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가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024 SSG 랜더스 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공개했다. BI의 전면 리뉴얼은 랜더스 창단 이후 처음이다. 8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 이번 BI 리뉴얼은 미국 메이저리그 주요 구단의 브랜딩을 맡았던 디자이너 토드 라돔, 빌 프레드릭이 담당했다.
네모틀에 꽉 채운 고딕을 일렬로 나열하고 상단에 UFO를 넣은 이전 BI는 야구단 엠블럼과 잘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스포츠팀보다 백화점 내부의 어느 코너 간판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필기체 양식을 반영한 이번 BI는 그에 비하면 야구단 하면 바로 떠오를 법한 고전적인 형태에 가깝게 변했다. 담당 디자이너는 새 BI의 역점을 프런티어(Frontier) 정신과 인천 야구 헤리티지의 계승에 두고, 손으로 쓴 듯한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이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팀이 가진 힘찬 에너지를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Landers’ 워드마크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에 중점을 둔 것은 작년 리뉴얼된 롯데 자이언츠 BI와 비슷한 방향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3년 3월 레귤러, 볼드, 인라인(획 내부에 공간을 두어 여러 줄로 구성한 서체)으로 구성된 전용서체 패밀리를 공개하고 이를 BI와 주요 디자인 물에 적용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모기업인 신세계와 롯데는 유통업계의 대표적 라이벌이기도 하다.
워드마크 외에 메인 엠블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자인 요소는 L자와 연결된 하단의 별이다. 퀘이사(Quasar)로 명명된 이 별은 머나먼 우주에서 인천으로 날아와 랜더스의 야구에 영감을 불어넣는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전 엠블럼에 포함됐던 UFO에 이어 우주라는 키워드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안전한 접근이란 생각이 든다. 거부감이 드는 부분은 없다. 유니폼에 적용한 모습도 무난하다. 그러나 5%쯤의 아쉬움은 남는다. 유서 깊은 항구도시, 상륙작전, 국제공항 등 인천이라는 연고지가 지닌 ‘상륙’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한 흔적이 엠블럼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워드마크는 필기체 양식이긴 하지만 상당히 절제되고 경직된 모습이다. 각을 살리기보다 풍부한 곡선을 써서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면 지역색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일렁이는 파도,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 혹은 변화무쌍한 투구와 타구의 궤적 등 스토리텔링 가능한 요소가 충분하다.
함께 공개된 홈 유니폼, 홈 얼트(Alt) 유니폼, 팀 이름 대신 ‘INCHEON’ 문자열을 넣은 레트로 유니폼의 전면 서체가 통일되지 않은 점도 언급하고 싶다. 인천 유니폼이야 레트로 디자인이니 그렇다고 쳐도 홈과 홈 얼트 유니폼의 서체는 애매하게 달라서 통일해도 좋을 것 같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40년이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팀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인천 연고 구단의 변천사는 특히 변화무쌍한 면이 있다. 올드팬이라면 새 BI에 적용된 별을 보고 왕년의 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떠올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랜더스 선수단은 올 시즌 리그에 성공적으로 랜딩할 수 있을까? 새로운 BI가 랜더스에 승리를 안겨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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