 거부했을 것으로 본다. 협약 갱신 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 등의 대체재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데, 커피빈은 종이빨대 도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가 몇 년 전부터 종이빨대를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도 커피빈은​ 플라스틱 빨대를 고집했다. 그러다가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 단속을 예정한 지난해 11월에야 부랴부랴 매장에 종이빨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자마자 종이빨대를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교체했다. 커피빈 고객은 “작년 11월에 매장에 갔을 때는 종이빨대가 있었는데, 다음 달에는 다시 보라색 플라스틱 빨대로 교체됐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커피빈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커피빈 측은 고객 이탈을 우려해 플라스틱 빨대를 고집하는 분위기다. 일부 고객 사이에서 종이빨대를 사용하면 음료 맛이 저하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종이빨대는 음료 맛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다”라며 “향후 종이빨대 도입도 고려 중이며, 고객 선호도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사실상 철회한 후에도 상당수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커피빈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친환경 정책에 유독 미온적 태도를 보여 눈총을 받아왔다. 주요 프랜차이즈가 2018년부터 종이빨대 도입을 선언하고, 친환경 소재 등을 활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반면, 커피빈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 텀블러 사용 시 할인 등의 최소한의 정책만 시행 중이다. 텀블러 사용 시 음료 할인 금액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3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등 다른 프랜차이즈가 할인 금액을 확대하는 것과 비교된다. 텀블러, 다회용컵 사용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전개 중인 탄소중립포인트(녹색생활 실천분야) 제도에도 스타벅스, 폴바셋, 더벤티, 메가커피 등이 참여 중이나 커피빈은 빠졌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규제에 따라 기업의 친환경 행보가 좌우되는 상황은 문제”라며 “기업은 환경보다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 변화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다가도 허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결국 일회용품 사용량 제한 등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해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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