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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무난하지만 2% 아쉬운" SSG 랜더스 BI 리뉴얼

야구구단에 어울리는 무난하고 안전한 접근…'상륙' 정체성 좀 더 부각했더라면

2024.02.02(Fri) 10:59:34

[비즈한국]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가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024 SSG 랜더스 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공개했다. BI의 전면 리뉴얼은 랜더스 창단 이후 처음이다. 8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 이번 BI 리뉴얼은 미국 메이저리그 주요 구단의 브랜딩을 맡았던 디자이너 토드 라돔, 빌 프레드릭이 담당했다.

 

올해 새롭게 바뀐 BI가 적용된 SSG랜더스 유니폼. 사진=SSG랜더스 제공

 

네모틀에 꽉 채운 고딕을 일렬로 나열하고 상단에 UFO를 넣은 이전 BI는 야구단 엠블럼과 잘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스포츠팀보다 백화점 내부의 어느 코너 간판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필기체 양식을 반영한 이번 BI는 그에 비하면 야구단 하면 바로 떠오를 법한 고전적인 형태에 가깝게 변했다. 담당 디자이너는 새 BI의 역점을 프런티어(Frontier) 정신과 인천 야구 헤리티지의 계승에 두고, 손으로 쓴 듯한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이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팀이 가진 힘찬 에너지를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Landers’ 워드마크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에 중점을 둔 것은 작년 리뉴얼된 롯데 자이언츠 BI와 비슷한 방향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3년 3월 레귤러, 볼드, 인라인(획 내부에 공간을 두어 여러 줄로 구성한 서체)으로 구성된 전용서체 패밀리를 공개하고 이를 BI와 주요 디자인 물에 적용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모기업인 신세계와 롯데는 유통업계의 대표적 라이벌이기도 하다.

 

워드마크 외에 메인 엠블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자인 요소는 L자와 연결된 하단의 별이다. 퀘이사(Quasar)로 명명된 이 별은 머나먼 우주에서 인천으로 날아와 랜더스의 야구에 영감을 불어넣는 에너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전 엠블럼에 포함됐던 UFO에 이어 우주라는 키워드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SSG랜더스 로고와 홈 앤드 홈 얼트 유니폼. 사진=SSG랜더스 인스타그램

 

전체적으로 보면 안전한 접근이란 생각이 든다. 거부감이 드는 부분은 없다. 유니폼에 적용한 모습도 무난하다. 그러나 5%쯤의 아쉬움은 남는다. 유서 깊은 항구도시, 상륙작전, 국제공항 등 인천이라는 연고지가 지닌 ‘상륙’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한 흔적이 엠블럼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워드마크는 필기체 양식이긴 하지만 상당히 절제되고 경직된 모습이다. 각을 살리기보다 풍부한 곡선을 써서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었다면 지역색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일렁이는 파도,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 혹은 변화무쌍한 투구와 타구의 궤적 등 스토리텔링 가능한 요소가 충분하다.

 

함께 공개된 홈 유니폼, 홈 얼트(Alt) 유니폼, 팀 이름 대신 ‘INCHEON’ 문자열을 넣은 레트로 유니폼의 전면 서체가 통일되지 않은 점도 언급하고 싶다. 인천 유니폼이야 레트로 디자인이니 그렇다고 쳐도 홈과 홈 얼트 유니폼의 서체는 애매하게 달라서 통일해도 좋을 것 같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40년이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팀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인천 연고 구단의 변천사는 특히 변화무쌍한 면이 있다. 올드팬이라면 새 BI에 적용된 별을 보고 왕년의 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떠올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랜더스 선수단은 올 시즌 리그에 성공적으로 랜딩할 수 있을까? 새로운 BI가 랜더스에 승리를 안겨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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