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주 주식시장에서는 저PBR주에 관심이 쏠렸다. 코스피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 5.52% 급등했고, 2,600선을 회복했다. 특히, 이달 들어 2거래일 만에 지난달 낙폭의 75%를 만회했다. 코스피 지수보다 PBR이 낮은 업종들, 보험, 자동차, 은행, 증권 등의 업종이 코스피 지수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 금융업종은 지난 한 주간 15.07%, 보험업종은 23.24% 올랐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해당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PBR이 낮으면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기업가치, 즉, 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상장사는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밝히고, 한국거래소에서는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주주가치 노력을 지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PBR에 대한 관심은 일본의 사례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34년 만의 최고치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일본 증시 강세 요인 중 하나로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 중 금융관련 부분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PBR 개선방침과 구체적인 이행목표 공개를 요구한 뒤 일본 증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강하게 유입됐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닛케이지수와 토픽스는 각각 38.0%, 34.0% 상승했다. 40% 이상 급등한 나스닥을 제외하면 선진국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대석 연구원은 “긴 호흡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슈지만, 적어도 올해 1분기까지는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 자본 효율성 강화 등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저PBR주들이 테마주처럼 형성돼 과열되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저PBR주 가운데서도 선별해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고 일부 산업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낮은 ROE로 저평가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양 연구원은 “성장을 통해 이익 창출 능력이 담보돼야 배당도 늘리기 쉽다”며 “저PBR주 접근에서 이익 흐름이 양호한 자동차, 은행 등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관련 지표가 낮다는 점만 주목하지 말고, 주주환원 정책을 펼 수 있을 만큼 이익을 내고 있는지, 주주환원 의지가 있는 기업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급등한 저PBR주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를 하거나 일부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세적인 상승이 유효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한 템포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편, 일본 정책 당국은 추가로 ‘JPX프라임150지수’ 지수를 개발해 상품화했다. 프라임150 지수는 자기자본비용을 초과하는 ROE 기업, PBR 1배 이상 밸류에이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선정하다 보니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라도 지수에 포함되지 않는 종목이 적지 않아 일본 기업들은 ROE를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일본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강제하기보다는 기관투자자 수급 관련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유도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저PBR 장세 지속 여부는 ROE 고려한 벤치마크 자금 유입 규모, 정책 자금의 신규 벤치마크 활용 유도 강도에 달려 있다”며 “시간을 두고 확인할 변수들”이라고 짚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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