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게임에 이어 SM도 자사 보이그룹 NCT를 접목한 신규 게임 ‘NCT 존’을 출시했다. 론칭 초기부터 서울 성수동 팝업 공간을 운영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이용자 관심 사로잡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NCT 존은 공식 오픈 이후 한 달간 ‘중독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지금껏 이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흥행한 사례가 전무해 호응이 계속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초창기 인기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수익화까지 도달하는 건 아이돌 게임이 극복하지 못하는 난제로 꼽힌다. 글로벌 스타를 키워내는 엔터사들이 게임 시장에서도 히트작을 만들 수 있을까.
#BTS·블랙핑크 이어 공개된 ‘NCT ZONE’ 팬덤 반응은?
NCT 존은 SM과 게임 개발사 테이크원컴퍼니가 합작해 지난해 12월 28일 정식 출시한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가 ‘광야’에 떨어진 후 NCT 요원들과 악몽을 정화해 ‘네오존’을 복구한다는 기본 설정을 따라간다. 광야, 네오존은 각각 SM과 NCT 그룹의 세계관이다. 퍼즐 게임에 도시를 경영하는 SNS 요소가 더해졌고, 게임 진행에는 NCT 멤버들의 영상, 실사 이미지 등이 접목됐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재미나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게임 플레이 중 오류가 나거나 불시에 종료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녹여낸 스토리나 카드 모으기, 공간 꾸미기 등으로 팬들의 욕구에 맞추려 한 시도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아이돌 게임에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지만 개발 역량과 협업 방식이 개선된 영향도 있다. 이번에 출시된 게임은 테이크원컴퍼니가 2019년 BTS, 2023년 블랙핑크 이후 세 번째로 제작한 아이돌 게임이다. 테이크원컴퍼니에 따르면 이 사업은 단순 IP 계약이 아닌 공동 프로젝트 형식으로 기획됐다. 기획부터 촬영, 개발까지 전 단계에서 SM과 협업이 이뤄졌다. 이전 게임들의 지표와 비교했을 때 재방문 수와 실제 이용 시간 추이가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테이크원컴퍼니 관계자는 “NCT 세계관 및 멤버들의 특징과 관계 등 다방면에서 SM의 도움을 받았고, 자사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NCT 팬덤으로 채워 게임 시나리오에 팬들이 원하는 바를 상세하게 녹여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흥행을 점치기는 이르다. 테이크원컴퍼니가 지난해 5월 내놓은 ‘블랙핑크 더 게임’도 출시 보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게임은 블랙핑크를 앞세운 첫 모바일 게임이다. 이용자가 멀티버스 세계 속 프로듀서로서 멤버를 키우는 일종의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에 해당한다. 블랙핑크의 인기에 힘입어 공개 전부터 화제를 이끌었고 NCT 존과 마찬가지로 게임 전용으로 촬영한 멤버들의 사진과 영상 등이 활용됐다.
테이크원컴퍼니는 블랙핑크 더 게임을 내놓은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무렵 전체 직원 4분의 1 규모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블록체인 NFT와 P2E게임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서를 정리하는 취지였지만, 신작 출시로 누적된 적자 부담과 매출 및 수익성 문제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사와 엔터사 ‘동상이몽’
아이돌의 수명이 짧은 만큼 아이돌 게임도 일찍 한계에 도달한다. 팬들 사이에서 급속히 흥미가 식고 게임 업데이트 등 서비스 운영·관리까지 소홀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 사실상 게임이 활발히 이용되는 기간은 2~3년이 채 되지 않는다.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얼마나 오래 즐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 유료 아이템 등을 산다.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해서는 관대하게 지갑을 여는 팬들의 소비 패턴이 여기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NCT 존도 생일 기념 카드 등을 뽑을 수 있는 크리스탈 구매로 과금을 유도하는데, SNS에서는 한 달 만에 30만~40만 원을 썼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테이크원컴퍼니가 개발하고 넷마블이 유통을 맡은 모바일게임 ‘BTS 월드’는 지난해 12월 26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게임 역시 이용자가 BTS 매니저가 되는 육성형 게임이다. 한때 월 매출 140억 원을 찍는 등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일 매출 20억 원에 못 미치는 5억~7억 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장기간 지속되지 못했고 결국 서비스 운영이 중단됐다.
2022년 출시를 목표로 넷마블이 준비하던 ‘BTS드림: 타이니탄 하우스’는 게임 개발 도중에 무산된 사례다. 캐나다와 태국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 팬층과 일반 이용자 간 게임 선호도 차이가 컸다는 게 중단 이유다.
엔터사와 게임사는 수명도 짧고 이익이 불분명한 아이돌 게임에 왜 계속 도전할까. 업계에서는 이해타산이 맞아서라고 말한다. 엔터사가 스타의 IP를 제공하고 게임사가 이를 활용해 신작을 개발하는 일반적인 구도에서는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엔터사가 입는 타격이 거의 없다. 게임사가 최소 개런티를 내고 아이돌의 이름과 사진 등을 활용하고, 이후 매출이 커지면 추가 수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게임에 활용되는 사진·영상 촬영, 음반 녹음 등 아티스트 일정 외에는 엔터사가 게임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개입하는 부분도 많지 않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내부 개발 조직을 갖추거나 자체적으로 퍼블리싱(유통)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IP 라이선싱 계약에 해당한다. 주된 사업이 아니고 IP 수익을 내는 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IP 연계 사업 중에서 수익 비중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엔터사 내부에 게임 담당 인력이 있는 경우는 적다. 대행사를 끼고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자사 아티스트 관련 게임을 운영하는 엔터사들이 게임 운영·관리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개발을 담당하는 중소게임사로서는 마케팅이나 레퍼런스 쌓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개발 역량을 갖췄다면 글로벌 스타의 인기를 바탕으로 성공을 노려볼 수 있고, 시장에서 홍보하기 수월한 만큼 성과가 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투자가 원활해 후속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차가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임성이 부족하거나 중장기적으로 흥행할 만한 게임이 나오지 않는 건 아이돌 게임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것.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팬들에게는 수요가 있지만 그마저도 연령대마다 간극이 있다. 엔터사는 IP를 통한 부가가치 확보나 팬 관리 차원에서 비교적 가볍게 접근하기 때문에 직접 개발하는 게임사와는 관점 차이가 크다”며 “그 과정에서 게임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 애초에 큰 흥행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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