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어디까지가 포함 대상인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위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를 손보겠다는 의지가 상당한 만큼, 플랫폼법의 제재를 받는 대상이 되면 신경 써야 할 영역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단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과 애플 등이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쿠팡과 배민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독과점이라고 보기 어렵거나(쿠팡), 자산 규모나 매출이 크지 않다는 점(배달의민족) 등이 근거다.
#시총 30조·연매출 3조·월이용자 1000만 명 이상 기업 대상
공정위는 플랫폼법 초안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가진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끼워팔기, 자사우대, 최혜 대우, 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제안 등을 4대 반칙행위로 제재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미 기존 공정거래법상에서도 규율되는 반칙행위지만, 일정 기준 이상의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종의 ‘패스트 트랙’을 만들어 위반행위를 빠르게 판단·제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플랫폼법의 규제 대상이 될 기업 기준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시가총액이 30조 원 이상이면서 연평균 매출액이 3조 원 이상이고, 월평균 이용자수가 1000만 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수가 5만 개 이상인 플랫폼이 지정 대상이 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네이버·카카오·구글 외에도 쿠팡, 배달의민족(배민)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에 검토안을 보낸 것도 유사한 수준이다. 검토안에서 제안한 지배적 사업자의 정량 기준은 국내총생산(GDP)의 0.075% 이상 연매출 및 이용자 수 750만 명 이상, GDP 0.025% 이상 연매출액 및 시장 점유율 75% 이상 등인 플랫폼 기업이다. 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구글·애플·메타 등이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소비자 권익 관점에서 본 플랫폼 경쟁촉진법안 정책토론회’에서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정책 목적과 달리 소비자의 불편과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플랫폼법이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최근에는 플랫폼법에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법안이 제정되면 소비자 후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플랫폼법은 대통령실 국민제안투표에서 폐지 대상 1위를 기록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음식점이나 카페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서비스가 끼워팔기로 규제돼 제공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되레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쿠팡과 배민, 제외 가능성 언급에 시민단체 반발
이 가운데 쿠팡과 배민은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정위는 앞서 언급된 기준 외에도 정성적인 기준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 각 시장의 특성과 매출구조, 영업이익 등도 함께 보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쿠팡은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다.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신규 업체들이 급격히 점유율이 커지면서 쿠팡을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민의 경우는 시장 점유율(60%)은 높은 편이지만 매출이나 자산규모가 크지 않고 시장 점유율 변동성도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30일 낸 논평에서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빠진 독점규제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일정 규모 이상인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일괄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1년 이상은 더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플랫폼법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하위 법령까지 제정되려면 실질적인 법 시행까지는 1년가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 지배적 사업자 지정 역시 법 시행 시점에 맞춰 이뤄지거나 시행 이후 추가 논의를 거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거론되는 기업들 모두 ‘플랫폼법 제재 대상을 피하거나, 구체적인 제재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며 “각 업종에서 1등인 기업들에 대한 규제이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자연스레 플랫폼법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들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토로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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