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1.4%로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2020년(-0.7%)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플러스 성장만 비교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8%)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기 때마다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정부 지출이 줄면서 성장률도 약세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 정부에서 방만하던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재정 건전성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경제 동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상반기에 예산 70%를 조기 집행하기로 해 성장률 반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6%(전기 대비)로, 지난해 1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1.4%에 그쳤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 성장률이 2022년 4.1%에서 지난해 1.8%로 급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생한 고물가와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 가계가 소비를 줄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렇게 민간소비가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정부소비마저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2022년 4.0%였던 정부소비 성장률은 지난해 1.3%로 하락했다. 이러한 정부소비 성장률은 2000년(0.7%) 이래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소비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졌던 2009년 우리 경제는 당초 역성장이 예상됐으나 정부소비가 6.7% 증가한 덕에 성장률도 0.8%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 2020년 성장률은 -0.7%까지 추락했지만 정부소비가 5.1% 늘면서 더 큰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성장 기여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0.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률(1.4%) 중에서 0.4%포인트만을 정부가 책임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에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2.3%포인트, 코로나19 당시였던 2020년에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1.1%포인트를 기록하며 버팀목이 됐던 점과 큰 차이가 난다. 순수출(수출과 수입 차이)의 성장기여도가 -0.1%포인트를 나타내는 등 수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이 줄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한 셈이다.
정부 지출 감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예상됐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던 2022년 8월 17일 기자회견에서 “공적 부문의 긴축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하겠다”며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년도 예산안부터 성역 없는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지출 절감에 착수했다”고 말해 긴축 재정이 재정 운용 기조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9%였던 예산 증가율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감해 2023년 예산 증가율은 5.1%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정부 지출이 줄면서, 경제 성장에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원인이 됐다.
문제는 올해 예산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라는 점이다. 자칫 최근 수출 회복세에 개선 기미를 보이는 경제 흐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민간소비가 개선되기 전까지 정부 지출이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상반기에 재정 투입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올해 상반기에 예산 70%를 집행하기 위해 각 부처의 민생사업 180여 개를 선정해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로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 지출을 줄이면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지만, 위기에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정부 역할이 약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올해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하반기 고성장)’를 위해서는 정부 지출이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재정 조기 투입과 함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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