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세대 바이오벤처 파멥신이 5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타이어뱅크 외 13인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김정규 회장을 포함한 타이어뱅크 인사가 경영진에 대거 합류하고, 유진산 창업자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 김 회장은 3년간 무보수로 일하면서 회사를 키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인력 이탈, 사업 연속성 확보, 상장폐지 위기 때문에 불안한 시각도 적잖다.
#‘경영권 위기’ 파멥신, 결국 타이어뱅크 품으로
파멥신은 지난해 12월 26일 타이어뱅크 외 13인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의 소유 주식수는 401만 9293주, 소유비율은 13.31%다. 파멥신은 지난해 6월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동반성장에쿼티 제1호(파멥신다이아에쿼티)와 3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하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증 대금 납입일이 미뤄지면서 결국 계약이 해제됐다. 이후 유콘파트너스, 히어로벤처스 아시아, 최승환 씨와 에이치피바이오를 거쳐 타이어뱅크를 최대주주로 맞이한 것.
타이어뱅크는 파멥신 인수를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타이어뱅크는 공식 입장을 통해 “뱅크그룹은 차세대 제약바이오, AI 헬스케어, 의료기기, 진단사업, 제약분야의 글로벌 시장규모와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며 “파멥신이 보유한 여러 파이프라인을 검토한 결과 머지않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멥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너지 효과 및 기업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가 타이어뱅크로 바뀌면서 경영진에는 타이어뱅크 인사가 포함됐다. 지난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을 포함한 이재진 대표이사, 김재현 법무이사, 한병재 총괄본부장 겸 사업주조합연합회 대표, 이정일 건물코디뱅크(타이어뱅크 자회사)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비 타이어뱅크 인사로는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인 맹필재 충남대학교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명예교수가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사업 연속성·인력 이탈 등 우려의 시각
새 경영진 합류로 파멥신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반면 사업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인수로 합류하게 된 타이어뱅크 인사 가운데 제약바이오 분야와 연결 고리가 있는 인물은 고작 두 명이다. 다년간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원으로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인 맹필재 충남대학교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명예교수다. 신약 개발은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경영진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사업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 산업의 결합 사례는 많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경우 본업인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 이상 기간이 걸리는 등 이른바 ‘바이오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인수 이후에도 경영권 보장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 최근 오리온에 인수된 레고켐바이오는 기존 경영진과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점을 파트너십의 이유로 꼽았다.
인력 이탈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1년 동안 파멥신은 투자 유치 실패와 경영권 분쟁 등을 겪으며 퇴사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최근 1년 퇴사율(국민연금 상실자 총합/월평균 재직인원)은 65%로 28명이 퇴사했다. 동종업계 평균인 33.4%와 비교해 2배가량 높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6명, 2분기 2명, 3분기 13명, 4분기 7명이다. 파멥신은 지난달 임상개발팀 PM(Project manager)과 CTA(Clinical trial assistant) 경력직 채용 공고를 올렸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주식 매매거래 정지와 함께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파멥신은 ‘최근 1년 이내의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멥신은 지난 6월 추진한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실패하면서 공시 번복으로 4.5점의 벌점을 부과받아 최근 1년 벌점이 15.5점으로 증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멥신은 2014년을 끝으로 기술이전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상 결과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아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신약 개발 실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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